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의 맛집 - 흑산도 홍어

나는 서울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대학을 전라북도 전주에 있는 전북대학교 농대를 다니느라 전라도와 인연을 맺었다. 대학졸업후에는 전라도를 경시하는 사회풍속때문에 마음을 많이 상하면서 살았지만 음식에서 만큼은 전라도와 연을 맺지 않았으면 어찌할번 했을까 소름이 끼친다.

음식을 생각할라치면 꼬돌빼기 김치의 오묘한 맛이며, 콩나물국밥, 비빔밥, 온갖 산해진미들이 몇시간은 머리속에서 행진을 한다. 하지만 이처럼 나에게 식도락의 깊고 오묘한 깊이를 선사한 전라도 음식에도 내가 감히 범접할수 없는 음식이 있었다. 바로 홍탁삼합 (洪濁三合)으로 유명한 삭힌 홍어는 도저히 그 고약한 냄새와 입천장을 한껍질 벗겨내는 독함으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음식이었다.

지난 5, 6월 나는 30주년 5.18행사 참석과 한국 4대강 관련 워크샵을 주제하기 위해 한국을 모처럼 방문했었다. 그때 나의 죽마고우 김용설군이 유지광선생의 직계로 전국구 주먹계의 전설로 알려진 정효진 선배의 "흑산도 홍어"로 가족동반 모임을 주선하였다. 삭힌 홍어에 대한 도전정신과 반가운 선배를 보겠다는 마음으로 안양의 홍어전문 음식점 "흑산도 홍어"를 찾았다.

콤콤한 냄새로 진동하는 식당은 발디딜 틈도없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족을 빼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홍어 한점을 깨소금에 찍어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뻥! 10년도 넘었을 비염증세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세상에 이처럼 숨이 홀가분하게 쉬어질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숨쉬기의 카타르시스를 느낄수 있었다.

홍어의 홍자 근처도 못가던 속초 출신의 내각시와 미국놈으로 살아온 내 아들녀석도 이 희한한 별미를 정신없이 음미했으니 이 홍어삼합은 진정한 별미의 선봉이라 할만하다. 삭힌 홍어를 부위별로 샤부샤부로 내놓는 홍어코스요리는 '아~ 이래서 우리의 조상들이 그것도 맛갈나는 음식의 고향 전라도에서 삭힌홍어를 즐기게 되었구나~' 감탄이 절로 나온다.

홍어로 배가 부르니 벽에 오간사람들의 빼곡한 서명이 눈에 들어온다. 정치판의 거물들의 이름에서 부터 이 음식점의 음식맛의 실체를 느끼게 하여 준다. 또 벽에는 각종 음식만들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상패들이 도배된듯 벽면을 메우고 있다. 또 공중파 방송국의 요리프로에 나가 홍어삼합을 만들어 내는 정효진 선배의 의젓한 모습이 그 사이사이를 체우고 있다.

이 음식점에서 홍어삼합을 먹을때, 주의할점이 잘 보이게 붙여져있다. 술주정과 끽연은 절대 금한단다. 홍어전문 요리사인 정효진 선배는 전국의 깍두기들이 벌벌떨던 주먹이었다. 그러니 손님들은 목숨보존을 위해서는 이 경고를 꼭 지켜야 할일이다.

언젠가는 '흑산도 홍어' 분점을 이 샌프란시스코에 개점할 꿈을 꾸어본다. 냄새나고 혐오감을 주던 김치가 이제는 세계인이 한국음식하면 줄줄이 뛰어나오는 대표음식이 되듯 홍어삼합은 한국을 대표할 음식의 예술로 곱을 만 하다.

1. 길건너편에서 바라본 안양의 흑산도홍어 전문점
2. 처음 한점을 깨소금에 찍어 씹으면 씹을수록 홍어에 빠지게 되는 마력이 있다.

 

3. 벽면에 가득한 각종 요리대회 대상 수상 상장과 정효진 선배
4. 유명한 정치실세들의 소박한 모습과 마주칠수 있는곳이다. 

 

5. 주방에서 직접 홍어삼합을 만들어 내는 정효진 선배와 형수님.
6. 중국의 차마고도를 다녀오신 정효진 선배의 여행담을 들으며 (중국인민해방군 모자가 이체롭다)

 

7. 후배를 아끼고 사랑하는 선배는 중국 차마고도의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들려준다.
8. 나도 한국에서 살았다면 정효진 선배처럼 주먹으로 한세상 풍미했을까?

 

 9. 홍어삼합에 대한 즉석 강의를 들으면 홍어삼합 진미를 더 느낄수 있다.
10. 홍어코스요리를 준비하는 정효진선배의 배경으로 벽에 술주정금지와 금연 그리고 독도를 일본땅이라 우기는 자들의 출입금지 경고문이 보인다.

참고
1) http://blog.daum.net/enature/15849904
2) http://blog.daum.net/enature/15849903
3) http://blog.daum.net/enature/15850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