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1. Dr. Sam Lee/15_80년5월18일

[스크랩] 전라도출신 세자매의 [화려한 휴가] 관람기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7. 31.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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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전라도 출신 친자매 3, 서울 사당출신 30대후반 아줌마1, 초딩6학년 여학생1(조카)

 

1. 삼십대 후반의 아이셋의 평범한 아줌마. 정치에 관심없는 첫째언니

2. 이제 갓 삼십대 중반으로 딸아이 하나를 가진 장난꾸러기 둘째언니(글쓴이)

3. 화려했던 20대는 가고, 어느덧 두아이의 엄마인 막내. (역쉬나 정치엔 100%관심없고, 어린시절 춤과 미용에 소질을 보였던 친구)

4. 첫째언니 딸 학교친구 엄마

5. 라따뚜이를 거부하고 화려한 휴가를 기필코 봐야된다고 졸라서 본 대견한 6학년 청소년(?)

 

장      소 : 서울의 한 극장

 

때는 바야흐로 일요일 오전, 딸린 아그들이 바글바글해 문화생활한번 제대로 하기 힘든 아짐들이 저번주 일요일 정오에 해주는 영화관련 프로를 보다가, 화려한 휴가의 맛보기화면을 보고 감동을 받으사, 기어이 봐야겠다는 신념을 들끓게 하셨으니, 영화보기 지름신이 그어려운 여건 뚫고 영화관으로 직행하게 하셨도다...!!

아이들 총 세어보니 8명...띠융~`

라따뚜이 더빙하는곳이 귀해 겨우 잡은 시간이 오전 10시 50분...

 

아이들끼리 라따뚜이 개봉관에 넣어두고, 엄마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화려한 휴가를 보게되었으니...오!!!!

 

 

 

영화의 도입부는 로맨틱과 코믹으로 미래의 피해자들 일상의 과거를 잔잔히 들쳐주고, 중반부에 자신의 가족들이 어이없이 개죽임을 당하는 상황에 아연실색, 말미엔 시민군이 되어 비장한 혈투와 10일간의 민중항쟁 최종일지에 방점을 찍고, 웅장하면서도 장중한 "임을위한 행진곡"으로 엔딩 크레딧이 흐른다.

 

화장지를 가지고 있었던 나는, 옆에서 여인네들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수 없어 연신 코를 숨으로 들어쉬다가, 그래도 감당하지못해 손등으로 훔치는것이 안쓰러워, 내가 휴지를 건네자, 얼마나 감사해하며 훌쩍훌쩍 대는지...나오고나서 큰언니의 얼굴을 보니, 거의 초상집 다녀온 수준이요, 막내동생의 코는 루덜프 사슴코가 되어있었던 것이었다. 옆에 서울출신 아줌마도 눈시울이 벌겋고..초딩6학년에겐 약간 지루했다지만, 나름 감동적이었다고는 한다..

나? 나는...극중 여주인공 신애의 광주시민들에게 가두방송하는 모습만 나오면 눈물이 소낙비처럼 내렸으니,

생각해본다...영화보고 이토록 울어본 영화가 있었는지...

 

 

 

화려한휴가에 대한 영화전문가들과 개봉후 이미 100만을 돌파해버린 일반관람객들의 리뷰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시사회를 다녀온 사람도 아니고, 개봉 첫날 본것도 아니고, 내가 올린 후기가 별로 새로울것도 없을 일이지만, 분명 난 할말이 있을거다..

 

자, 영화를 영화적 관점에서만 보자면, 분명 아쉬운점이 많다.

목포는 항구다를 감독한 김지훈감독, 그는 1971년생, 30대 후반이다. 386세대에 들지못한 간당간당한 386 이후세대이다. 그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바라보며,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그리고 그가 풀어쓴 영화의 맥은 사실상...심심하리만치 극적이지는 못했다.

 

멀쩡한 얼굴의 김상경이 하는 어눌한 말투의 연기가 약간 부자연스러웠고, 이요원의 너무 정갈한 외모가 솔직히 아쉬웠고, 안성기의 틀에박힌 국민배우적 선량한 연기는 시민군 수장이 되는순간 실미도를 보는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지만, 왕의남자 "육갑, 칠득, 팔복"의 화려한 3인방의 훌륭한 조연들 열연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없는 박철민, 박원상의 "인봉"과 "용대" 기막힌 코믹 콤비연기는 화려한휴가를 보러온 일반관객들에게 극중에서 웃음을 주는 포인트로 맛깔스런 연기를 뽐냈다.

 

정치적이지도, 엄청난 감정이입을 몰고와서 적개심을 들끓게 하고, 그래서 처음은 이랬고, 중간은 이랬고, 말미는 이렇게 끝났다는 친절한 안내는 애초에 없었다.. 아직도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희생자는 몇명이고, 5.18이 발생하게된 시대적, 정치적 설명을 영화상에서 배제해버림으로 인해서 13살 초등6학년생이, 전라도출신도 아닌 서울출신의 평범한 아줌마가 5.18을 이해하기는 역부족인 부분이 많았다.

 

큰언니가 영화를 보고 서울출신 아줌마에게 말했다.

"우리는 전라도 출신이라...이게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아...그래서 영화 처음부터 눈물이 나더라고...얼마나 울었나...미치겄네.."

 

 

가만히 생각해본다.

전라도 세자매의 과거엔 무엇이 있었기에, 특별히 정치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던 그녀들에게 이토록 눈물을 짓게 만드는것일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에게 광주는 어린시절 외지로 나가다가 들르게된 금남로의 구 "광주터미널"에 5.18민중항쟁의 처참한 사진피켓과 벽에 붙어있던 대자보들, 그리고 자료집을 팔던 가판대의 추억이 뇌리에 박혀있었다...잘은 모르지만, 어린시절 나에게 각인되었던 광주는 "엄청나게 암울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전국민들에게 홍보가 되지않아서, 광주시민군은 폭도가 아니었음을 스스로 알려야했던, 가슴속에 박혀있는 응어리진 피해자들"로 기억한다.

 

지금까지 말은 안했지만, 정치엔 전혀 무관심한 언니와 여동생이 펑펑 쏟아내린 눈물, 그리고 "전라도 출신이라 남일같지 않아야.."라고 내뱉는 그녀의 한마디에...진실규명, 책임자처벌을 외치며, 이땅의 민주화를 위해 산화해가신 수많은 열사들의 숭고한 정신, 5.18 민중항쟁의 피눈물을 이해하고 있었다는것을 오늘에서야 느꼈다...

 

화려한휴가는 5.18을 재구성하는 극화로서는 최초의 한국영화이지만, 최초의 이슈에 대중성을 심기위해 버려야했던, 정치적인 직접적 언급은 전혀없는 시민군들의 항쟁을 다룬 실로 불친절한 영화이기에 잔뜩기대했을 386출신들의 먹물들에게는 많이 미흡하고 부족하고 아쉬운 영화겠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일반 대중들이 편하게 5.18을 가슴속으로 받아들이는 뜨거운 해후의 장을 만든 영화이기에 흥행의 미래는 밝다.

 

한국영화가 힘든시기이고, 100억을 투자한 대작이며, 5.18을 다룬 영화이기에, 착한 국민배우 안성기가 나온 영화이기에....봐줘야한다는 강박이 있긴 하지만, 꽤 들어줄만한 청이라 보기에 응답해줄것을 당부하며 졸글을 마친다...

 

오늘도 전재산 29만원 그사람은 발 뻗고 자겠지?

 

 

 내가 이정도의 눈물을 흘릴 정도라면, 실제 1980년 그때 그곳에 계셨던 광주시민들이 이영화를 보며 가슴아파 흘릴 눈물은 얼마나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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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he푸른의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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