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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툭 터놓고 지내는 동서가 자신있는 어조로 대답했다. 아마 TV 광고를 많이 본 모양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디든지 동시에 널리 존재한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건과 활동에 컴퓨터 환경이 연계되어 언제 어디서든지 원하는 정보서비스를 받는 기술”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 개념의 창시자인 마크 와이저는 1988년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근무할 때 책상 앞에 앉아야만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기존 컴퓨팅 환경의 한계를 깨닫는다.
‘컴퓨터를 옷같이 입고 다닐 수는 없을까? 컴퓨터 정보가 나를 쫓아다니게 할 수는 없을까?’
요즘 컴퓨터가 작아지면서 갖가지 물건 속에 장치됨에 따라 이런 생각이 현실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라지는 컴퓨터(Disappearing Computer)의 출현’이라고 부른다. 생활용품에 컴퓨터가 들어가서 물건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2015년 하루 생활을 즐겁게 예측해보자.
7:00 A.M. 7채널 스피커가 달린 침대가 멋진 음악을 내보내며 나를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이내 오늘의 수면 정도, 몸무게, 혈압을 체크했다. 그 건강정보가 커피포트에 전달되자 알맞은 카페인 양이 든 향긋한 커피가 만들어졌다.
7:00 A.M. 커피를 마시면서 전자종이로 된 신문을 뒤적였다. 신문에는 우리 집안의 대소사를 총망라한 가족 사용자제작콘텐트(UCC) 기사가 나와 있었다.
7:30 A.M. 오늘은 운동하는 날. 침대가 보낸 건강정보가 운동화에 전달되자 뛰어야 할 운동량이 계산됐다. 30분 이상 뛰고 나서야 운동화에 달린 장신구가 빨간색에서 녹색으로 변했다. 뛰는 동안 운동에너지는 모두 전기에너지로 바뀌어 운동화는 자동 충전됐다.
8:00 A.M. 아내가 주는 아침식사 대용 주스를 마시며 유심히 아내의 목걸이 색깔을 살펴봤다. 목걸이가 아내의 몸에 부착된 센서에서 수집한 감각데이터(체온·호흡·근육의 긴장도)와 집에 설치된 카메라의 얼굴 패턴 인식 프로그램 결과를 받아서 감정을 색깔로 표현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매우 기분이 좋다’는 녹색이었다. 오늘 한잔 하고 늦게 들어와도 되겠다.
8:30 A.M. 큰애가 용돈을 달라고 했다. 스마트 칩이 달린 현금을 주면서 용도를 ‘PG-13’(원래는 13세 이하 아동이 볼 수 있는 영화 등급임)으로 맞췄다. 담배나 술 등 유해한 건 살 수 없도록….
3:30 P.M. 첫 학기 강의가 시작됐다. 이번 학기부터 학생들이 머리띠나 안경에 부착된 뇌파측정 센서를 달고 수업이 진행됐다. 이제 누가 졸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9:00 P.M. 뉴스에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발표가 있었다. 대통령 후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TV를 보고 있는 국민의 찬반 의견이 실시간으로 집계됐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다른 사회를 예고한다. ‘사람이 컴퓨터에 맞춰 사는 사회’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위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가 무겁고 배우기 어려운 물건에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이용 가능한 존재가 된다.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오직 창의력 빈곤만이 우리를 제한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런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로 참신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창의력을 배양하는 교육이 지금부터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