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불황
1930년대 대공황 때 미국 로펌들은 소속 변호사들을 쫓아내 구조조정을 했다. 큰 사건을 로펌에 뺏긴 일선 변호사들은 이혼, 계약 같은 사소한 분쟁을 쫓아다녔지만 일거리는 씨가 말랐다. 이름만 변호사였지 부랑자나 다름없었다. 뉴욕에선 변호사 1500명이 '극빈자 선서'를 하고서야 먹을거리를 얻었다. "나는 현금이나 자산이 전혀 없다"고 선언한 뒤 복지 혜택을 받았던 것이다.
▶ 그래선지 미국 변호사들은 돈이 된다면 뭐든 하기로 유명하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더쇼비츠는 형법 강의 첫 시간이면 늘 "통계적으로 여러분 중 상당수는 형사사건 변호사가 아니라 형사사건 피고인이 된다"고 말한다. 변호사인 그는 저서 '최고의 변론'에 "40여년간 사건을 의뢰해온 수백명 중 절반이 뇌물, 횡령을 저지른 변호사들이었고 대부분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고 썼다.
▶ '피의 목요일'로 불린 지난 2월 12일 미국 대형 로펌 8곳이 일시에 793명을 해고했다. 올 1~3월 사이에만 3000명, 작년부터는 2만명의 변호사가 거리로 나앉았다. 80년 만에 미국 변호사 시장을 다시 찾아든 칼바람이다. 한국계 변호사들도 견디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들이 우리 로펌들 문을 두드리며 내는 이력서가 작년의 5~6배라고 한다.
▶ 우리도 몇몇 대형 로펌을 빼고는 어렵긴 마찬가지다. 얼마 전엔 어느 변호사 부인이 아이들 학원비를 벌려고 파출부 나간다는 소문이 법조계에 돌았다. 직원 월급을 못 줘 노동부에 불려다니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야반도주'한 경우도 여럿이다. 월급 200만원짜리 '새끼 변호사'로 일하던 3년차 여자 변호사는 고용 변호사로부터 "나 혼자 월급 주기 힘드니 다른 변호사 일도 해달라"는 말을 듣고 뛰쳐나왔다가 두 달 쉰 뒤 중소기업에 취직해야 했다. 법률시장 개방으로 외국 로펌이 몰려오고 세무사·변리사·법무사까지 소송업무를 나눠달라고 공격하면서 변호사 시장 경쟁은 무한으로 치닫고 있다.
▶ 지난해 어느 TV의 법률퀴즈 쇼에 출연했던 미모의 여자 변호사가 의뢰인들에게 수임료를 받고도 법정에 나타나지도 않는 '불성실 변론'을 했다가 고발된 일이 있었다. 2년 전엔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분쟁에 끼어들어 골프장 사장 납치를 지휘했다 구속되기도 했다. 사기, 횡령 등 변호사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도 변호사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걸 보여준다. 머지않아 로스쿨 졸업생까지 쏟아져나오면 변호사도 대중화시대 한 직업인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 김홍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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