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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6년’에서 광주학살 최종책임자를 겨눈 저격수의 ‘거사’는 성공한 거야? 실패한 거야?”
지난 9월28일 마지막회 ‘마른 잎 다시 살아나(3)’가 실리며 관심 속에 막을 내렸을 때, 누리꾼 사이에서 자그마한 논란이 일었다. 저격수의 마지막 탄환의 최종방향이 밝혀질 것을 기대한 누리꾼들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사격선수 출신의 저격수 심미진이 주차타워에서 대머리의 발포명령 최고책임자를 향해 총구를 겨눈 채 끝을 맺었기 때문이다. ‘성공’이냐 ‘실패’냐 논란이 일었다.
인기만화가 강풀(본명 강도영)의 ‘26년’은 경찰관 권정혁, 건달 곽진배, 조각가 이치영, 사격선수 심미진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 참여했던 부모를 잃은 공통점을 지닌 주인공들이 당시 학살의 책임자를 ‘사적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마지막회에서 당시 계엄군으로 시민군을 죽인 죄책감에 시달려온 대기업 회장 김갑세(47)는 당시 최고책임자의 흉상과 함께 자폭하는 것으로 사죄했고, 거사 성공의 열쇠를 쥔 심미진은 책임자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을 뿐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그림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 만화’로 ‘5.18’ 관련자들이 생존해있는 상황에서 ‘26년’의 결론은 독자에게 열린 상태로 마무리되었다. 이유는 뭘까?
강풀 “계획의 실패나 성공보다는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기억되고 싶었다”
강풀이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13일 ‘26년’의 뒷이야기를 통해 궁금증에 대해 답변했다. “열린 결말이라는 구조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이 만화가 ‘그 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아픔을 갖고 살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기억되기를 원했다”며 “좀더 확실한 결말을 바랐던 분들이 많았지만, 이것이 가장 최선의 결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만화를 기획할 때부터 확실한 결말, 모종의 계획의 실패냐 성공이냐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며 “그것이 실패여서 ‘그 계획이 끝내 실패하는 스토리’ 혹은 성공이어서 ‘그 계획이 끝내 성공하는 스토리’ 같은 문장으로 이 만화가 기억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한겨레> 인터뷰에서 밝혔듯 “거사의 성공이냐, 실패냐를 떠나 독자들이 5.18을 기억하게 됐다는 사실과 대중만화가도 금기시되는 소재를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에 의미를 둔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많은 사람들이 5.18을 기억했으면 했어요.”
5.18 피해자 가족들의 복수극의 성패 여부가 드러나지 았지만, 대신 여운은 깊다. 많은 이들이 (성공하지 못해 아쉽지만)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고, “5.18을 기억하게 해줘 고맙다”는 댓글을 남겼다. “광주민중항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미 지난 과거로만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 일로 인해 아파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심기훈), “학교에서 역사 얘기를 할 때면 다 지난 일인데 뭐~ 라는 생각으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만화를 통해 아픈 역사를 알게 됐다. 감사한다”(피노키오), “새로운 세대에겐 잊혀진 기억으로 남아있는 오월 그날들의 기억을 현재형으로 되살아나게 한 강풀님께 감사드린다. 모두에게 실존하는 오월, 계속되는 오월이었으면 한다”(lam93), “강풀의 26년 만화를 보게 된 후 새삼 5.18이라는 날짜가 달라보였다”(happy)며 결망의 아쉬움보다는 작품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뒀다. ‘푸른바람’은 “이제 그만 묻어버리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책임자 처벌을 떠나 그날의 진실을 향해 가는 발걸음을 멈추어서는 안된다”며, 5.18의 진상이 규명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강풀의 솔직한 고백 ‘감동스럽다’ 좋은 작품 기대한다”
‘그날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실존하고,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작품인 탓에 강풀은 작품에 임하는 자신의 태도와 자세가 다른 작품 때와는 달랐다는 사실도 작가는 고백했다. 강풀은 “허영만 선생은 ‘만화는 발로 그리는 것이다’, 이두호 선생은 ‘만화는 엉덩이로 그리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번 ‘26년’을 그리면서 절실하게 가슴에 와닿았다”며 “그 말은 만화를 위한 자료조사를 게을리하지 않고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 느끼며 발로 뛰어 보라는 것, 그림을 그릴 때는 꾸준하게 한 자리에 붙어 앉아서 인내를 갖고 노력해야만 좋은 만화가 나온다는 뜻이었다”는 사실을 26년을 연재하면서 깨달았다는 것이다.
너무 심혈을 기울었던 탓일까. 하지만 애초 1주일에 2회씩 연재하기로 했던 계획은 연재가 진행되면서 종종 미뤄졌다. 마지막회 역시 9월25일께 연재될 예정이었지만, 업데이트는 3일이 지난 28일에 했다. 그는 연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26년은 늑장 업데이트의 최절정이었다. 많은 원고 분량과 그림의 퀄리티, 매 회당 긴장감과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26년을 시작한 이후로 단 하루도 놀거나 쉬느라 연재를 늦춘 적이 없다”고 마감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또 “마감이 늦어질 때마다 누구보다 더 내 자신이 초조하고 답답했지만 ‘독자분들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내가 진짜 재미있는 만화로 보답해줄께. 좀더 늦더라도 재미있는 만화를 보여줄께’라고 다독였다”며 “만화보다는 스토리에 치중하는 스타일이었는데, 26년을 연재하면서 단 한 컷이라도 잘 그리려는 생각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고 연재기간 5개월 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내년 봄 순정만화 시즌 3으로 다시 인사드릴 생각”
그는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도 소개했다. 오는 11월11일 7살 연하의 연인 김혜정씨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그는 당분간 휴식 겸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내년 봄께 ‘순정만화 시즌 3’으로 독자들에게 인사할 예정이다.
“만화를 그리는 것이 행복합니다. 그 모든 이유는 만화를 읽어 주시는 여러분 덕분입니다. 특히, 이번 26년은 더욱 그 의미가 컸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만화 그리는 일이니 그저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만화로 보답 드리겠습니다. 이제는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오겠습니다. ”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지난 9월28일 마지막회 ‘마른 잎 다시 살아나(3)’가 실리며 관심 속에 막을 내렸을 때, 누리꾼 사이에서 자그마한 논란이 일었다. 저격수의 마지막 탄환의 최종방향이 밝혀질 것을 기대한 누리꾼들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사격선수 출신의 저격수 심미진이 주차타워에서 대머리의 발포명령 최고책임자를 향해 총구를 겨눈 채 끝을 맺었기 때문이다. ‘성공’이냐 ‘실패’냐 논란이 일었다.
인기만화가 강풀(본명 강도영)의 ‘26년’은 경찰관 권정혁, 건달 곽진배, 조각가 이치영, 사격선수 심미진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 참여했던 부모를 잃은 공통점을 지닌 주인공들이 당시 학살의 책임자를 ‘사적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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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회에서 당시 계엄군으로 시민군을 죽인 죄책감에 시달려온 대기업 회장 김갑세(47)는 당시 최고책임자의 흉상과 함께 자폭하는 것으로 사죄했고, 거사 성공의 열쇠를 쥔 심미진은 책임자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을 뿐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그림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 만화’로 ‘5.18’ 관련자들이 생존해있는 상황에서 ‘26년’의 결론은 독자에게 열린 상태로 마무리되었다. 이유는 뭘까?
강풀 “계획의 실패나 성공보다는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기억되고 싶었다”
강풀이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13일 ‘26년’의 뒷이야기를 통해 궁금증에 대해 답변했다. “열린 결말이라는 구조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이 만화가 ‘그 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아픔을 갖고 살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기억되기를 원했다”며 “좀더 확실한 결말을 바랐던 분들이 많았지만, 이것이 가장 최선의 결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만화를 기획할 때부터 확실한 결말, 모종의 계획의 실패냐 성공이냐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며 “그것이 실패여서 ‘그 계획이 끝내 실패하는 스토리’ 혹은 성공이어서 ‘그 계획이 끝내 성공하는 스토리’ 같은 문장으로 이 만화가 기억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한겨레> 인터뷰에서 밝혔듯 “거사의 성공이냐, 실패냐를 떠나 독자들이 5.18을 기억하게 됐다는 사실과 대중만화가도 금기시되는 소재를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에 의미를 둔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많은 사람들이 5.18을 기억했으면 했어요.”
5.18 피해자 가족들의 복수극의 성패 여부가 드러나지 았지만, 대신 여운은 깊다. 많은 이들이 (성공하지 못해 아쉽지만)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고, “5.18을 기억하게 해줘 고맙다”는 댓글을 남겼다. “광주민중항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미 지난 과거로만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 일로 인해 아파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심기훈), “학교에서 역사 얘기를 할 때면 다 지난 일인데 뭐~ 라는 생각으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만화를 통해 아픈 역사를 알게 됐다. 감사한다”(피노키오), “새로운 세대에겐 잊혀진 기억으로 남아있는 오월 그날들의 기억을 현재형으로 되살아나게 한 강풀님께 감사드린다. 모두에게 실존하는 오월, 계속되는 오월이었으면 한다”(lam93), “강풀의 26년 만화를 보게 된 후 새삼 5.18이라는 날짜가 달라보였다”(happy)며 결망의 아쉬움보다는 작품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뒀다. ‘푸른바람’은 “이제 그만 묻어버리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책임자 처벌을 떠나 그날의 진실을 향해 가는 발걸음을 멈추어서는 안된다”며, 5.18의 진상이 규명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강풀의 솔직한 고백 ‘감동스럽다’ 좋은 작품 기대한다”
‘그날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실존하고,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작품인 탓에 강풀은 작품에 임하는 자신의 태도와 자세가 다른 작품 때와는 달랐다는 사실도 작가는 고백했다. 강풀은 “허영만 선생은 ‘만화는 발로 그리는 것이다’, 이두호 선생은 ‘만화는 엉덩이로 그리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번 ‘26년’을 그리면서 절실하게 가슴에 와닿았다”며 “그 말은 만화를 위한 자료조사를 게을리하지 않고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 느끼며 발로 뛰어 보라는 것, 그림을 그릴 때는 꾸준하게 한 자리에 붙어 앉아서 인내를 갖고 노력해야만 좋은 만화가 나온다는 뜻이었다”는 사실을 26년을 연재하면서 깨달았다는 것이다.
너무 심혈을 기울었던 탓일까. 하지만 애초 1주일에 2회씩 연재하기로 했던 계획은 연재가 진행되면서 종종 미뤄졌다. 마지막회 역시 9월25일께 연재될 예정이었지만, 업데이트는 3일이 지난 28일에 했다. 그는 연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26년은 늑장 업데이트의 최절정이었다. 많은 원고 분량과 그림의 퀄리티, 매 회당 긴장감과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26년을 시작한 이후로 단 하루도 놀거나 쉬느라 연재를 늦춘 적이 없다”고 마감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또 “마감이 늦어질 때마다 누구보다 더 내 자신이 초조하고 답답했지만 ‘독자분들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내가 진짜 재미있는 만화로 보답해줄께. 좀더 늦더라도 재미있는 만화를 보여줄께’라고 다독였다”며 “만화보다는 스토리에 치중하는 스타일이었는데, 26년을 연재하면서 단 한 컷이라도 잘 그리려는 생각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고 연재기간 5개월 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내년 봄 순정만화 시즌 3으로 다시 인사드릴 생각”
그는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도 소개했다. 오는 11월11일 7살 연하의 연인 김혜정씨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그는 당분간 휴식 겸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내년 봄께 ‘순정만화 시즌 3’으로 독자들에게 인사할 예정이다.
“만화를 그리는 것이 행복합니다. 그 모든 이유는 만화를 읽어 주시는 여러분 덕분입니다. 특히, 이번 26년은 더욱 그 의미가 컸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만화 그리는 일이니 그저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만화로 보답 드리겠습니다. 이제는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오겠습니다. ”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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