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화국'의 명암(明暗)
주택공사는 1961년 서울 마포에 첫 아파트 단지를 세우면서 거창한 목표를 내걸었다. '국민의 재건의욕을 고취시키고, 한국의 건설상을 과시하고, 토지이용률을 높이고, 생활양식을 간소화하고, 공동생활 습성을 향상시키고, 수도 미화(美化)에 공헌하고….' 거기 더해 '근대문명의 혜택을 국민에게 제공해 대북(對北) 선전효과를 도모한다'는 야심도 있었다. 북한과의 체제경쟁이 아파트 건설의 숨은 동력이었던 셈이다.
▶ 그렇게 밀어붙인 끝이 '아파트 공화국' 한국이다. 아파트가 주택의 절반을 넘는다. 새로 짓는 집만 따지면 80~90%다. 머지않아 단독주택이 멸종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홍콩·싱가포르 같은 몇몇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우리처럼 아파트 일색인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농촌 허허벌판에까지 20~30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걸 보면 땅덩어리가 좁기 때문만도 아닌 듯하다.
▶ 1990년대 초반 프랑스 지리학도가 서울에 왔다가 사방을 뒤덮은 아파트단지에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중산층과 부유층까지 아파트에 몰려드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유럽 아파트단지는 주로 이민자·저소득층이 몰려 사는 슬럼의 상징이다. 서울의 아파트 문제를 파고들어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서울은 아파트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라고 비판했다.
▶ 그런가 하면 아파트 보급이 사회주의혁명을 막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서울대 전상인 교수 분석이다. 그는 "아파트 공화국과 더불어 성장한 중산층이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한국 사회의 이념적 좌경화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했다"고 보았다. 1970년대부터 여의도·반포·잠실·영동·목동 개발로 대량 공급된 아파트가 중산층을 키우고 우리 사회의 급진적 변화를 막았다는 것이다.
▶ 전 교수는 "아파트 문제가 좌파 진보 평등주의 이데올로기가 쉽게 파고들 온상도 제공한다"고 했다. 아파트 값이 너무 뛰어올라 사회에 나서는 청년층이나 서민의 내 집 꿈이 멀어지고 있고, 아파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한 경고다. 과거엔 아파트가 우리 사회의 방파제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사회 안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파트 공화국의 그늘이 너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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