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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umanities/22_한국역사

[펌] 애국지사 묘역에 묻힌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의 실체

忍齋 黃薔 李相遠 2015. 8. 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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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jeongrakin.tistory.com/3148

1인미디어 정락인닷컴 2015/08/15 12:14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는 일제에게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의병활동과 독립투쟁을 하다가 돌아가신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들이 안장돼 있다. 그런데 이곳에 독립운동가의 공적을 가로챈 가짜가 안장돼 있다. 어떻게 가짜가 버젓이 애국지사 묘역에 묻혀 있을까. 한없이 부끄럽고, 기가 막힌 그 내막을 추적했다.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돼 있는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의 묘와 사진. 지난 12월에 사망한 부인과 합장돼 있다.

 

가짜 '김정수'와 진짜 '김정범 선생' 

 

지난 1909년 평안북도 영변에서 출생한 김정수라는 인물이 있다. 국가보훈처는 그가 항일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참의부등에서 항일투쟁 활동을 했다며 1968년에 건국 훈장 애국장(현 독립장, 3등급)을 수여했다. 김정수는 1980년에 사망한 후 서울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묻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2009년에 김정수와 거의 유사한 공적으로 김정범이라는 인물이 새로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은 것이다. 김정범은 1899년 평안북도 초산 출신이다. 1920년대 만주지역의 대표적인 항일조직인 통의부, 참의부에서 활동했으며 군자금 모집과 친일분자 척결에 나서다가 1932년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김정범은 신의주지방법원에서 치안유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10년을 선고받고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 중 810개월의 옥고를 치른 후 19416월 가출옥했다. 정부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2009년 건국훈장 애국장(4등급)을 추서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인물이지만 같은 공적을 갖고 독립운동가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둘 중 하나는 가짜라는 뜻이다.

  


@짜 독립운동가들과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돼 있는 가짜 김정수. 묘역의 위치도 좋고 묘역에서 보면 멀리 서울 도심이 보이는 명당자리다.  

 

누가 가짜고, 누가 진짜일까? 평북 영변 출신의 김정수가 가짜고, 평북 초산 출신의 김정범 선생이 진짜 독립운동가다. 가짜 김정수가 김정범 선생의 공적을 가로채 1968년에 훈장을 받았고, 보훈처는 그로부터 41년만인 2009년에 김정범 선생에게도 훈장을 추서했다.

 

즉 보훈처는 동일한 공적에 이중포상을 한 셈이다. 진짜에게 훈장을 줬다면 가짜의 서훈은 취소하고, 현충원에서 파묘하는게 맞는데도 보훈처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김정수는 지금까지 35년 동안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됐을 뿐만 아니라 유족들에게는 매달 수 백 만원의 보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엄청난 세금 낭비다. 김정수는 또 다른 가짜 독립운동가와도 깊게 연결돼 있다.



진짜 독립운동가 공적 가로채 애국지사로 둔갑

 

이제부터가 아주 흥미진진하다. 지난 1998년 국가보훈처는 애국지사 묘역에 묻혀있던 가짜 독립운동가 김진성을 파묘하고, 그 자리에 진짜 독립운동가인 김진성 선생을 안장했다. 가짜 김씨가 애국지사로 둔갑한 것은 1968년이다.

 

김재원이라는 여인이 자신의 아버지가 항일 독립운동을 했다며 독립투사로 지정해 달라고 했고, 정부는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했다. 1950년에 사망한 가짜 김진성은 이와 함께 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역으로 이장됐고, 유족에게는 매달 연금이 지급됐다.

 

국가보훈처는 '진짜 김진성'의 후손이 나타나자 1998년 묻혀 있던 '가짜 김진성'을 파묘한 후, 그 자리에 진짜 애국지사인 '김진성 선생을 안장했다. ‘가짜 김진성진짜 김진성 선생의 공적을 가로 챘던 것이다. 이로써 진짜 김진성 선생48년 만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됐다.

 



 

만약 한국과 중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았다면 가짜는 지금까지 애국지사 묘역에 묻혀 있을 확률이 높다.

 

1946년 김진성 선생이 중국으로 건너간 후 한중 사이에는 국교가 없어서 선생은 물론 자손들도 한국에 들어올 수가 없었다. 그러다 1992년 한중수교가 이뤄지면서 왕래가 시작되자 이듬해 19939월 선생의 장남 김세걸씨가 국가보훈처에 부친의 독립유공자 포상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가짜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미 누군가가 부친의 공적을 가로채 이미 훈장을 받아갔던 것이다. 그게 바로 가짜 김진성이었다. 대개의 가짜는 호적을 위변조 한 후 실제 인물과 똑 같거나 혹은 비슷하게 만든 후 여기에 애국지사의 항일투쟁 공적을 가로채 독립유공자로 둔갑하는데, 가짜 김진성도 이와 비슷한 방법을 이용했다. 중국이나 북한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의 기록이나 후손들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가짜로 드러나 파묘된 '김진성'과 '가짜 김정수'는 형제관계

 

그렇다면 가짜 김진성과 또 다른 가짜 김정수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두 명의 가짜들은 형제관계다. ‘가짜 김진성의 묘비 뒤에 김득봉’ ‘김현종’ ‘김득룡이 조카로 나와 있는데, 가짜 김정수의 묘비에는 세 사람이 아들로 올라가 있었다. 그러니까 가짜 김진성(1913년생)은 가짜 김정수(1909년생)의 동생이었던 것이다.

 



 

가짜 김정수의 실체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은 진짜 김진성 선생의 장남 김세걸씨다. 그가 우연히 가짜 김정수묘비 뒤를 봤더니 가짜 김진성의 조카들이 여기에는 아들로 올라가 있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세걸씨가 묘비 관리원에게 여기에 제사드리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여기서도 제사지내고 저 위에 가서도 지내더라는 말을 듣게 된다.

 

김세걸씨가 국가유공자 공훈록에 올라있는 김정수의 공적을 보니 김정수는 정범이라는 이명(다른 이름)으로 활동했다고 나와 있었다. 그때서야 가짜 김정수진짜 김정범 선생의 공훈을 가로챘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 것이다.

 

김정수가 가짜라는 근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김정수의 공훈록을 보면 그의 독립운동 기록은 ‘193328일자동아일보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 김정범 선생의 공훈록에도 이와 같이 동일하게 기록돼 있다. 필자가 당시 동아일보 기사를 확인해보니 제목이 참의부원 김정범 공판으로 돼 있었다. 김정범 선생이 일본 경찰에 체포된 후 재판에 넘어가 검사가 10년 징역을 구형했다는 내용이다.

 


@가짜와 진짜의 공훈록에 독립운동 근거로 기록된 1933년 2월8일자 동아일보 기사. 여기에 '김정수'라는 이름은 전혀 언급이 없다.

 

이 기사에서 주목할 점은 김정수라는 이름은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판은 실명으로 하기 때문에 김정수김정범으로 잘 못 적은 것도 아니다. 즉 같은 신문기사를 독립운동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것은 김정수가 아니라 김정범 선생의 공판내용이며, 이것만 봐도 김정수가 가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앞서 나온 동아일보 1932년 10월1일자 관련기사에도 '김정범 선생'의 실명으로 독립운동하다 체포됐다고 나와 있다. '김정수'라는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그가 이명으로 활동했다면 재판기록 등에는 기록이 돼 있어야 하지만,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

 



 

 

독립운동가 공훈록에 있는 '가짜 김정수'와 '진짜 김정범 선생'의 사진을 비교해 보자. 한 눈에 봐도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확연하게 할 수 있다.

 



 

필자는 가짜 김정수의 가족들과도 접촉했다. 지난해 1118일쯤 김정수의 미망인인 성두연씨와 어렵게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아래는 성씨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기자 : 김정수가 '김정범'이라는 이름으로 독립운동을 했었나?

=성씨 : 글쎄요 모르겠어요. 나는 뭘 모르니까는 그때는 이름을 하루 열두 번도 더 바꿨다고 그럽디다.

 

-기자 : 김정수가 항일투쟁을 한 것은 맞다는 말인가?

=성씨 : 중국에서 했데. 중국.

 

-기자 : 김진성이라는 이름을 들어봤나?

-성씨 : 모르지요, 그때, 내가 뭐를 알아요, 아무 것도 모르지. 

 

성씨는 필자와 통화한 후 약 한 달 만인 1222일 사망했고, 현재는 현충원에 있는 가짜독립운동가이자 남편인 김정수와 합장한 상태다. 당씨 성씨와의 대화는 녹취가 된 상태이며, 고령이었지만 목소리는 또박또박 했다. 위 인터뷰에서 보듯이 성씨는 남편인 김정수의 독립운동 사실 등에 대해 자세히 답변하지 못했다.

 

가짜 김정수 가족, 보훈연금 매달 200만원씩 받으며 특혜 누려

 

현재 가짜 김정수의 가족 등에게는 매달 200만원이 넘는 독립유공자 보훈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김정수의 경우 미망인 성씨가 사망하면서 연금은 아들에게 승계됐다. 연간으로 따지면 2400만원이 넘는다


여기에다 취업, 교육, 공공시설과 의료 등 각종 혜택을 받고 있다. 독립유공자로 등록된 1968년부터 받고 있으니 돈으로 단순 환산해도 억대가 넘는다.

 

국가유공자의 심사와 서훈, 연금이나 지원 등을 관리하는 국가보훈처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애국지사 김진성 선생의 장남인 세걸씨가 수차례 관련 민원을 제기하고, 보훈처에 직접 전화해서 이런 사실을 정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도 보훈처는 그때마다 보훈처는 확인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정수가 가짜라는 의혹이 있는데도, 제대로 확인해서 조치할 생각은 하지 않고 민원을 귀찮게만 생각했던 것이다.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는 필자가 팩트TV에 잠시 재직할 때인 지난해 111차로 단독 보도했었다. 당시 필자는 국가보훈처의 공훈심사과 관계자에게 가짜 김정수 의혹을 규명해서 조치를 취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어봤다.

 

-기자 : 애국지사 묘역 181번에 묻혀있는 '김정수'가 가짜라는 의혹이 있다. 알고 있나?

=보훈처 : 그런 얘기를 저희한테 제기하신 분이 계시다.

 

-기자 : 이와 관련해서 보훈처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

=보훈처 : 저희가 지금 관련 자료들을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다. 자료들을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자료가 옛날 자료들이다. 그 자료들을 찾고 확인하고 하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가짜 여부를 확인하는데 얼마나 걸리나?

=보통 포상 심사를 신청해 가지고 확인하는 시간까지 말씀드린다고 치면 보통 6개월 정도 조사기간이 걸린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지금이 8월인 것을 감안하면 보훈처 관계자가 말한 ‘6개월이 지나도 한참 지났다. 그런데도 보훈처는 계속 확인 중이라는 답변만 하고 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가짜라고 확인하는 게 8개월이 넘게 걸린다면 대한민국 행정처리에 문제가 있거나, 보훈처가 일을 안 하고 있다는 것밖에 안 된다.

 

가짜 독립운동가를 진짜로 둔갑시켜 애국지사 묘지에 안장한 것도 모자라 세금으로 가짜 유족들에게 수 백 만원의 연금까지 지급하고 있는 보훈처. 이들이 도대체 어느 나라의 공무원들인지 묻고 싶다.

 

 

독립운동가 등록된 나머지 일가 3명도 가짜 가능성 높아 

 

그런데 가짜 독립운동가김진성-김정수 형제가 끝이 아니다. ‘35이 독립유공자로 올라있는데, 이중 1(김진성)은 가짜로 판명돼 파묘됐고, 1(김정수)는 필자의 취재 등에 의하면 가짜가 확실하다. 5명 중 2명이 가짜다.

 


 @가짜 김정수의 가계도. 1가 5명이 독립운동가로 공훈록에 올라있고, 이중 1명은 가짜로 판명돼 파묘됐고, 1명(김정수)는 가짜가 확실하다. 나머지 2명도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여러 근거 등을 종합하면 현재 독립유공자로 등록돼 있는 김정수의 할아버지 '김낙용(1860년~1905), 김정수의 아버지 '김관보(1882~1924), 김정수의 큰아버지 '김병식(1880~미상)' 또한 가짜 독립운동가일 확률이 높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 여기에 가짜 독립운동가가 버젓이 애국지사 묘역에 묻혀있고, 국민의 세금으로 연금까지 타가며 호의호식하고 있다. 이것이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서울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81번에 묻혀 있는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 우리는 언제까지 가짜를 저 곳에 묻어둬야 할까?

 

- 이런 모든 사실을 밝히기 위해 온 몸을 던진 애국지사 김진성 선생의 장남 김세걸 선생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이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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