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2_한국역사

한·일 역사 공동연구

忍齋 黃薔 李相遠 2010. 3. 24. 14:09
반응형

한·일 역사 공동연구  

일본 고대 역사책 '일본 서기'에는 '진구(神功)왕후 삼한(三韓) 정벌'이라는 설화가 나온다. 3세기 진구왕후가 신라를 정복해 신라왕을 '말 사육인'으로 삼았고, 이 소식을 듣고 제 발로 항복해 온 백제왕과 고구려왕을 '마름' 삼았다는 것이다. 전혀 근거없는 얘기지만 조선 식민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한 이론을 찾는 데 골몰했던 일제 어용사학자들에겐 이만한 호재(好材)도 없었다.

 

도쿄제대 교수 스에마쓰(末松保和)는 엉터리 사료들을 그럴듯하게 꿰맞춰 '임나일본부설(說)'이라는 걸 완성했다. 고대 일본이 가야를 정벌해 '임나일본부'라는 통치기관을 두고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주장이다. 일제는 이 실없는 얘기를 통해 자기네끼리는 우월감을 나눠갖고, 한국인들에겐 "너흰 1500년 전 이미 우리 식민지였으니 꼼짝 말라"며 기를 죽였다.

 

2기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어제 낸 최종 보고서에서 '임나일본부설은 사실과 다르다'며 공식 폐기를 선언했다. 2007년부터 34명이 공동연구를 진행해 24개 주제를 놓고 67차례 회의를 이어온 열매 가운데 하나다. 식민사관의 간판 하나가 사라지는 데 광복 후부터 따져도 65년이 걸렸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나 싶으면서도 양국 학자가 가슴을 열고 대화하면 안 될 것도 없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본다.

 


나폴레옹의 독일 침공(1806년) 이래 네 차례 전쟁을 치른 독일과 프랑스는 2006년 처음 고교용 공동 역사교과서를 냈다. 2003년 독·불우호조약 체결 40주년 기념 양국 청소년의회에 참가한 550명의 고교생들은 두 나라가 진정한 친선을 다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국(自國) 중심으로 치우친 역사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들은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을 자기네 총리와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양국 정상과 기성세대가 그에 화답했다.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2001년 양국 정상이 먼저 합의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정치주도적이다. 이 연구가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으로까지 이어지는 데엔 또 수많은 가시밭이 있을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독도나 종군위안부, 한일 강제병합의 불법성 문제 등은 아예 다뤄지지도 못했다. 잘못된 역사인식의 첫번째 피해자는 바로 내 자식이 될 수 있다는 자세로 겸허하게 과거를 돌아보며 한발 한발 나아가길 기대한다.

 

   

  - 김태익 논설위원 tikim@chosun.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