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원민족주의 노골화 한다
서울경제 | 입력 2010.12.27 17:45
中희토류 거점 바오터우 가 보니…
"보안산업" 정부 통제 강화
해외합작등 철저히 차단 접근도 불허 '竹의 장막'
진출기업들 압력 못이겨 사업권 자진반납 하기도
체감기온 영하 30도의 칼 바람이 몰아진 지난 23일 중국 최대의 희토광산ㆍ공업도시인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바오터우(包頭). 바오터우시를 지나다보면 '희토고신구(稀土高新區)'라는 입간판이 자주 눈에 띈다. 우리 말로는 희토하이테크 산업단지쯤 된다. 이 입간판은 선진국이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며 손을 뗀 사이 희토류를 최첨단 산업으로 육성해 온 중국의 정책의지가 느껴진다.
희토고신구는 중국 전역의 54개 국가 지정 하이테크단지 중 유일하게 '희토'라는 전문 명칭을 가진 곳. 중국이 '산업의 비타민'인 희토류를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 지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다.
하지만 바오터우 소재 희토류 기업은 살을 에이는 혹한의 날씨만큼이나 고통스럽고 착잡한 심정이다. 현지 기업과 해외 합작 기업 가릴 것 없이 중앙 정부의 희토류 산업 통폐합 추진으로 언제 문을 닫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표면상 난립하고 있는 부실 기업 정리를 겨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전략 산업에 대한 정부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특히 외국 기업이 중국 업체와의 제휴ㆍ합작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희토류 관련 인허가 업무를 기초단체인 시(市)단위에서 광역단체인 성(省(성)단위로 격상시킨 바 있으나 실제로는 정부 차원에서 관리ㆍ통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지에서 만난 바오터우 희토고신구의 한 업체 관계자는 "지금 희토류업체들은 중앙 정부의 살생부에 오를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국영기업 중심의 통폐합작업과 함께 자원민족주의 열풍이 불면서 외자기업과의 합작 등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중ㆍ일간 센카구 열도분쟁은 중국의 자원무기화 바람에 불을 당겼다. 지난 9월5일 중국 어선이 일본 순시선이 나포되면서 반일 감정이 격화되자 일본의 한 기업은 중국과의 합작 승인이 돌연 취소됐다. 일본 기업은 후난성 이양(益陽)시에 4,500만 위안(78억원)을 투자, 희토류 가공업체인 '익양 신재료 희토유한공사' 설립 승인을 받았지만 이 사실이 현지언론에 보도되면서 하루 아침에 합작 인가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이 해당 중국기업을 '마이궈쩨이(賣國賊ㆍ매국노)'로 묘사하며 자원 민족주의를 자극하자 합작 당사자들이 9월 22일 사업 권을 자진 반납한 것이다.
한국 기업까지 유탄을 맞았다. 바오터우에 진출한 한국기업 한 곳도 지방정부로부터 희토류를 뽑아낼 수 있는 공장 설립을 이미 승인 받았지만 중앙 정부의 압력에 밀려 최근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곳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언제 현지 합작파트너가 손을 뺄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중국 희토류 산업은 '죽(竹)의 장막'이다. 바오터우 현지 공무원들은 외국 기자와의 접촉을 일절 삼가고 있고 광산 현장은 물론 민간 공장 접근조차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특구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차오(曹) 사장은 "희토류는 국가 보안 산업으로 중앙 정부차원에서 직접 통제하고 있다"며 "바오터우시와 희토고신구 소속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바오터우(네이멍구자치구)=이병관특파원 y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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