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기차 배터리, ‘가마우지’ 신세 될라
한겨레 | 입력 2009.10.26 22:10
[한겨레] 부품 국산화율 30%…핵심기술 일본 의존
국산 2차전지 안정성·경제성 인정…일본 독무대 흔들어
분리막 등 핵심기술 일 의존도 커…중국 추격도 위협적
* 가마우지 : 실익은 일본에 뺏기는 한국 경제를 빗댄 말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전력이 26일 '전기자동차 및 충전기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썼다. 한국전력이 내년까지 전기차용 충전기를 개발하고, 현대·기아차는 내년 8월에 전기차 시범 보급을 시작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부터 전기차를 일반에 파는 것이 목표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내년부터 전기차 '볼트' 판매에 나서고, 프랑스의 르노도 '플루언스 Z.E'를 내놓기로 하는 등 세계 전기차는 내년에 데뷔전을 치른다.
100% 전기로 가는 전기차의 핵심은 동력원인 배터리, 즉 2차전지(충전가능한 전지)다. 전지값이 전체 차값의 50%에 이른다. 기존의 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은 일본의 독무대였다. 1위업체 산요는 일본의 혼다와 미국의 포드·크라이슬러 그리고 독일의 폴크스바겐에, 2위인 파나소닉은 일본 도요타와 손잡고 있다. 한국 업체들은 앞으로 열릴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휴대전화와 노트북용 제품을 만들면서 쌓은 기술력 등을 발판 삼아 잇따라 시장 개척에 성공하고 있다. 에스케이(SK)에너지는 지난 24일 대형트럭·버스 제조업체인 미쓰비시후소의 하이브리드 차에 들어갈 리튬이온 2차전지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독일의 다임러 그룹(85%)과 일본 미쓰비시(15%)가 손잡은 합작법인이다. 앞서 엘지화학은 미국의 지엠(GM) 전기차 볼트에 2차전지를 독점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엘지화학의 미국 자회사인 '콤팩트파워'는 미국 정부가 선정한 2차전지 지원대상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 에스디아이(SDI)는 독일의 부품업체 '보쉬'와 손잡고 만든 합작업체(SB로코모티브)를 통해 독일의 베엠베(BMW)가 내놓을 전기차에 2차전지를 공급한다. 세계 자동차용 전지공급 시장에 엘지-삼성-에스케이의 '삼각 체제'가 구축된 모양새다.
엘지(LG)경제연구원의 홍일선 연구위원은 "한국과 손잡은 업체들이 미국과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라는 점을 봐야 한다"며 "이들은 일본과 손잡으면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고, 중국은 아직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봐서 한국 쪽 손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의 김영우 연구위원은 "2차전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성과 출력인데 삼성에스디아이는 최근 3년간 폭발사고가 한 번도 없었고, 전지 무게당 출력이 1위 업체 제품에 거의 근접한다"며 품질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6개월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까지 2차전지 파트너를 정하지 않은 독일의 아우디와 포르셰, 프랑스의 푸조 시트로앵 등이 함께할 상대를 고르는데, 한국 업체들이 이들과 손잡으면 초기 전기차 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국 2차전지 업체들은 자동차용 2차전지가 제2의 반도체, 제2의 액정화면표시장치(LCD) 같은 '효자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실속이다. 지식경제부 집계로는, 2차전지 부품·소재 기술 국산화율은 30%를 넘지 못한다. 2차전지의 4대 부품은 양극·음극을 만드는 양극활·음극활 물질과 전해액, 분리막이다. 한국업체들은 이중 분리막과 음극활 물질을 일본 제품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뛰어난 조립·가공 기술로 완제품으로는 세계시장을 주도하지만, 그 부품·소재는 일제를 쓰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임태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재 분야는 하루아침에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데, 우리의 일본 의존도는 50%에 이른다"며 "이 부분이 완성품의 부가가치와 원가 경쟁력, 장기적인 시장 경쟁력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차전지 재료 시장은 올해 30억달러 규모인데, 2015년 56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일본의 견제와 중국의 추격도 위협적이다. 중국 업체, 특히 비와이디(BYD)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와이디는 2차전지 생산업체인데, 휘발유 엔진과 전지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차에 이어 전기차도 독자기술로 내놨다. 미국은 자체 개발한 급속충전 기술을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 표준으로 쓸 예정인데, 이 기술을 쓰려면 2차전지에 코발트 성분이 없어야 한다. 한국은 아직 그 기술이 없는데, 중국은 코발트 없는 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 업체들은 2차전지 특허를 한국 견제용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한다. 김영우 연구위원은 "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에 차세대 제품이 나올 3~4년 뒤에 한번 큰 고비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희 김회승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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