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3. Sciences/34_Hydrology

[도올고함(孤喊)] 새만금에 라스베이거스를 … 그래야 갯벌도 산다 [중앙일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7. 3.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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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 대한 도발적 해법 내놓다
방조제 밖 바다엔 거대한 오염띠만 펼쳐져
모든 게 죽음이고 모든 게 눈 가리고 아웅
[도올고함(孤喊)] 새만금에 라스베이거스를 … 그래야 갯벌도 산다 [중앙일보]
여기는 심포항(深浦港)! 만경강과 동진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너무도 싱그러운 진봉면 어촌의 포구였다. 조선 중기의 고승 진묵(震默, 1562~1633)의 자취가 남아 있는 망해사(望海寺)가 그 옆에 있다. 망해사 절벽에서 바라보는 해(海)가 바로 새만금 갯벌이다.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자리로, 산을 베개 삼고 달을 촛불로, 구름을 병풍으로, 바다를 술통으로 만들어, 크게 취하여 거연히 일어나 춤을 추니, 오히려 긴 소맷자락 곤륜산에 걸릴까 하노라." 비승비속(非僧非俗)의 삼매경에 빠지곤 했던 그가 들이켰던 술이 바로 새만금의 바닷물이었다. 그런데 그가 지금 이 물을 들이켜면 삼매에 들기 전에 피 토하고 죽을 것이다. 정감어린 어선 사이로 죽은 숭어떼가 둥둥 떠있고 싱그러운 바다 내음은 오간 데 없이 썩은 똥물만 넘실거린다.

"매일 핏빛이라우. 항상 갑문이나 열어놔야제. 저층수 배제시설인가 뭔가 한다고 만날 갑문조차 닫아놓고 있으니 요모양 요꼴 아뉴. 땅농사는 일년에 한 번밖에 못 짓지만, 갯벌농사는 매일 짓는 것이라우. 영구직장이라고 자만코 살았는디, 이제 폐업해부럿제." 심포 토박이 함권수(59)씨의 말이다.



6월 6일 새벽 나는 새만금 방조제 두 갑문 중 하나인 가력배수갑문으로 달려갔다. 명명백백한 공공시설인데도 단지 사진 몇 장 찍겠다는 나의 취재를 막는다. 갑문에서 사진을 찍는데 나가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정부부처에 기자실을 폐쇄하겠다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으름장을 놓으신 후로는 기자는 더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다. 천하의 도올도 개똥 취급이다. 마침 갑문이 열렸고 밀물 때라 바닷물이 방조제 안으로 우람차게 밀려들어가고 있었다. 오후 썰물 때 다시 가서 확인해 보니 방조제 밖 바다에는 오염된 거품띠가 거대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바닷물은 보통 염도가 35도가 되는데 이미 방조제 안쪽 물은 양대강에서 흘러내려오는 오수와 섞여 염도가 5도 이하로 떨어졌다.

방조제 밖을 보면 파랑이 일어 바다가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데, 방조제 안은 호수처럼 물결이 없이 잔잔키만 하다. 동(動)과 정(靜), 생(生)과 사(死)의 극적인 대비였다. 그런데 그 호수에는 어선이 잔뜩 떠 있었다. 난 그것이 아직도 어획을 하는 배인 줄 알았다.

"그냥 버린 배라우! 안 써도 배를 띄워놔야 면세유라도 받제. 배를 안 써도 면세유만 받아다가 팔아먹는 사람들이 있당께."

모든 것이 죽음이고 모든 것이 눈 가리고 아웅이다.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님의 삼보일배로 분위기가 달아올랐고, 재판부가 환경운동.지역주민 3000여 명이 건 소송에 승소 판결을 내린 사례도 있었고, 김석철 대안도 나와 있었고, 참여정부의 이념적 성향도 맞아떨어졌고, 노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북도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충분한 위치에 있었어요. 역사의 진보는 자기부정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가 없죠. 갯벌을 살리면서도 전북도민에게 풍요로운 꿈을 선사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멋있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데 그만 정치논리로만 안일하게 결정하고 만 것이죠. 역사의 호운(好運)이 유실된 것이죠. 새만금의 가장 큰 문제는 현실적.기술적 합리성이 무시된 채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논리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죠. 농지가 필요없는 나라인데 농지 만들겠다고 거짓말했고, 이제 산업부지로 활용하려야 할 수도 없는 땅을 산업부지로 전용하겠다고 거짓말하고 있고, 군산 쪽 땅은 유보지라고 슬쩍 거짓말시켜 놓고 미군기지로 내주려고 하고 있어요. 해안선 138km의 1억2000만 평의 땅을 도대체 어떻게 무슨 돈으로 메우겠다는 것입니까? 여태까지 메우는 데만 이미 국민 세금 1조5000억원이 들어갔고, 앞으로도 국토연구원 사업비 계산에 의하면 2020년까지 6조900억원이 들어간다는데, 국민은 새만금이 뭔지도 몰라요. 상정된 새만금특별법은 크게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죠. 개발입안권을 전북도지사에게 귀속시켜, 중앙법률을 무시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평화연대 집행위원장 새만금 지킴이 주용기 선생의 말이다. 지방 언론과 지방 정치인이 유착하여 새만금방조제로 갯벌 죽이고 땅 만들면 금싸라기가 쏟아진다고 전북도민 전체를 최면시켰고, 깊은 생각 없이 이 지역의 표만 계산하는 모든 정치인은 이 신화만을 부추기며 만세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한번 허심탄회하게 생각해 보면 전북도민의 갈망은 이해가 간다. 농촌은 피폐해가고, 인구는 줄고, 도정자립도는 최하위를 맴도는 판에 그들의 열망은 매우 간결하고 정당하다: "잘 살아보세!"


맨해튼보다 큰 새만금방조제
도요새 나는 그곳서 두바이 능가하는 한류 문화복합도시를


2006년 3월 6일부터 8일까지 나는 새만금에서 1인시위를 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마지막 2.7km 구간 방조제를 막지 말라는 시위였다. 나의 분노의 험담을 빌미삼아 5000여 명의 전북 공무원노조 사람들이 나를 형사고발했다.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지명수배할 수 있으며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체포될 수 있다"는 출두명령이 계속 경찰서에서 날아와 날 몇 개월이나 괴롭혔다.



그러나 나의 주장은 단순히 새만금을 막지 말라는 것이 아니었다. 직언(直言)하면, 방조제 면적만 합쳐도 뉴욕 맨해튼보다 더 큰 땅이 될 수 있으니 갯벌은 그대로 살리면서 그 방조제 위에 새로운 개념의 카지노시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나의 이런 아이디어는 지난번 지자체선거에 도지사 출마를 시도했던 전 무주군수 김세웅의 캐치프레이즈로 나갔다: "새만금을 라스베이거스로!" 그는 내가 새만금에서 시위하고 있을 때 농성 텐트를 방문하여 그 아이디어를 얻어갔다. 그는 도중하차했지만 그 아이디어는 책자로 뿌려졌다.

매사에 도덕성을 주장하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날 사시로 꼬나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새만금을 활용하는 현실적 대안으로서, 현재 마카오의 카지노 수입(69억 달러)이 라스베이거스(65억 달러)를 능가하고 있는 추세를 생각하고, 사막도시 두바이의 꿈같은 천지개벽을 연상한다면, 나의 카지노시티 구상은 결코 허탄한 망언은 아니다.

춘추전국시대 문헌으로부터 중국인의 도박 습벽은 잘 기록되어 있고 막스 베버가 간파했듯이 그들은 현세적 향락에 모든 삶의 영욕을 건다. 저녁 한 끼에 5000만원을 호가하는 베이징(北京)의 황제요리 코스가 예약이 어려운 지경이고, 한 작품에 최소 20억원이 넘는 세계적 화가가 100명이 넘는다. 자산규모 100만 달러가 넘는 중국인이 인구의 10%라 치면 그것만 해도 1억3000만 명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위에 있는 선 시티(Sun City)의 카지노 리조트에 가봐도 바글거리는 것은 중국인들이다. 한국의 기업인들이 그토록 애써서 중국에 투자하고 빨린 돈을 어떻게 선순환시키느냐 하는 것도 우리 경제의 정당한 논리의 한 측면이 될 수 있다. 도박에 관하여 그토록 도덕적 엄형을 주장해 왔던 싱가포르가 마리나 지역과 센토사섬에 18만 평의 카지노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리콴유(李光耀)의 말을 들어보자!

"싱가포르가 카지노를 거부할 여력이 있는가? 나는 도박에 대해 선천적인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 중국인의 도박 중독은 세계가 알아준다. 그래서 나는 도박을 금지해 왔다. 그러나 이제 싱가포르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카지노는 우리 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사업이다. 세상은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카지노를 법으로 금지하는 일본도 카지노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카지노산업은 단순히 도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컨벤션센터, 그리고 각종 쇼 등 부대 예술산업을 발전시킨다. 새만금방조제는 우리나라의 진정한 한류 중심 문화센터가 될 수 있다.

박정희는 울산.포항.구미.대구지역에 어번클러스터(urban cluster)를 형성하여 물류를 효율화시킴으로써 태평양시대의 경제발전을 이룩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京).부(釜)를 주축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축은 황해 중심의 새로운 도시공동체로 옮아가고 있다. 그 현실적 핵심으로 우리는 새만금방조제의 한류.카지노 복합문화도시를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서해안"이라는 것이 없다. 동해안은 가파르고 뻘이라는 것이 없다. 그리고 낙조(落照)라는 것이 없다. 도요새 날고 백합이 춤추는 새만금의 경관, 육당 최남선이 "하늘과 바다를 한데 어울려서 응달에서 익은 모과빛을 물들여 내는 그 바다, 뛰어가서 덥석 껴안고 싶은 정이 그대로 북받쳐 나오는 운애 낀 낙조"라 표현한 그 광경을 어찌 에어컨 바람만 쐬는 사막의 두바이나 라스베이거스에 비교할 수 있으랴!

방조제에 도로 등 보강공사를 하고 갑문을 늘려 조력(潮力)발전소로 활용하고, 내.외의 바다를 다 살려내도, 이미 방조제로 인하여 죽은 가장자리 땅만 해도 3000만 평은 된다. 그 땅의 지가(地價)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을 생각하면 창조적인 기회의 땅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그것만 해도 이미 여의도 땅의 30배가 넘는 면적이다.

'위지동이전'에서부터 "연일음식가무(連日飮食歌舞)"의 풍류(風流) 멋쟁이로 기술된 우리 한민족에게 이제 과감하고 새로운 세기적 패러다임의 구상이 요청되고 있다. 스스로(自) 그러한(然) 자연의 해안선을 살려가면서!


도올 김용옥 기자
사진 = 임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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