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이루는 공동체, 부천 YMCA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1980년 ‘서울의 봄’과 ‘광주민주화운동’을 짓밟고, 체육관 대통령이 되었다.
군사정권에 대한 중심 저항세력이던 대학생들은 전정권 출범을 깃점으로 4. 19. 이래의 산발적 민주화
시위 일변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체제를 모색하는 ‘학습’(의식화 교육)으로 무장하였다.
전두환 정권은 ‘불온 좌경세력’을 박멸하기 위하여 대학교, 사회단체, 교회 등지에 사복 경찰을 잠입시켜 감시, 탄압을 하였다.
나는 1981년에 대학에 입학하였는데, 사복 경찰들과 숨바꼭질하는 기습 시위가 수시로 있었고,
그 해 5월에는 4학년 선배가 도서관 6층에서 “전두환 물러나라”고 외치고 투신하는 신입생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광경도 보았다.
부천YMCA는 1982년 4월 자유시장 근처 산부인과 건물 3층에 비좁은 방 3개, 작은 강당 1개인 둥지를 차리고
조촐하게 시작하였다.
나는 당시에 자취방, 중국집, 야학교실, 성당 등을 전전하면서 ‘학습’하고, 1학년 신입생도 지도하고 있었는데,
대학 안에서 목숨 걸고 ‘운동’할 용기도 부족했지만 골방에서 학습‘만’ 하는 것도 견딜 수 없었다.
어느 날 교회에서 부천Y 창립회원 가입 안내 팜플랫을 보고 찾아갔다가 엉겁결에 ‘대학Y’ 회장을 맡게 되었다.
한국YMCA 목적문을 읽어보니 학생들이 추구하던 이상과 비슷하여 후배들을 ‘학습’시키면서, 지역사회에서
마당극 공연, 세미나, 책자 발간 등을 하였고, 인천Y 등 각 지역Y에도 부천Y 같은 대학생들의 활동이 퍼져나갔다.
대학Y는 별다른 ‘일거리’가 없었던 부천경찰서 정보과의 주목을 받았지만 부천Y의 실무지도력들이
대학Y에 “무엇을 하지 말라”고 요청하였던 기억은 없다.
대학Y는 10여년간 부천지역 학생운동의 구심점이었다.
나는 대학Y를 그만두면서 ‘운동권’을 떠나 사법시험을 치르고 법무법인을 거쳐 인천에서 단독 개업을 하면서
자연스레 인천지역 시민운동에 참여하였다.
그렇지만, 젊음의 치열한 시절을 보낸 부천Y를 잊었을 리 있겠는가.
마침, 대학Y 후배인 이강인 간사가 ‘회원모집운동’을 알려와서 1997년경부터 매년 회원 가입만 하다가,
마침내 2002년에 국제와이즈멘 부천클럽에 가입하여 회원 활동을 재개하였다.
일본이 사실상 조선을 지배하던 1903년에 황성기독교청년회로 출발한 한국YMCA에는 젊은이들이 모여
자주와 개화의 희망을 꿈꾸었다.
한국YMCA는 일제하에서 2. 8. 선언, 3. 1. 운동, 민립대학기성운동, 물산장려운동 등의 중심이었고,
농촌사업을 통하여 지방에 이러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조직화하는데 힘썼다.
한국YMCA는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변화의 물결에서 소외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시민사회단체처럼 ‘화끈한’ 활동도 없다.
그러나,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실제’ 회원으로서 회비를 내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어떤 단체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YMCA는 국내 최고, 최대의 시민사회단체로서 명망가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일반 시민이 중심이 되어,
인기 위주의 단기적 이벤트보다는 장기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
특히 부천Y는 창립 이래로 부천지역 시민운동의 중심을 굳건히 지키고 있고, 지역Y 사상 최초로 여성 이사장을 배출하고,
부천Y의 실무지도력들이 다른 지역Y의 실무지도력이 되는 등, 한국YMCA 안에서도 가장 모범적이고 활발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부천Y의 회원모집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바로 부천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고,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인류 보편의 가치인 생명·평화 공동체를 지향하는 단체를 지지하여 그 단체의 회원이 되는 것이다.
선량한 소시민 대다수는 우리 사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부정부패가 사라지고 통일이 되기를 소망하겠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마음뿐이기 일쑤일 것이다.
그렇지만, 부천Y가 있음으로 인하여 그 회원으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소망을 이루는 데에 참여할 수 있으니,
어찌 회원카드에 이름 쓰고, 형편껏 소액을 기부하는 작은 정성마저 아끼겠는가.
(부천Y 소식지인 광장지에 실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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