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3_생각해볼글

[스크랩] 육사 40기 동기회에 올린 글

忍齋 黃薔 李相遠 2009. 1. 6.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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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에 앞서 동기생께 드리는 말씀

 

어느덧 우리들도 50대에 들어서며 이제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보다 적어져 버렸구려.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에 우리가 함께 푸른제복을 입고 뒹굴었는데 벌써 30년이 되어가고 있구려. 그러나 어쩌면 지금부터 앞으로의 30년이 우리에겐 더욱 소중한 시간들이 있을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나의 생각을 전하려고 하오.

인생 80년 산다고 했을 때, 미성년 시절 20년을 빼면 성인으로서 60년 삶중 거의 절반을 살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구려.

성인이 되자 말자 육군사관학교에서 시작하여 여지껏 30년 가까이 쉴새없이 뺑뺑이를 돌았던 우리네 삶이 이제 조금씩 숨고르기를 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때가 된 것 같구려.

 

돌이켜보면 우리의 지난 30년 군생활 기간은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던 것 같소.

영원할줄 알았던 절대권력자가 국가를 오랫동안 통치하던 시절에 우리가 군인의 문을 두드렸었는데,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가 난 직후 그노인네가 서거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군인이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는 다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의 대선배님들이 다시 국가를 장악했던 시대상황에서 우리의 군생활이 시작되었더구려.

그바람에 40기에서는 1차 필기시험 합격자들중에서 적지 않은 인원들이 2차 시험인 신체검사에 응시하지 않아 덕분에 시력에서 합격기준 미달이었던 몇십명의 동기들이 40기에 합류할수 있었던 것 같소.

게다가 대선배님들 덕분에 우리들의 생도시절은 최고로 인기가 있었던 것 같구려. 그래선지 우리들이 구보시 모여대 앞을 지날 때 마다

데모하러 나온 많은 여학생들의 성원을 받게 되었고, 외출나가서는 모두가 우리를 쳐다보는 것으로 알았지 않소.

그렇게 엄청난 자긍심으로 생도생활을 한후 임관하여 중대장을 할때까지는 우리가 국가를 지켜야 한다는 절대적인 사명감을 갖고 근무했던 것 같소.

 

그후 5공청문회가 열리는 시절에 대부분의 군인들이 국민에게 잘못한 것처럼 비쳐졌을 때, 우리는 각자 군생활에 대한 회의를 품기도 했을 것이오. 게다가 당시 사회경기가 호황일 때 여서 열악한 군생활 여건이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생각되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구려.

그러다가 IMF가 터지며 실직자가 속출하자 각 계급정년까지는 보장되는 직업군인에 대한 인기가 조금은 올라갔지만, 그것은 단지 경제적인 측면만을 중시한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었지 이미 떨어진 군의 자긍심은 되찾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구려.

그래선지 그후 몇 년뒤에는 장군 진급심사후 육사출신에 의해 똥별 운운하는 괴문서가 나돌아 모든 직업군인과 그들을 이끌고 있는 육사출신들에게 똥바가지를 뒤집어 씌운 일까지 생기지 않았소.

그렇게 사회가 변하며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군도 바뀌어 가더니 병장 출신 대통령 시대에는 병사들의 얘기만을 우선하여 듣는 분위기가 되어 모든 직업군인들은 병사들을 가르치기 보다는 병사들의 비위에 거슬리지 않도록 하는 시대도 지냈구려.

 

그렇게 시대의 많은 변화속에 군생활을 해온 탓인지 임관 20주년 기념행사에 모였던 우리들도 어느덧 쭈글해진 아저씨의 모습이 되어버렸더구려.

그래도 그날 동기생들끼리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어릴적 순수했던 우리들 모습도 조금은 볼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소.

그래서 이제 부터는 인생의 후반전에 앞서 숨고르기를 다시 한번 하고 멋진 아저씨와 할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나가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어 동기생들에게 몇가지 의견을 전하려고 하오.

 

현재 군생활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동기생들에게 말하고 싶소.

당신들은 우리 40기중에서 군에서 더 큰 역할을 할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정말로 우리가 지내온 군생활보다는 더 나아질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라오.

내년부터 3년간 당신들중에서 장군이 나올텐데, 과거 잘못된 선배들처럼 모두에게 똥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해주시오.

그러면 모두가 40기들은 공명정대한 신사였다고 말하게 될 것 같구려.

그리고 우리들을 대표하여 장군이 되어 계속해서 더 큰일을 맡게 되는 동기생들은 정말 자랑스런 40기라는 말이 들리도록 소명의식을 같고 진정한 군발전을 위해 애써주시기 바라오.

 

아직은 군에 머물러 있으나 곧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동기생들에게 전하오.

당신들은 동기생 간의 경쟁에서 밀린 것이 아니라 군에서의 역할이 현계급까지 라고 생각하고 사회에서 해야할 또 다른 보람있는 역할을 찾아나가세나.

그리고 현재 군에서 더 큰 일을 하도록 기회를 얻은 동기생들을 진심으로 성원해주어 그들이 정말로 군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할수 있도록 독려했음 하오.

 

이미 사회인이 되어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동기생들에게 전하오.

당신들이 일찍이 인생에 대한 확실한 소신과 목표를 가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바이오.

당신들은 오래전부터 동기생을 라이벌이 아닌 친구로 생각할수 있었을 것이오. 그러니 당신들이 앞으로 사회의 초년병으로 생활해야 할 동기생들에게 인생의 조언을 많이 해주기를 부탁하오.

아울러 죽을때까지 우리 40기들이 아름다운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의견들을 제시해 주기도 바라오.

 

자랑스럽고 사랑하는 동기생 여러분.

우리는 80년도 3월에 입교식을 치른후부터 여지껏 육사 40기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죽을때까지 육사 40기라는 출신을 갖고 살아가야 할거요. 그것이 때론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때론 부담스러울 때도 있을 것이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들 자식들은 우리를 자랑스런 아버지들로 알고 있다는 사실이오. 그래서 우리는 녀석들에게 자랑스런 아버지로서 멋있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구려.

그러나 이제 녀석들은 벌써 성인들이 되어가고 있고, 우리는 점점 늙어가고 있기에 갈수록 자식들에게 밀려나게 될거요. 그렇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면 녀석들은 지들이 죽을때까지 우리들을 훌륭한 아버지로 생각하게 될거요.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40기 모두는 자식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로서 인생에서 제일 큰 목표를 달성할수 있을게요.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우리 40기들이 함께 해나가야 할 것들을 얘기해 보겠소.

첫째로, 앞으로 있을 동기생들의 부모상에는 모든 동기생들이 참가했음 좋겠고, 직접 가기 어려운 상황이면 조의금이나 문자메세지라도 해줬음 좋겠소. 나는 이미 고아가 되었으나 두 번의 상을 치러보니 그때 자식들에게 보여주는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그렇소.

둘째로, 동기생 자식들이 군대에 가면 근처에 근무하는 동기생들은 자신의 자식처럼 사랑해 줬음 하오. 내아덜 녀석이 1년여 군생활하는 것을 보니 그것이 40기 아버지들이 보여줄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오.

셋째로, 지역별로 취미활동을 자주 했음 하오. 사람관계란 자주 보아야 친분도 유지될수 있으니 월이나 분기별로 등산ㆍ낚시ㆍ테니스ㆍ골프 등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소. 그리고 가능하면 부부동반 하면 마눌님들께도 괜찮을 것 같고.

넷째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현역에 있는 후배들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는 일은 하지 않았음 하오. 우리가 여지껏 군생활 하면서 전역한 상관이나 선배가 곤란한 부탁을 했을 때의 심정을 잊지 말고 우리는 당당한 선배의 모습으로 살아가자는 것이오.

다섯째로, 사회생활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정보가 있으면 알려주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주고 받으며 살아갔음 하오. 그래도 우리에겐 순수한 마음들이 남아있을 터이니 그렇게 하면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될 것 같아서 이오.

여섯째로, 이제 우리도 50대가 되니 사회에 무엇인가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그래서 40기 명목으로 적당한 대상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구려. 어쨌든 우리들은 국가의 녹을 먹고 자랐고 살아왔으니 뭔가 사회에 도리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이오.

 

사랑하는 동기생 여러분.

우리 모두가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이제는 라이벌 관계에서 홀연히 벗어나 진정한 친구관계로 발전하여 우리네 30여년의 군생활을 보람있게 만들어 갔음 하는 바램이오.

이몸도 이제 열중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되니 새삼 그런 생각이 간절히 들어 이렇게 글로 전하오.

출처 : 장훈고일사회
글쓴이 : 신 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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