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대군 행세' 노건평에 준엄한 꾸지람
연합뉴스 | 입력 2009.09.23 14:23 | 수정 2009.09.23 14:39
"애초 노블레스 오블리주 무관심…동생 죽게 만들어"
"신세 한탄하는 초라한 시골늙은이로 전락"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세종증권 매각비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담당 재판부의 준엄한 꾸지람을 들었다.
23일 서울고법 형사1부(조병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건평씨와 노 전 대통령의 고교동기 정광용ㆍ화삼 형제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조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건평씨 등이 오랜 지인인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과 세종증권 인수에 반대하는 다수의 농림부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뒤 세종캐피탈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권력형 비리"라고 규정하며 운을 뗐다.
조 부장판사는 "원래 세종증권의 가격은 500억∼600억원이었지만 매각 과정에서 가격이 1천100억여원까지 올라갔고 이로 인해 세종캐피탈은 뜻하지 않은 수익을 보게 됐고 이 가운데 상당액이 뇌물로 제공됐다"고 꼬집었다.
조 부장판사는 특히 이번 사건이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시작된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잘못 때문에 빚어진 전형적인 비리 사건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사건은 세종캐피탈의 노회한 상술과 피고인들의 추악한 탐욕이 얽히고 설켜 너무 지독한 냄새가 난 나머지 검찰이 수사한 것이지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른) 권력형 비리 수사를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부장판사는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건평씨의 처신과 범죄행위 등에 대해서도 준엄하게 꾸짖었다.
그는 "건평씨는 평범한 세무공무원으로 생활하다 동생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로열 패밀리가 됐으나 애초부터 노블레스 오블리주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돈 있는 자들에게 돈을 거둬서 공직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봉하대군으로서 행세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건평씨는 공소사실이 과장됐다고 주장하지만 그가 핵심 피고인이라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치하고 있고 김형진 세종캐피탈 회장을 직접 찾아가 `내 돈 내놓으라'고 호통을 친 만큼 가장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조 부장판사는 나아가 "1심 선고 이후 `내가 키웠다'고 자랑하던 동생이 자살했고 이제는 해가 떨어지면 동네 어귀에서 술을 마시며 신세한탄을 하는 초라한 시골 늙은이의 외양을 하고 있다"며 "동생을 죽게 만든 못난 형으로 전락한 건평씨를 감형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건평씨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건평씨는 2006년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으로부터 농협중앙회가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정 전 회장에게 잘 말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화삼ㆍ광용 형제와 함께 29억6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징역 4년에 추징금 5억7천만원을 선고받은 그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억원으로 감형됐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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