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의대 한국 유학생
영국 병원에 가면 의사가 대개 인도나 파키스탄 출신이다. 한 해 새로 취업하는 의사의 30~40%가 외국 의대 출신이다. 영국인 의사는 초봉이 일반 대졸 직장인과 비슷해 3~4배 더 버는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로 떠난다. 영국은 의료 서비스를 세금으로 지원해 정부가 의사 월급을 통제하는 탓이다. 그 자리를 인도, 파키스탄 같은 예전 식민지 출신들이 메워 인도 출신만 11%, 1만5000여명이나 된다.
▶ 한 해 1만8000명씩 의사를 배출하는 미국은 2020년이면 20만명이 부족할 것이라며 외국 의사 수입에 열심이다. 독일 의사들도 주변국에 비해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무 여건 때문에 미국 등으로 떠난다. 이렇게 선진국에 부족한 의료 인력을 메우는 것이 폴란드, 헝가리 같은 동구 의사들이다. 헝가리는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4명이나 냈을 만큼 의료 수준이 높다. 영어로도 배워 미국 의사시험 합격률이 90%라고 한다.
▶ 헝가리 의대에 한국인 유학생이 몰리고 있다. 국립대인 데브레첸의대만 해도 2004년 한 명이던 한국인 학생이 49명으로 늘어 한국 학생 전용 기숙사를 세웠고 10월엔 한식 식당까지 연다고 한다. 이 대학은 특히 흉부외과가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부다페스트·세게드·페치, 다른 국립 의대 3곳에도 한국인 유학생이 10~30명씩 와 있다. 학비가 1만달러쯤으로 미국 5만~6만달러보다 훨씬 싼 데다 헝가리 의사 면허로 영국을 비롯한 EU 국가에서 쉽게 개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헝가리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한국에서 개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먼저 헝가리 의사 면허를 딴 뒤 정부에 한국 의사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있는지 심사해 달라고 신청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헝가리의 학제와 교과 과정 수준이 국내 의대와 같거나 더 낫다는 판정이 나와야 의사시험을 치를 수 있다. 필리핀 의대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의사 면허를 주지 않기 때문에, 중국 의대는 5년제여서 국내 응시자격이 없다.
▶ 우리는 의사가 한 해 3700명씩 배출돼 2012년이면 과잉 공급 상태로 접어든다고 한다. 의대 입학정원부터 인구 10만명당 8.7명으로 선진국 6명보다 훨씬 많다. 헝가리 의대에 간 유학생들은 일단 취업 기회가 열려 있는 EU 국가들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미 1970~80년대에 미국으로 떠난 우리 의사가 1만명을 넘는다. 혹시라도 국내 의사시험 기회를 노리는 '우회 유학'이 아니라 좁은 땅을 벗어나 세계 속에서 꿈을 펼치는 진취적 유학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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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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