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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교육 왜 강한가?

忍齋 黃薔 李相遠 2009. 8. 4.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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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교육 왜 강한가?

매일경제 | 입력 2009.08.03 17:45 | 수정 2009.08.03 20:01

 

서울 강남 대치역 은마아파트 주변의 한 24시간 편의점. 열 살 내외로 보이는 아이들이 모여 재잘재잘 수다를 떨고 있다. 특이한 것은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한국말이 아닌 영어라는 것. 그들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다. "뉴욕", "보스턴", "마닐라". 외국 도시 이름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아이들 대부분은 방학을 이용해 강남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과외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해외동포 자녀들이다.

미국 뉴욕에서 초등학교를 다닌다는 정미래 군(8ㆍ가명)은 일찌감치 여름방학을 한 뒤 7월 초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로 전입했다.

한 달도 안되는 짧은 기간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유는 한국 학교를 체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군 부모님이 "오후 1시부터 밤 8시까지 학원 스케줄은 모두 잡아놨는데 오전 시간을 때울 거리가 적당치 않다"며 서울시교육청이 해외동포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조국 학교체험 프로그램'에 참여시킨 것이다.

한국 공교육 환경에 만족하지 못해 선진국 공교육을 찾아 미국으로 떠난 정군이 다시 사교육을 찾아 한국으로 오게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군의 어머니 박 모씨(37)는 "강남 학원들은 보통 레벨을 굉장히 높이 설정하고 목표치에 맞게 밀어붙여 아이들의 능력이나 성적이 금세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며 "아무리 미국에 살고 있다 해도 그 속에선 또 다른 경쟁의 리그가 일어나고 있는데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는 강남 사교육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정군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매 학원수업이 끝나면 30~40쪽이나 되는 일일 숙제를 해야 한다. 정군은 수학 학원에서 같은 또래의 미국 아이들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사칙연산과 도형, 측도, 확률 등을 배우고 있다. 미국에선 기껏해야 2자리 수들을 가지고 간단하게 덧셈과 뺄셈을 하는 수준이지만 정군은 4자리 수들의 복잡한 사칙연산을 풀고 있다.

한국말이 서툴러 존댓말과 반말의 차이를 깨치지 못한 정군은 "미국 생활보다 더 힘드네"라며 혀를 쭉 내밀었다.

어머니 박씨는 "외국에 나가 보니 오히려 필요와 수준에 따라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한국의 사교육 환경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한국의 사교육이 유독 욕을 먹는 것은 능력 없는 '공교육'의 질투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회비용'이다. 정군은 미국에서 동네의 '커뮤니티 스쿨'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영재수업(1개월 80달러)과 수영(57달러)을 배웠다. 피아노와 플루트는 교내 과외활동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전혀 돈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미국보다 다섯 배나 많은 100만원 정도의 과외비가 들고 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사교육 유턴 현상으로 매년 5~6월 서울 강남에서 빈방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다.

대치동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김 모씨(46)는 "7월 초순쯤 되면 방을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며 "유명 SAT학원 인근의 경우 평상시 월세 70만~80만원 하는 지하방도 시즌 때는 100만원 이상 주고도 빈방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군은 "한국 학교에 와서 나는 수업시간에 열심히 선생님 수업을 듣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학원 숙제를 하고 있더라"며 "아이들한테 물었더니 학교 수업은 이미 5학년 과정까지 모두 학원에서 끝냈다고 해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초ㆍ중ㆍ고교가 1만84개인데 사설학원은 16만2441개나 된다. 사실상 공교육 기능을 사교육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기획취재팀 = 이지용 팀장 / 임태우 기자 / 우제윤 기자 / 이새봄 기자 / 문지웅 기자]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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