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2_한국역사

[기자수첩] 오염된 물 좀 섞여도 괜찮다는 그들

忍齋 黃薔 李相遠 2011. 8. 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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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염된 물 좀 섞여도 괜찮다는 그들
양희동·사회부 기자 eastsun@chosun.com

 

 

▲ 양희동·사회부 기자


지난달 26~28일 중부지방에 쏟아진 기록적 폭우는 너무나 많은 상처를 남겼다. 경기도 광주 지역에도 421.4㎜의 비가 내려 팔당호 상류 경안천과 곤지암천이 범람했다. 곤지암·광주 두 곳의 하수처리장이 가동을 멈췄고, 생활하수가 하루 3만8000t씩 10일째 팔당호로 흘러갔다. 5일 오후 곤지암 하수처리장은 정상 복구됐지만, 광주 하수처리장은 여전히 1차 처리만 거친 하수 1만3000t을 매일 내보내고 있다.


이 오염된 물의 유입이 팔당호 수질에 미칠 영향을 묻자 서울시와 수자원공사 공무원들 대답은 뜻밖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명쾌했다.


"경안천에서 팔당호로 유입되는 수량은 팔당호 전체 유입 수량의 1.6%에 불과합니다. 그에 따른 수질 변화는 극히 미미합니다." "팔당호 저수량이 2억4400만t이라 다 희석됩니다. 수질 오염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아마 그들 말이 맞을 것이다. 아니, 맞는다고 믿고 싶다. 그들 말대로 하루 3만8000t에 '불과한' 생활하수가 모두 희석돼 맑고 깨끗한 팔당호 물을 보고 싶고 먹고 싶다. 그런데 뒷맛이 영 개운하지 않다. '생활하수'라는 정제된 단어를 풀어 쓰면 어떤 말일까. 목욕물, 설거지물, 세탁물, 세차물, 걸레 빤 물…. 그리고 가동 중단될 때까지 하수처리장 내 분뇨처리시설에 남아 있던 분뇨다. 그런 물이 지금도 팔당호로 유입되고 있다.


팔당호는 수질 개선 사업에만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 수도권 상수원보호구역이다. 그곳에서는 공장 건설도, 농사짓는 일도 제한된다. 하다못해 낚시도 못하게 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 유입되는 오수(汚水) 양이 적어 영향이 미미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마시는 물의 질을 관리하고 오염을 감시하는 공무원들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만약 그들의 자녀가 똥물 한 방울이 들어간 물 한 컵씩을 매일 정수해서 마시게 된다 해도 "아무 문제 없으니 마셔라"고 말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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