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병 지원 경쟁
소설가 황석영은 1960년대 말 해병대 사병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그의 단편 '몰개월의 새'(1976년)는 월남 파병을 앞둔 한 상병과 부대 옆 사창가 여인 미자의 이야기다. 포항에 있는 몰개월(沒開月) 사창가의 여인들은 전장(戰場)으로 가는 장병들과 풋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 한 상병을 사랑하게 된 미자는 월남으로 가는 그에게 오뚝이 인형을 선물한다. 사내는 여인의 선물에 담긴 '막장인생'의 사랑을 비감하게 깨닫는다. '그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몰개월을 거쳐 먼 나라의 전장에서 죽어간 모든 병사들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파월(派越) 장병 31만여명 중 4770명이 전사했고 1만여명이 부상했다. 월남전 특수(特需)가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됐지만 희생도 컸기에 한동안 해외 파병은 국가적으로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 요즘 우리 군인들은 서로 먼저 해외 파병에 뽑히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될 국군재건지원단 병력 320여명 중 육군 작전지원대 95명을 뽑는 데 908명이 지원해 9.6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항공지원대 경쟁률은 5.8대1이었다. 지난해 레바논 동명부대 5진 선발에도 신세대 사병들이 대거 몰려 11.2대1의 경쟁을 기록했다. 장교는 6.1대1, 부사관은 12.1대1이었다.
▶ 2008년 자이툰부대 9진 선발에도 65명 모집에 사병 1146명이 지원해 17.6대1의 경쟁이 벌어졌다. 특히 매점 근무병 한명 모집에 103명이나 신청해 화제가 됐다. 어학관련 보직은 토익 900점 이상이어야 한다. 육군은 "일반인이 가기 힘든 해외 분쟁지역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고 경력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많은 장병이 몰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장교의 경우 일반 참모 자리는 1년 근무해야 1개 보직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하지만, 해외 파병은 6개월 근무하면 1개 보직을 거친 것으로 평가해준다. 진급심사에서도 파병 경력이 있으면 잠재역량을 높이 쳐준다. 8만원 수준인 사병 평균 월급이 파병되면 월 100만원 넘게 올라간다. 제대 후 취업할 때 좋은 '스펙' 쌓기도 된다. 우리 역사상 글로벌 마인드가 가장 강하다는 'G세대' 장병들이기에 해외 파병은 도전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무대가 됐다.
- 박해현 논설위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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