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낮아지는 가출 연령
미국 작가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세상의 모든 것을 삐딱하게 보는 열여섯 살 소년 이야기다. 뉴욕의 변호사 아들로 태어난 홀든은 명문 사립고에 들어가 부모처럼 성공한 인생을 살도록 강요받는다. 그러나 소년의 성적은 영어를 빼곤 전 과목 낙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퇴학당한 소년은 기숙사를 나와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사흘 동안 세상을 떠돈다. 기차에서 만난 수녀에게 거짓말을 늘어놓고, 친구를 만나 바에서 술을 마시고, 호텔에서 거리의 여자를 부른다.
▶홀든은 자신의 잘못을 세상 탓으로 돌린다. '호밀밭…'이 성공한 것은 홀든 또래 청소년들이 겪는 기성사회와의 불화, 거기서 벗어나려는 탈출의 꿈을 인간 성장의 한 과정으로 잘 그렸기 때문이다. 톰 소여도 부모를 일찍 여의고 잔소리꾼 이모 밑에서 자라다 집을 뛰쳐나온다. 허클베리핀도 주정뱅이 아버지 때문에 괴로운 날들을 보냈다. 두 소년이 미시시피강 해적이 돼 벌이는 모험에 독자들이 박수를 보낸 것도 성장기 '탈출 정서'를 건드린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가출은 통쾌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아이들은 일시적 반항심으로 집을 나오지만 세상은 성숙하지 않은 그들을 기다렸다는 듯 어두운 골목으로 끌고 간다. 남학생들은 가출 후 일주일 지나면 상당수가 빈집털이나 강도로 나서고, 여학생들은 절반이 석 달 안에 원조교제를 하거나 성매매업소에 나간다는 조사가 있다.
▶청소년들은 가출의 길로 한번 발을 잘못 디뎠다가 대개는 '루저', 패자의 인생을 벗지 못한다. 이런 가출 청소년이 서울에만 1만명을 넘는다. 여성가족부가 어제 발표한 조사에서 청소년 가출 나이가 갈수록 어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청소년 쉼터에 들어온 청소년들의 첫 가출 평균 연령이 남자 13.3세, 여자 13.8세라는 것이다.
▶가정은 사람이 자라며 맞닥뜨리는 최초의 사회다. 많은 청소년 가출과 비행(非行)이 부모의 불화나 지나친 기대와 간섭, 가족 갈등과 폭력, 소통 부족에서 씨 뿌려진다. 서울 하왕십리 집에 불을 질러 가족을 숨지게 한 14세 중학생도 "판·검사 되려면 공부해라"는 아버지 잔소리가 싫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갈수록 철없고 과격해지는데 가정마저 건강함을 잃으면 사회의 장래는 어둡다.
'2. Humanities > 23_생각해볼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이상백, 이병도는 학자인가? (0) | 2010.11.28 |
---|---|
'개천에서 용 난' A씨, 미국서 박사학위 받고도 귀국 않는 이유 (0) | 2010.11.01 |
軍, 해외 파병부대 性문란 사고 '쉬쉬' (0) | 2010.10.04 |
Male dance moves that catch a woman's eye (0) | 2010.09.12 |
상처 입은 20대의 '킨제이 보고서'? 아니, '로망포르노'![프레시안 books] (0) | 2010.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