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광장> 독도 제대로 지키기 / 문화일보 [2012-05-10]
<푸른광장> 독도 제대로 지키기 / 문화일보 [2012-05-10]
은미희/소설가
일본이 42년 만에 처음으로 원전(原電) 가동을 완전 중단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전진단 검사를 위해 잠시 중단하는 것인데, 그래도 원전에 의한 발전이 전면 중단되는 일은 원전 가동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일본 국민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 일본의 경제는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일본 국민은 원전 가동으로 전력 부족을 모르고 살아왔다. 원전 덕분에 일본의 야경은 그야말로 황홀하기까지 했다. 색색의 전구를 밝힌 자이언트 휠과 네온사인, 환하게 불을 밝혀둔 건물들로 야경은 마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밭 같았다. 게다가 잘 돼 있는 냉난방 시설까지, 원전의 덕을 톡톡히 보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여기저기서 원전 반대 목소리가 커지더니 급기야 모든 원전을 정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연초에 일본의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다. 수입이 수출을 앞지른 것이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는 발표에 일본 국민은 탄식을 내뱉었다. 에너지 수입이 급격히 증가해 빚어진 결과다. 원전 가동의 중단은 여러 모로 일본 국민의 가계를 주름지게 만들었다.
당장에 전기료가 크게 올랐고, 일부 공장은 보다 더 좋은 환경을 찾아 다른 나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공장 가동 시간을 줄이면서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자 원전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과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일본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한데 이런 이웃 나라의 형편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자니 어째 마음이 답답해진다. 일본이 원전을 가동하든 중단하든 우리나라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싶지만 그게 아니다. 원전정책을 폐지하면 그 불똥이 우리나라로 튈 게 빤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일본은 원전을 줄이는 대신 액화천연가스(LNG)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대체 에너지를 찾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잠깐 일본에 머무를 때 대체 에너지를 찾아 리포팅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니 자꾸만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세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자원 전쟁을 벌이고 있고 최근에는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 않던가. 중국은 북한의 광물자원을 헐값으로 사들이고 있고, 일본 역시 자원전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일본의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더 노골화하는 것 같다. 독도 부근 해역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매장돼 있다. 이는 우리가 앞으로 30년 동안 쓸 수 있는 막대한 양이라고 한다. 그러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더 거세질 듯하다. 독도뿐만 아니라 일본은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에 대해서도 이전과 달리 국민 모금을 통해 섬을 국유화하고 국가가 관리하자는 도쿄도지사의 발언에 국민의 지지가 쏟아지고 있지 않던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역시 자원 확보를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이붓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거액을 들여 그곳에 투자하고, 개발하고 생산하되, 우리 마음대로 그 자원들을 국내로 들여올 수 없는 이상한 구조이기 때문에 정작 우리에게는 그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가 없는 것이다. 한정돼 있는 자원을 미리 선점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주장할 수 있는 우리 거라도 확실하게 지켜야 하지 않을까. 7광구와 독도에 매장돼 있는 가스만 지키더라도 우리는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조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눈 똑바로 뜨고 지켜내야 할 것이다. 백 마디의 구호보다, 백 마디의 분노보다, 실천적 행동과 의지가 필요한 때다.
한 가지 더! 일본 원전 사고를 반면교사(反面敎師)삼아 늘 조심하고 조심해야 하거늘, 최근 알려진 원전 점검과 수리 시스템을 보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늘 모든 일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다. 그것도 확실히 고치면 좋겠지만 그것마저 제대로 된 적이 드물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