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비즈니스'라는 거짓말
"산에 갔다 내려와서 마시는 막걸리가 10만원짜리 와인보다 훨씬 달더라." "좋지 않나. 자전거 타면 환경도 보호하고 건강에도 좋고." 와인 마시고, 골프 치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요즘은 자전거 타고, 산에 다닌다. 불황에 따른 접대 문화의 변화, 건강에 대한 관심에 더해 세계적인 '친환경' 열풍이 한몫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전 세계적인 '그린 캠페인'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운동이 가장 멋진 레저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열풍은 또 다른 고민을 가져온다. 어느 자전거는 우주선용 금속을 썼기 때문에, 어떤 자전거는 독일 명차 마크가 붙어 폼난다는 이유로 사야 한다. 10만원짜리가 금세 수백만원대로 넘어간다. 소형차에서 중형차, 다시 대형차로 자동차 덩치를 키우던 시대의 논리 그대로다.
산을 즐기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한국 중년의 캐주얼 의류는 '잭 니클라우스' 같은 골프의류에서 요즘은 '노스페이스' '코오롱 스포츠' 같은 등산복 브랜드로 옮아갔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은 뭐든지 '첨단'을 좋아하여, 고기능성 섬유인 고어텍스 섬유 총소비량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1인당 소비량으로는 세계 1위다. 청계산 언저리를 등반하는 이들까지 초모랑마라도 등정할 태세를 갖추니, 당연한 일이다. 합리적인 가격이었던 외국 브랜드들은 한국에서는 초고가 정책으로 선회했다.
이런 현상은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다. '1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며 해외 디자이너들이 만든 친환경 장바구니는 비싼 건 500달러짜리도 있다. 이런 걸 들어야 '환경까지 생각하는 멋쟁이'란 얘기를 듣는 건, 미국이나 유럽이나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이제 좀 솔직하게 말할 때가 된 것 같다. 뉴욕타임스의 표현대로 우리는 '친환경으로 살기(being green)'가 아니라, '친환경 물건 사기(buying green)'에 흠뻑 빠져 있다고. '있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젠 '소박하게 보이기 위해' 돈을 펑펑 쓰는 시대가 된 것이다.
'친환경'이란 키워드가 인류문제를 풀 궁극의 답은 아니라는 주장은 소수의 목소리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제번스 패러독스(Jevons Paradox)라는 말이 있다.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1835~1882)는 1865년에 쓴 저서 '연료 문제(The Coal Question)'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기술 발전으로 석탄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면 단기적으로는 석탄을 적게 쓰게 되지만, 수요가 줄어 석탄값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석탄을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던 이들이 싼 가격의 석탄으로 몰리게 돼 결국 석탄 소비가 더욱 늘게 된다." 이후 많은 학자와 연구기관이 이를 입증하는 연구를 냈다. 물론 이런 이유로 '저탄소' 정책을 버릴 이유는 없지만, 그런 정책이 100% 완벽한 답일 수도 없다는 얘기다.
같은 논리로 '그린' '친환경' '그린 라이프스타일'이란 단어 역시 유일한 가치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거기에 '성장' '초일류 국가'까지 덧붙이는 건 사실 정치인들이나 기업가들의 '꾐'에 불과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 성장' '세계일류 녹색선진국 건설'이라는 휘황한 구호를 내걸었지만, 이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제대로 펼 것이라 믿는 사람은 적다. 어떤 이들은 운하 만드는 '토목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바닥 다지기라고 믿고 있다.
사실 친환경기술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친환경정책이란 결국은 막대한 기업비용과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말한다. 그걸 감내할 생각이 없으면서, '녹색 성장'을 떠드는 건 '500달러짜리 친환경백'처럼 허황한 일이다. 진짜 친환경 삶이란, 이기(利器)에 맡겼던 몸을 더 불편하게 만들고, 돈줄로 생각했던 자연을 두렵게 보는 일에서 출발한다. 환경을 보호하면서 더 잘살게 되며, 나아가 그런 기술로 다른 나라까지 압도하는 일 같은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일 것이다.
- 박은주·엔터테인먼트부장
'4. ETIC > 41_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국내의 모든 신문을 매일 볼수가 있어요!^*^ (0) | 2009.06.13 |
---|---|
아기 낳는 법을 잊어버린 세대 (0) | 2009.06.03 |
The Smart car .... (0) | 2009.05.13 |
[스크랩] 꿈으로의 초대....이수동 (0) | 2009.05.12 |
변호사 불황 (0) | 2009.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