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케이블카, '도롱뇽' 될까
- ▲ 박은주 기획취재부장
1852년 육상 케이블카가 발명되면서 짐수레를 끌던 사람과 말은 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됐다. 케이블카 기술은 곧 공중 전차(aerial tramway), 로프웨이(rope way) 기술로 발전해 1900년대 초기 전 세계로 뻗어갔다. 초기 공중 케이블카는 고산지대 탄광에서 캔 석탄을 땅으로 내려 보내는 역할을 하면서 수요가 증가했다. 케이블카를 통해 인간은 이동의 자유를 한 뼘쯤 늘리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요즘 이 케이블카 때문에 100일 단식, 삼보일배 시위, 1인 시위 등 다양한 형태의 '항거'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설악산, 지리산, 속리산, 북한산, 소백산, 다도해 한려해상 국립공원 등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들은 케이블카 설치를 이명박 정부의 '토건(土建)주의'의 곁가지로 판단하고 있다. 자연을 보호하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자연을 그대로 놔두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자연스럽게'라는 표현처럼 말이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자연은 정말 무해한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유기농 재배를 위해 농약 사용을 줄인 지역에서는 계절성 질환인 쓰쓰가무시병 같은 병이 늘어나고 있다. 더 쉬운 예로, 나무를 쳐내고 등산로를 정비하지 않은 산에 들어갔다간 큰일이 나기도 한다. 위험이 제어되지 않은 자연은 그 자체로 독성을 갖고 있다. 결국 완벽한 자연보호란 가능하지도 않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복지에도 기여하지 못한다. 인간이 결정해야 하는 것은 얼마나 현명하게 변경하는가 하는 문제다.
유럽에서 중산층이 늘어나고, 레저 산업이 형성되던 1920년대, 알프스의 샤모니에는 케이블카가 놓여 잘 차려입은 신사와 숙녀가 이 산을 가뿐히 오르는 모습이 영상으로 남아 있다. 2차대전 후, 유럽·미국·일본·남아프리카는 물론 코스타리카 열대우림지역에도 케이블카가 설치됐다. 쓸데없는 곳에 생겨 흉물로 전락하는 경우도 생겼다. 케이블카 천국인 일본에서는 얼마 전부터 무차별적으로 놓인 케이블카를 철거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바로 이런 근거로 반대론자들은 "선진국에서도 용도 폐기된 케이블카를 뒤늦게 놓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케이블카의 효용을 맛보기 시작한 단계다. 얼마 전, 통영에서 케이블카를 타봤다. 약 2㎞의 선로를 따라 케이블카가 올라갔고, 하차장에서 미륵산 정상까지는 약 10분간의 산책로가 이어졌다. 이 코스를 벗어나 산행을 할 수는 없도록 설계됐다. '케이블카로 동선을 제한하면, 산행에 따른 산림 훼손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정부 주장이 거짓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산 정상의 모습이었다. 산 정상에 그토록 많은 노인들이 있는 모습이라니. 케이블카의 근본 효용이 시연되는 현장이었다.
물론 레저 취약층의 복지를 향상한다고 무작정 케이블카를 늘리는 게 답이 될 수는 없다. 케이블카만 놓으면 지역 경제가 엄청 좋아질 것이란 얘기도 과장(誇張)이다. 반대로 '기계는 자연을 파괴한다'는 것도 관념적이고 게으른 논리다. 터널 뚫으면 다 죽는다던 도롱뇽도 천성산에서 잘살고 있다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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