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나 이렇게 결혼 했다.ㅎ.

따르릉,따르릉!!!

"숙녀복팀입니다."

"안녕하세요.전 박용섭인데 최영돈씨 좀 부탁드립니다."

"지금 외출해서 안계십니다."

"그래요,저 혹시 최순희씨세요"

"어떻게 알아요."

"영돈이한데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해서 30분정도를 전화기를 붙잡고, 허튼소리도하고,

"노래도 잘합니다 한번 들어보실래요,

"그대고운 목소리에 내마음 흔들리고,

나도모르게 어느새 사랑하게되었네~~~~~

"노래 잘하죠,"

 

외출해준 친구에게는 고맙기도하고, 원래 친구에게 전화를 하기보다는

당차고 뚱뚱하다는 사무실 여직원에게 내심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뚱뚱하단 이야기는 나의 이상형에 가깝습니다.

친구들이 "용섭인 특이해"

대학을 다니면서 여러번 미팅을 나가면

"넌돈도 필요없고, 자리만 빛내주라" 합니다.

사실 내게는 킹카인 그녀는 친구들에게는 폭탄인 것이다.

가장 확실하게 폭탄을 제거해주고, 분위기도 이끄는 나는 친구들사이에 인기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보름정도를 전화만으로 통화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저 최순희씨 저 궁금하지 않아요, 전 되게 궁금한데 우리 심심풀이 땅콩

먹는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퇴근하면서 만날까요."

"그러죠"

"그래요,그럼 어디서"

"저희 사무실아시니까, 로비에서 7시에 뵈요."

"네,"하곤  "야호~" 쾌재를 부릅니다.

 

그러나 정작 2시간을 기다려도 그녀는 나오질 않는다.

사무실 전화만 알고 핸드폰이 없던시절이기에 연락할길도 없기에

집으로 갑니다.

버스를 타는데 "용섭이 이제 퇴근하냐" 눈을 들어보니

아버지가 빈자리를 권하며 반깁니다. 심드렁한 내게 아버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지만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고, 아버지와 버스에 내려서 소주도 한잔했습니다.

 

다음날 출근도장을 찍자마자,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합니다.

"최순희씨 그렇게 안봤는데 몹시 나쁜 분입니다. 나오지 않을거면 약속을 하지마시지

누굴 바보인지 테스트하시냐고, 저 화 많이 났습니다."

"저~ 그게 아니고, 선뜻 나가기가 뭐해서요"

"알았습니다. 두번 다시 전화하지 않겠습니다. 잘 사십시요"

"저~죄송한데 오늘 다시 만나요."

"약속하면 뭐해요, 또 안나올거면서, 됐습니다"

"오늘은 정말 나갈께요"

"그래요, 그럼 오늘은 시청앞 버스정류장에서 뵈요. 서로 얼굴도 모르니

인연이 되면 서로를 알아보고,찾을것이고 아니면 지나치겠죠

그리고, 만약 만난다면 먼저 아는척한 사람에게 저녁을 사기로 해요."

"알았어요."

 

심드렁해서 전화를 끊고, 하루를 정리할 퇴근 시간에 나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 끝에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3월이라 버스정류장에서 오래 기다린다는것이 춥기도하고,

별 기대없이 나가서인지, 정류장에서 기다리며 눈치를 보는 약간은 통통한

여자분께 "저 혹시 최순희씨"

"아니데요"

"아~예"

두번정도 실수를 하고 그녀가 나올법한 사무실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배시시웃으며 걸어오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고,느낌에 "저여자다"

나도 다가가 "저 혹시 최순희씨"

"네. 박용섭씨세요"

"예 맞습니다"

 

우린 그렇게 만나서 북창동 고기집으로 들어가 갈비를 시켰고,소주도 한병 시켜서 마셨고.

예전에 알던 사람들처럼 그렇게 첫 만남을 가졌고,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주니

그녀가 어제 미안했다며 집근처에 맥주집에서 맥주와 오징어 안주에 한잔을 산단다.

처음보는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것처럼 살도 많이 안찌고, 오징어를 씹는 모습은 영 아니였다.집에 왔다.

출근해서 "어제 고마웠다"고 전화를 하고 "오늘도 뵈요"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예의상

하는 내 짓거리에 우습기도 하고, 전화만하지 뭐 궁금하다고 ....

그후론 우리는 거의 매일 난 그녀의 집을 바래다 주는 퇴근남이 되었고,

내가 해외로 출장을 가는 날이 아니면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와 퇴근을 함께 했습니다.

 

그런 만남이 지속되다가, 결혼을 결심하게되는 동기가 있나 봅니다.

사랑하는 순희씨는 경상북도 대구 아가씨입니다. 서울까지 올라와 저를 만난것에 대해 늘 감사하고 있는데,

순희씨의 친구들이 사귀고 있다는 남자를 보고 싶다는 말에 흔쾌히 대답을 하고 날을 잡습니다.

 

당일은 날이 너무도 좋은 봄날의 어느 토요일이였습니다. 날짜까지는 정확하겐 모릅니다.

난 분명하게 2시 기차편으로 대구를 가야하기에 멀리가는 일은 다른분에게 맡기시라고

임이사님께 당부겸 부탁을 드렸습니다만 불행하게도 그일은 나를 찾습니다.

전에도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삐삐는 있으나 핸드폰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토요일 근무는

당연시되는 그런 시대였습니다.

 

사무실은 쁘렝땅백화점의 24층에 있었고 -을지로1가- , 항공권을 가져다줘야하는곳은 강남역근처의 역삼방향의

 허바허바사장의 그 건물이였습니다. 아무래도 제시간을 맞추지 못할지도 모를것 같아, 임이사님에게

다시한번 약속을 이야기했으나 거절되고 대신 그 일이 끝나면 바로 퇴근하라는 베려아닌 베려로

시간을 단축하는 길 밖에는 달리 없기에 택시로 지하철로 발만 동동 구르며 쌔가 빠지게 달리고

계단을 날아다니고, 항공권을 전달하곤 뒤도 안보고 서울역을 향해 달려갑니다.

 

혹여나 시간을 줄여보려고 탄 택시는 토요일 정오의 강남길은 도무지 움직임이 없어 기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지하철로 뜀니다. 시계를 보지만 아슬아슬 닿을것도 같아 일말의 기대감을 앉고 지하철에서도 달립니다.

지하철이 서울역에 당도해서는 오직 기차 탑승구를 향해 온힘을 기울려 우사인볼트는 저리가라고하며

죽을 힘을 다해 달리니 주머니에서 뭔가가 떨어지는데도 중요한것이 아니면 쳐다보고 그냥 달립니다.

 

도착하여 표를 보여주니 지금 막 출발하였다고 합니다 -혹시나하여 두장의 표를 한장씩 나누어 가지고 있었습니다-

플랫폼에서 떠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는 난 정말 미치도록 내가 사랑하는 일을 후회했으며, "임이사 개00"를 시작으로

엄청 욕을 해 댔습니다.

 

이젠 어쩌나? 잠시 고민하고, 다음에 출발하는 대구행 기차를 알아보니 40분 뒤에 있다고 하였으나

그녀를 실어간 그 기차는 새마을이고, 내가 타야할 기차는 무궁화여서 대구역에 내가 그녀보다 적어도

 2시간 후에나 도착이 되지만 그녀를 믿는다기보다는 그냥 가는것이 나을듯하여 갑니다.

전 대구에 아무런 연고가 없습니다.갔다가 되돌아오더라도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는 동안 어쩌나 지갑도 다시 보고, 화장실에서 세수도하고,점심도 도시락을 사서 먹기도하고

별의별 상상도 하며 기차가 가는대로 내뜻과는 상관없이 그냥 길을 갑니다.

 

잠시 후 대구를 알리는 기장님의 안내방송이 나오고 전 힘없이 내립니다. 모두가 다 빠져 나가고

제가 끝인듯이 개찰구를 빠져 나갑니다. 그때 멀리서 순희씨가 보였습니다. 아니 순희씨가 있는 그곳엔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안보이고 마치 영화에서 나오면 희미하게 주변을 비추고, 주인공만 드러나게하는

그런 장면이 내게도 연출되면서 전 달려가 순희씨를 안습니다. 그리곤 다짐합니다

"그래 이 여자다" 

제가 결혼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이 순간이였습니다.

 

"왜 이제와" 나 "늦었네"란 말은 필요가 없었고, 그저 믿음이란 말 밖에는 달리 드릴 말이 없습니다.

우린 그렇게 만났고, 다소 늦게 친구들을 보러 갔으며, 저녁도 먹고, 나이트 클럽엘 남친들도 함께 모여가고,

결혼한 순희씨 친구집에 우르르 몰려가 밤을 새우는 그날이 있기에 전 순희씨를 사랑하고, 너무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한번의 위기도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한자리에서 자기를 너무 제외시켜놓는다며

"친구를 선택하던지 자기를 선택하던지 해"

전 이 말이 너무도 아팠습니다. 눈물이 나면서

"최순희씨 이제 당신이 제 안에서 싹트고 있는데 순희씨 속에 저는 없는가봐요"하고 엉엉 울었다.

결코 어느것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을것을 약속하고,

 

제 월급통장과 주택청약통장을 그녀에 주며

"우리 결혼해, 더 이상 이별하는게 너무 싫어 당신과 함께 한다면 세상 살이가 좀 더 나을것 같고, 열심히 잘할께"

그리곤 우리가 만난지 3년째가 되는 해인 1993년 3월 8일 우린 헤어지는게

너무나도 싫어서 함께하는 새로운 삶의 형식을 갖추었습니다.

 

결혼하고 우린 정말 열심히 살아서 5년만에 자그마한 아파트도 장만하고,

두 딸과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면 싸움도 없을 줄 알았는데, 사는건 다르네요. 투다투닥 다툼이 있어도

날 가장 잘아는 아내 순희씨가 있어서 매일 행복하고 고마워 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ㅎ.

출처 : 세계를 보는 창

글쓴이 : 박용섭 원글보기

메모 : 대구아가씨들 확근하지. 군복무, 내 각시도 만난곳이고. 제대하고 사업도 했던 곳이라 용섭이의 대구역 인생역사가 마치 눈앞에 펼쳐지는것 같구나. 사랑은 순간이고 찰라이긴 하지만 그 사랑이 추억속에 스며들면 영원하게 남게되는것 같아. 용섭이의 대구행 열차의 사랑처럼 하하하 늘 행복하거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