<푸른광장> 祝祭의 나라 / 문화일보 [2011-11-17]
<푸른광장> 祝祭의 나라 / 문화일보 [2011-11-17]
은미희/소설가
대한민국은 축제(祝祭)의 나라다. 일년 사시사철 축제를 하느라 곳곳이 들썩인다. 특히 단풍철이 되면 어디를 가나 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들로 눈이 다 어지러울 지경이다. 아니, 꼭 가을뿐일까. 봄이면 꽃이 핀다고, 여름이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물과 계곡을 홍보하며, 가을이면 꽃과 단풍을 내세우고, 겨울이면 눈이나 얼음과 관련한 축제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특산물과 대표 먹을거리를 딴 축제도 많고,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을 딴 축제도 있으며, 명인명창을 기리는 축제도 있고, 지리적 자연풍광을 이용한 축제도 있다. 그야말로 온갖 축제가 일년 365일 열린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240개가 넘는 축제가 1년 내내 대한민국에서 열린다. 그 중 10월 한달 동안만 100여개나 되는 축제가 열린다. 심지어 다른 지방에서 좀 성공했다 싶은 축제를 그대로 본떠 만든 축제도 있다. 그러니 어찌 대한민국을 축제의 나라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됐든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마다 자기 고장을 홍보하고 수입을 올리기 위해 축제를 개최하고는 있지만 어째, 가만 들여다보면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하나도 다른 것이 없다. 이러다가는 축제의 경쟁력만 약화시키고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축제 현장으로 내몰면서 공연히 기분만 들썩이게 만들지나 않는지 걱정이 된다. 그러니까 그 축제라는 것들이 한결같이 관광객 참여 프로그램에다 먹을거리 장터, 특산물 판매 코너, 몇몇 전시관과 전시물, 연예인들을 섭외해 벌이는 축하쇼가 전부다. 내가 아는 한, 내가 가본 축제들은 모두 그렇다. 그게 전부다. 그러니 특별할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그 많은 축제들을 다 가보지 못했으니 다른 것도 있다고 항변하면 죄송스러울 일이고, 미안할 일이다. 그러나 어쨌거나 대부분의 축제가 모두 이처럼 천편일률적이다.
지난 여름 문학과 관련한 한 축제에 참여할 일이 있었다. 그때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좀 더 다른 축제와 변별성을 키워서 진정한 축제로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는 내 질문에 그 담당자는 대답했다. 축제와 관련해 업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그 업무를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고, 또 공무원 시각으로는 축제를 다루기가 버거워 전문 기획사에 용역을 주는데, 그러다보니 다른 축제와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그 대답 끝에 그는 덧붙였다. 그렇지만 자신들은 축제를 준비하느라 최선을 다했고, 또 축제 기간에 일찍 퇴근해 본 적도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 말에 나는 슬그머니 미안해지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고민도 고민이려니와 축제를 담당하는 그 공무원의 입장도 이해할 만했다. 그래, 그럴 만도 했다. 보는 이야 그냥 휙 둘러보고 가면 그만이지만 그걸 입안하고 점검하고, 치러내야 하는 담당자는 그게 최선일 수밖에 없으리라. 그럼에도 남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기왕 하는 거, 좀 더 다르게 할 수 없나? 정말, 지자체의 특성을 살려 제대로 된 축제를 열 수는 없나? 하여 세계 유명 축제 가운데 이름을 올리고 관광객들도 끌어 모아 짭짤한 재정 수익도 올릴 수는 없는지, 아쉽고 아쉽고 또 아쉬웠다. 브라질의 리우 삼바축제는 참여 인원만 10만명이 넘고, 독일의 뮌헨 맥주축제는 방문객만 6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또 이웃 나라 일본의 삿포로 눈축제 역시 많은 관광객이 이 축제를 보기 위해 일본을 찾는다고 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세계적인 축제로 키우지 못하고 고만고만하게 열고서는 적자만 키우다 끝나고 말까.
진정한 축제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지역 정주민들만의 독특한 관습과 풍속이 담보된, 정주민들의 잔치일 것이다. 한데 우리는 그러지 못한 것 같다. 어딘지 급조된 축제도 있는 것 같고, 무늬만 축제일 뿐 전혀 축제 같지 않은 축제도 있다. 정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즐기지 않고서야 어찌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게다가 한가지 더! 기왕 할 거라면 축제 현장의 바가지 요금과 다중 이용시설의 쾌적한 환경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Samuel Sangwon Lee | Create Your Ba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