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식력 수십배 더 커… 철제다리 등 피해 우려
배기가스 등으로 갈수록 독성 커지는 것도 문제
- ▲ 경주 토함산 기슭의 성덕왕릉(사적28호) 내에 석조 문인상(文人像)이 훼손된 모습(사진 위)으로 서 있다. 학계에선, 오랜 세월 진행된 풍화작용과 산성안개 등의 영향으로 훼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해발 2100m의 일본 고산지대 나무들이 산성안개로 인해 황폐화된 모습. /서라벌대 정종현, 강원대 김만구 교수 제공
강원대 김만구 교수(환경과학과)팀은 2002년 산성안개의 부식효과를 실험했다. 산성도(酸性度·pH)가 4 인 강(强) 산성안개를 철골에 뿌린 결과, 증류수(pH7)보다 철골의 피로강도(반복적인 충격에 견딜 수 있는 힘)가 80%나 떨어졌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산성안개의 입자(粒子)가 교량의 겉면이나 녹슨 부위의 미세한 틈으로 쉽게 침투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양평과 춘천 등 상수원 보호지역에 주로 설치되고 있는, 페인트를 칠하지 않은 무도장(無塗裝) 철골의 경우 약(弱)산성인 pH5나, pH6의 산성안개에도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만구 교수는 “산성안개의 악영향은 우려할 정도지만, 이와 관련된 연구는 2002년 이후 사실상 전무(全無)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주 등지에 즐비한 각종 석조 문화재도 산성안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대상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산성비가 유물 훼손의 원인으로 추정돼 왔지만, 산성안개가 이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서라벌대 정종현 교수(환경보건학)는 “문화재 훼손은 오랜 세월에 걸친 풍화작용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이지만, 산성안개 역시 석조 유물의 훼손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점점 더 독해진다
대도시와 공업지역의 산성안개는 주로 자동차 배출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 등이 지표면 근처나 공중에서 안개와 섞일 때 발생한다. 연세대 이보경 교수는 “자동차가 많지 않은 청정지역의 경우엔 중국 대륙에서 바람을 타고 넘어오는 황산화물 같은 오염물질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은 한 해 평균 136만?, 황산화물의 경우 41만?에 이른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에 비해 전체 배출량은 훨씬 적지만, 국토 단위 면적당 배출량은 더 많기 때문에 산성안개의 위험성도 그만큼 더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개가 자주 끼는 것도 문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30일까지 양평과 충주, 춘천 등 강이나 호수를 낀 지역은 짙은 안개(가시거리 1㎞ 미만)가 1주일에 하루꼴로, 옅은 안개(가시거리 10㎞ 이하)는 1주일에 나흘 꼴로 끼었다. 서울을 비롯한 나머지 지역도, 옅은 안개의 경우 1주일에 평균 사흘 정도였다. 〈표 참조〉 안개의 산성도는 빗물과 달리 정기적으로 측정되지 않아, 이들 안개가 모두 산성안개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대기 중의 오염물질이 비에 섞여 내리면 산성비가 되고, 안개 형태로 나타나면 산성안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내리는 비 가운데 60~90%는 pH5.6 이하의 산성비에 해당한다.
산성비는 갈수록 독해지고 있다. 충남 안면도의 경우, 올 들어 9월까지 평균 pH4.5의 강산성 비가 내렸고, 경북 울진과 울릉도, 제주 고산 등도 작년보다 산성비의 강도가 두 배 가량 세졌다. 작년엔 제주와 경남 창원에 가장 강한 산성비가 내렸는데, 평균 산성도가 pH4.4로 ‘오렌지 주스’ 수준이었다. pH가 1 낮아지면 빗물의 산성도는 열 배 가량 더 높아지기 때문에, 10년 전인 1996년과 비교하면 창원은 13배, 제주는 10배, 서울은 6배 가량 산성비가 독해진 셈이다. 강원대 김만구 교수는 “산성안개도 그만큼 독해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2/03/20071203000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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