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상에 "일본박사 조이" 라는 이름의 만화가 네티즌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만화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반응은 상당히 격앙 되어있다. 그들의 주장인즉, "일본박사 조이" 라는 만화가 일본 문화를 이상화하고 한국 문화를 폄하함으로써 수많은 독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대체 어떻게 다뤘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 본인은 "일본박사 조이" 라는 만화를 확인하면서 잘못된 문화인식이 얼마나 많은 왜곡을 낳을 수 있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만화' 라는 숭고한 예술이 갖춰야 하는 책임의식. 만화 "일본박사 조이" 2006년 7월 11일 첫 연재분부터 2007년 2월 2일 마지막 연재분까지를 통해 논해보고자 한다.
▲ 2006년 8월 10일 연재분 <열심히 하는 일본사람들 이야기>
▲ 2006년 9월 22일 연재분 <우리는 최고가 아니야>
예를 들어 제시한 <열심히 하는 일본사람들 이야기> 와 <우리는 최고가 아니야> 는 "일본인들의 단점만을 보지말고 장점을 보자." 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연재분이다. 만화를 보면 정말 '틀린 소리' 가 아니다. 그런데 무엇인가 찜찜하다. 이 '찜찜함' 은 바로 이 만화가 가지고 있는 '오류' 에서 시작되는데 위에 제시한 연재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연재분이 심각한 '오류' 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첫째, 동등한 인식이 결여된 작가의 잘못된 표현방식. 이 만화는 꾸준히 일본의 장점을 열거하면서 "일본을 다시 보자." 는 주장을 설파하고 있다. 다른 나라 문화의 장점을 배우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자는 것은 상당히 설득력있는 주장인데 문제는 만화 자체에 일본 문화와 한국 문화에 대한 동등한 시각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가는 일본 음식점과 한국 음식점을 비교하면서 일본 음식점은 "친절하고 깨끗하며 투철하다." 고 하는 반면, 한국 음식점은 "더럽고 불친절하다." 로 표현하고 있다. 일부 한국 음식점의 '문제' 를 마치 전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인냥 과장 확대하는 것은 분명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일본의 장점을 말하자면 한국 문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고루 설명하고 이를 통한 반성적 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장점은 장점대로, 단점은 단점대로 비교하면서 그것을 통해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육성하는 자세를 가지자고 주장하는 것이 '정답' 이라는 소리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것은 모두 배제한 채 일본의 '장점' 과 한국의 '단점' 만을 비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스스로 동등한 시각이 결여되어 있음을 은연 중 인정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수많은 AV 배우들이 AV 일을 그만두는 이유는 "부모님에게 걸려서" 라고 한다. 그처럼 개방적이고 주류인 산업에 일하는 사람들이 고작 "부모에게 걸려서" 그만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처럼 AV는 여전히 하류 문화이며 그것이 주류가 되었다기 보다는 우리나라보다는 '덜' 폐쇄적인 것 뿐이다.
또한 예를 든 소라 아오이 같은 경우도 조사해 본 결과 일본 내에서 B급 연예인이며 '양왕' 이라는 드라마도 소라 아오이가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 아니었다. 이렇게 따지자면 우리나라에서도 에로배우 출신인(물론 기획사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출연한 것이지만) 성은 등이 가수로 활동하고 있으니 일본만의 사례라고 제시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문화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은 오해를 낳고, 오해는 왜곡을 낳으며, 왜곡은 잘못된 가치관으로 이어진다. 마치 일본의 개방적인 성문화가 '옳은 것' 처럼 표현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되는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작가의 '생각' 에 물들까 걱정이 될 뿐이다.
▲ 2006년 10월 24일 연재분, <일본의 결혼 이야기>
셋째, 한국 문화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의 결여. 2006년 10월 24일 <일본의 결혼 이야기> 는 상당히 공감되는 부분도, 긍정적으로 바라 볼 이야기도 많이 담고 있다. 가뜩이나 혼수 과다로 이야기가 많은 이때에 일본의 간결한 결혼 예식은 본 받을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편에서도 작가는 여실히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한국 문화에 대한 의식 결여' 다.
한국 문화는 예로부터 절대적으로 '친족주의, 혈연주의, 집단주의' 라는 공동체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사회이다. 이것이 현재 '지역주의, 학연주의' 등으로 변질되어 심각한 폐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역사적으로 고찰해 볼 때에 그저 단점만 가지고 있는 문화는 절대 아니었다. 남을 남처럼 여기지 않는 '정' 이라는 문화가 근간에 깔려있다는 것은 한국 문화만의 긍정적 특징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결혼 문화가 '집안과 집안' 의 결합으로 이어지는 것은 문화적 특성 상 당연한 일이며 결혼 절차가 다소 복잡한 것 역시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즉, 작가가 일본 결혼의 장점으로 열거한 "친한 사람과 초대하고 피로연이 여유로우며 합리적인 예물" 은 '일본의 문화' 로 바라보면 그 뿐, 장점으로까지 치켜세울 만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합리적인 예물과 예식 비용같은 경우에는 크게 본받을 만 하나 친한 사람만 초대한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공동체 의식에 예속되어 있는 한국 문화 특성과는 다소 '이질' 되는 것이며 피로연 문화 역시 문화적 특징으로 '이해' 하고 넘어갈 뿐 본 받을 이유는 없다. 일본의 여러 문화를 소개하면서 왜 한국 문화를 끌어들이고 굳이 비교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 2007년 2월 2일 연재분 <일본 핸드폰 이야기>
만화가도 책임 의식 가져야
"일본박사 조이" 는 여러가지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다. 이 만화가 한국의 장단점, 일본의 장단점을 동등한 시각에서 비교하고 서로의 문화에 대해 심도깊은 고찰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면 작품 자체의 가치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을 것이다.
일본은 분명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 기술 뿐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도 본 받을 만한 측면이 있는 국가다. 그러한 국가의 장점을 본받자는 주장은 물론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작가는 여전히 기울어지고 왜곡된 시각에서 일본과 한국의 문화를 편파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 문화 폄하와 자기비하의 구렁에 빠지는 과오를 저지르고 있다. 즉, 만화의 잘못은 '주장' 이 아니라 '표현' 과 '관점' 의 문제라는 것이다.
"일본박사 조이" 가 바라보는 한국은 그처럼 형편 없기만 한가. 그의 만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한국의 '장점' 은 정말 단 한가지도 없는 것인가. 그렇기에 일본의 장점, 한국의 단점을 비교하고 꾸준히 열거할 뿐 인가.
이것은 만화가의 역사 인식과도 관련이 있으며, 문화 인식, 책임 의식, 국민 인식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밀접한 연관을 지을 수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인터넷 만화이고 성인 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라면 조금 더 책임있는 의식이 필요하다.
쉽게 보고, 쉽게 읽는다고 해서 쉽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고 즐길 수 있는 명랑만화가 아니라면, '문화' 와 '국가' 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면 지금 "일본박사 조이" 가 보여주고 있는 단편적이고 얄팍한 인식은 잘못된 일이다. 모든 일에는 '책임' 과 '의무' 가 뒤따른다. 심지어 아무생각 없이 보고 느껴 그린 '만화' 라고 할지라도.
하루빨리 "일본 박사 조이" 가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를 모두 아우르는 "한국-일본 박사 조이" 로 탈바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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