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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TIC/41_스크랩

교과서 대여제

忍齋 黃薔 李相遠 2009. 5. 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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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대여제

 

미국 초·중·고 학생들이 쓰는 교과서 표지 안엔 도서 기록카드가 붙어있다. 언제 구입해 해마다 누가 썼는지 기록한다. 한 권에 60~150달러씩 하는 비싼 교과서라 학교가 구입해 5~7년간 물려 쓰게 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책에 비닐 표지를 씌워 잘 보관하게 하고 낙서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학년말 반납 때 책 상태를 New(새책) Good(좋음) Fair(양호) Poor(나쁨) Bad(불량), 5단계로 분류해 파손이 심하거나 잃어버리면 책값을 물린다.

▶ 미국 중·고교 교과서는 500~700쪽에 이를 만큼 두껍다. 참고서나 문제집 역할까지 할 정도로 자세하다. 프랑스도 초·중 교과서는 학교나 국가가 구입해 학생들에게 빌려준다. 교과서를 학교에 두고 다니게 하고 보통 4년에 걸쳐 대물림한다. 책이 훼손되면 학생이 책임진다.

▶ 우리는 국어·영어 같은 기본공통과목 외에 선택과목이 다양해 교과서가 957종이나 된다. 초·중학교는 교과서를 국가가 무상으로 주고 고교생들은 직접 산다. 그러나 함부로 쓰는 바람에 매년 폐기되는 교과서가 1억여권, 2400억원어치에 이른다. 교과서 물려주기 운동도 펴지만 재활용률이 100권에 2권꼴이다. 교과서 한 권 값을 1200원(초등), 3000원(중학교), 4000원(고교) 선으로 책정해 품질을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러니 예외없이 2만~3만원씩 하는 참고서를 사야 한다.

 

▶ 교육부가 미국·프랑스 같은 '교과서 대여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과정 20%를 교장이 정하고 일부 과목을 집중 이수하는 자율화 효과를 높이려면 지금 교과서보다 내용이 풍부해지고 200~300쪽인 분량도 두 배 가까이 늘어나야 한다. 그에 맞춰 교과서 값을 출판사가 자율로 정하도록 하는 법령도 입법예고돼 학부모 부담이 커지게 됐다. 그래서 내놓은 대책이 대여제다.

▶ 교과서 품질을 높여 학교 교육을 충실히 하고 참고서 부담도 줄여주는 제도를 주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대여제라고 완벽할 수는 없다. 교과서에 줄 치고 메모하는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교과서를 학교에 두고 다니면 집에서 예·복습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일본은 10여년 전 대여제를 추진하려다 포기했다. 교과서를 갖고 다니게 하는 것을 비롯해 단점들을 보완할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대여제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교과서가 개인 책이 아니라 공동재산이라는 의식이 필요하다.
                                                 

 
  •   - 김동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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