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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이혼은 임원결격 사유"[머니투데이 박준식기자]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1. 19.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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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이혼은 임원결격 사유"


 
[임원 승진 위해 이혼 못하는 부장들..."별거는 OK, 이혼은 NO"]

국내 대기업 S그룹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한 모(42) 부장은 어제도 아내와 다투었다. 1년전, 한 부장은 부서 회식자리에서 2, 3차 끝에 동료들과 유흥주점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 날 그는 술김에 외박을 했고, 며칠 후 공교롭게도 외도한 사실을 아내에게 들켰다.

부부는 심하게 다툰 후 각방을 쓰게 됐다.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든건 다혈질적인 한 부장의 성격. 말싸움을 벌이다 울컥하는 마음에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한 것이 아내와 영영 화해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아내는 반년전부터 결심한 듯 한 부장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한 부장도 요구가 계속되자 자식들 볼 낯도 없는 탓에 이혼을 고려했다. 하지만 마음과 같이 쉬운게 아니다. 걸리는 게 있다. 그건 바로 회사다.

18일 국내 대기업들에 따르면 최근 이혼은 임원결격 사유가 됐다. 몇몇 기업에서 내부적으로 정해두었던 사규가 기업들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한 부장도 이 때문에 아내의 이혼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그는 "이혼만은 절대로 안된다"고 고개를 젓는다. 1~2년 후 임원승진을 앞둔 그이기 때문이다. S그룹에서 이혼은 임원발탁 불가사유다. 가정사를 잘 돌보지 못하는 종업원에게는 기업의 운영권한도 맡기지 않는다는 게 사내규율이다.

얼마전 한 부장은 대학 학과모임에 들렀다가 더 우울한 소식을 접했다. 대학시절 존경하던 선배가 한 부장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 H그룹에서 일하는 이 모(45) 선배는 최근 인사에서도 이사 승진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승진연한을 채운지 벌써 2년이 지났지만 능력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번번히 인사에서 '물'을 먹는건 아무래도 30대 후반에 한 이혼 때문인 것 같다는 얘기였다. H그룹은 직원들의 사생활에 크게 게의치 않고 능력만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최근에 이 추세가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한 부장은 아내와 6개월간 별거생활을 했다. 이모저모 고려한 끝에 한 부장이 내린 결론은 "별거는 가능해도, 이혼을 절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제 전화상으로 아내와 아이들 문제를 논의하다 계속되는 아내의 이혼요구에 또다시 말다툼을 벌인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 부장의 요즘 생활은 비극적이다. 기업들이 다시 '수신제가(修身齊家)'에 집중하면서 생긴 웃지 못할 일이다.

박준식기자 win0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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