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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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영상편지---변기청소

忍齋 黃薔 李相遠 2006. 11. 2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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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기에 너무 아까워 이곳에 올립니다. 김기홍 선생님 감사합니다.




Ωᛯᛯᛯᛯᛯᛯᛯᛯᛯᛯ 김기홍시인의 무지개 영상편지 ᛯᛯᛯᛯᛯᛯᛯᛯᛯᛯΩ
변 기 청 소---

♤♠♤ 2006년 11월 21일(음력 10월 1일) ♤♠♤








사진/산국화-야생화 作









변기청소


글: 김기홍




    어제는 사촌 형님네 조카의 결혼식이 있어 전주에 갔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미리 연락이 된 김다연 시인과 만나 김 시인이 살고 있는 김제에 갔다가 새만금 물막이로 피해를 실감한다는 계화도에 다녀오다 보니 어느새 빗방울을 머금고 어둠이 내렸습니다. 김 시인과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소주도 곁들이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 아쉬움을 남긴 체 익산으로 올라가 전라선 마지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순천에 도착하니 자정이 거의 다 되었습니다.



    아파트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자동화된 기계처럼 고개 들어 집을 바라보니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습니다. 평상시에도 불을 끄지 않고 잠들 때가 많은데 오늘은 내가 집에 내려가고 있다고 전화를 했더니 아마 일부러 불을 켜놓았나 봅니다.



    이불을 덮지 않고 잠든 아이들을 덮어주고 베개를 받쳐준 뒤 화장실에 갔더니 화장실이 환했습니다. 웬일일까 하고 둘러보니 누런 오줌때가 끼어있던 변기가 하얗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밤 열 시가 넘어 집에 전화를 했을 때 큰 아이가 교복 흰 와이셔츠를 빨고 있다고 했는데 옷을 빨고 변기까지 씻은 모양입니다. 흰색 와이셔츠의 목때는 세탁기에서는 빨리지 않아 솔로 문질러 씻는 것을 가르쳐주었는데 이젠 저 혼자서 해결합니다. 물론 내가 집에 있을 때는 아빠가 해주겠지 하는 생각에 안 빨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당장 내일 학교 가야 하는데 아빠가 늦으니 스스로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베란다에 나가보니 와이셔츠 두 개가 하얗게 옷걸이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대로는 마르지 않아 아침에 입을 수 없기에 방안으로 옮겨 걸어놓고 곤히 잠든 아이들을 다독거리며 ‘고맙다. 얘들아’ 속말을 하고선 불을 껐습니다.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자식을 키우며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런 작은 기쁨들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반성문도 쓰는 경우가 많고 설거지할 게 쌓여 있는가 하면 방바닥에 음식물 흘린 것이 붙어 있기도 한데 그럴 때면 아이들 데리고 청소를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바른 일이 아니다. 할 일을 발견하면 누가 말하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해라.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은 소처럼 끌려가서 마지못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불만도 쌓이고 불만이 쌓이면 시궁창 물처럼 마음도 깨끗하지 않다. 그러나 남이 말하기 전 스스로 하는 일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즐거워진다. 그 즐거움은 그동안 하기 싫거나 주저했던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그 용기는 좋은 기운이 되어 마음이 맑아지고 자신은 물론 남들까지도 즐겁게 하지. 남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봉사이며 배려이며 그것이 곧 큰 사랑이야. 아빠가 한 번 잘못을 지적했던 말은 다시는 듣지 않도록 하거라.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야.”



    어제 밤의 여운이 일찍 눈을 뜨게 했습니다. 큰아이는 베란다에 와이셔츠가 있을 줄 알고 베란다에 나갔다 아빠 방에 들어와선 벌써 말라버린 옷을 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중학교 1학년이면 그 정도는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변기 청소 누가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제가요.”

    “아주 잘했어. 항상 그래야지. 얼마나 깨끗하고 좋냐!”

    옷을 차려 입고 나오는 작은 아이도 이젠 제법 옷을 스스로 챙겨 입을 줄 알아 ‘그래그래 그렇게 입는 거야’ 칭찬을 해주곤 아침밥은 짜장밥을 만들어 먹여 학교에 보냈습니다.

    참 좋은 하루의 시작입니다.




    <글 꾸밈: 김기홍 2006. 11. 20>





    
    
    산국화

    詩시 김남주


    서리가 내리고
    산에 들에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찬서리 내려 산에는
    갈잎이 지고
    무서리 내려 들에는
    풀잎이 지고
    당신은 당신을 이름하여 붉은 입술로
    꽃이라 했지요
    꺾일듯 꺾이지 않는
    산에 피면 산국화
    들에 피면 들국화
    노오란 꽃이라 했지요




    김남주


    1946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전남대 영문학과에서 수학했다. 1974년 계간『창작과비평』여름호에 시「진혼가」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 1988년 12월 가석방으로 출소하였다.

    제9회 신동엽창작기금, 제6회 단재상 문학 부문, 제3회 윤상원상, 제4회 민족예술상 등을 받았다. 1994년 2월 13일 췌장암으로 작고하였다.

    시집『진혼가』『나의 칼 나의 피』『조국은 하나다』 『솔직히 말하자』『사상의 거처』『이 좋은 세상에』와 시선집『사랑의 무기』,옥중 시전집『저 창살에 햇살이』(전2권), 산문집『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시와 혁명』등이 있으며,『자기의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아타 트롤』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배경음악 "산국화" - 박치음



    배경음악은 박치음(박용범)교수의 라이브음악 중 김남주 시인의 시에 꼭을 붙인 "산국화"입니다. 박치음 교수는 직접 곡을 만들고 연주하며 노래를 합니다. 산국화가 실린 음반은 자신의 음악활동 25년을 정리한 음반 '소쩍새'. 박치음교수를 쉽게 떠올리려면 1980년대 말 운동권에서 많이 불리었던 "가자가자" "반전반핵가"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소쩍새 음반은 자신의 25주년 기념음반이기도 하지만 장기수 출신의 한학자 노촌(老村) 이구영 선생을 위해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함께 실은 곡들은 사형제 폐지를 염원하며 만든 "이 외로운 별에서" 를 비롯하여 베트남전을 회개하는 "미안해요 베트남" , 그리고 혁누망운, 내사랑 한반도, 목계장터, 정혜사 일기, 우리들의 사랑법, 혁누망운, 평화 있어라 등 실려 있습니다.



    요즘 밭둑이나 산언덕 등에 많은 산국화가 피어 있어 "산국화"를 올렸습니다. 낮고 부드러운 박 교수의 음성에 김남주 시인의 시가 실려 늦가을 산천에 마음에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른 곡들을 듣고자 하는 분들은 다음까페에 있는 제 홈에서 쉽게 들을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본 영상편지는 김기홍 시인의 홈까페에서 배달합니다.

    ♥영상편지 배달은 정기적으로 해야 하나 공사장에서 노동을 하는 관계로 현재 부정기적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영상편지 내용 중 시사적인 부분은 받는 분들과 생각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주위에 영상편지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분이 계시면 메일주소를 보내시거나 소개하시면 전달할 수 있으며 아래에 있는 안내 문구를 클릭하면 다른 내용들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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