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3_생각해볼글

금양호 독신 선원들 죽어서도 차별받나

忍齋 黃薔 李相遠 2010. 4. 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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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양호 독신 선원들 죽어서도 차별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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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수색에 참여했다가 침몰한 쌍끌이 어선 '금양 98호'엔 9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국적이 2명, 나머지 7명은 한국인이었다.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 것은 이들이 모두 독신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이들 나이는 33~55세, 대부분 결혼 적령기를 한참 넘긴 연령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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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8세 선장 김재후씨의 동생은 신문 인터뷰에서 "형님은 평소 바다와 결혼했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생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말 허풍이었을 것이다. 이들이라고 왜 처자식 얻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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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대략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고기잡이 배 선원은 전형적인 '3D'(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직업이다. 험한 바다에서 하루 20시간을 일하지만, 수입은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다. 한번 출어(出漁)를 하면 3~4개월을 바다에서 보내는 이들이 배우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시리다.

  • 이들은 가난한 약자(弱者)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사회에 서운함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런 그들이 나라의 부름에 흔쾌히 응해 생업도 포기하고 거친 바다로 달려갔다. 나라를 위한 이들의 값진 희생은 천안함 실종자 46명이나 한주호 준위에 못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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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우리가 이들을 제대로 예우하고 있는지 자문한다면 참으로 민망하다. 희생자 빈소는 썰렁하다 못해 적막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군과 해경은 발뺌하기에 급급하다. 정부 대책과 국민적 애도 물결 역시 온통 천안함 쪽에만 몰려 있다. 우리 사회는 죽음에도 차등(差等)을 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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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양호의 '이름 없는 영웅들'에겐 관심 끌 만한 근사한 영웅적 스토리가 없다. 이들은 30여년간 바다 속 특수 임무를 담당한 'UDT의 전설'도 아니고, 적의 해상 도발을 격퇴한 '바다의 방패'도 아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군가를 불러주는 'UDT 사나이'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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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양호 선원들에겐 천안함 실종자처럼 대책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줄 가족도 없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김종평(55)씨에겐 법적으로 가족으로 인정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들에겐 내 아들 살려내라고 울부짖는 어머니도, 오열하며 실신하는 아내도 없다. 금양호의 선원들은 죽어서도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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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들은 그저 생계를 위해 배를 타던 사회적 약자일 뿐이었다. 그러나 행동은 영웅적이었다. 충청도 앞바다에서 주꾸미 잡이를 하던 중 군의 요청을 받고 바로 조업을 포기하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조업하는 만큼 수입이 생기는 이들에게 조업 중단은 벌이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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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들에게 백령도 앞바다는 평소 조업하지 않는 낯선 바다였다고 한다. 바닥에 돌이 많아 쌍끌이 그물을 쓰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런 조건도, 군소리도 달지 않고 나라의 요청에 응했다. 이런 사람들이 영웅이 아니면 누가 영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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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신에 걸맞게 금양호 선원들을 예우하는 것은 나라의 품격과 관련된 문제다. 남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홀대하는 나라는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왜 당장에라도 금양호 선원 두 명의 빈소에 달려가지 않는가. 왜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의 명예와 서훈(敍勳)과 보상을 헌정하겠다고 천명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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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상은 인도네시아 선원 2명에게도 차등 없이 제공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나라를 위해 희생된 사람은 국적(國籍)을 가리지 않고 책임진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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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정훈 사회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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