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한국정부가 지급하는 (방위비)분담금을 사실상 공돈(free money) 취급했다.”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한 얘기가 아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해외미군 주둔비용 보고서’에서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금 오용·전용한 사례를 꼬집어 한 말이다.
초헌법적인 방위비분담금 전용, SOFA에도 위반
사례를 들춰보면 울화가 치밀 정도다. 주한미군 재배치로 새롭게 건설 중인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에 한국정부가 지급한 방위비분담금 가운데 1040만 달러(115억원)을 미2사단 박물관을 짓는 데 사용했다. 오죽했으면 미 상원이 “분담금을 박물관 건축이 아니라 업무상 필수적인 곳에 사용하는 바람직하다”라고 비판했을까.
분담금 전용은 대한민국 실정법을 넘어서는 행위일 뿐 아니라 SOFA(주둔군지위협정) 규정에도 어긋난다. 분담금의 근거는 1991년 체결된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SMA)이다. SMA는 SOFA 제5조(시설과 구역-경비와 유지)에 따라 한국정부가 분담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제5조에는 건설비·인건비·군수비 등 주둔비용을 미국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돼있다.
분담금 산출방식도 엉망이다. 굴욕스럽기까지 하다. 한국정부가 부담해야 할 분담금은 ‘예산 소요기반’이 아니라 ‘총액’으로 책정된다. 5년에 한차례씩 협상을 통해 분담금 총액을 결정한 뒤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지급액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한국이 지급한 분담금 미집행액을 전용할 수 있도록 양해해준 제8치 SMA협정/2009.1>
주한미군 1인당 2600만원 지원, 관리-감사권 전혀 없어
한국정부에게 사용내역에 대한 관리와 사후 감사권이 없다. 한국정부는 결정된 ‘총액’대로 미군 측에 돈을 주기만하고, 미군은 아무런 통제 없이 이 돈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이러니 전용과 오용이 판치는 거다.
지금 제9차 미군주둔비 부담금(방위비분담금)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SMA 첫해인 1991년 분담금 규모는 1073억원. 20년 동안 계속 늘어나 2013년 분담금은 8695억원에 달한다. 주한미군 1인당 2600만원을 지원하는 셈으로 2001년(1300만원)보다 2배 많아졌다. 주한미군 측은 이것도 부족하다며 1조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주한미군이 방위비분담금에 ‘군사건설비’라는 모호한 항목을 넣어 이를 통해 미집행액을 누적시켜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간 한국정부가 지급한 분담금의 미집행액이 2조원을 넘는다.
미국이 부담할 기지 이전비용 충당 위해 미집행분 누적시켜 와
주한미군이 이렇게 미집행분을 쌓아두고 있는 것은 동두천 미2사단(캠프 케이시) 이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바에 의하면 용산기지 이전비용은 한국정부가, 미2사단 이전비용은 미국정부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미2사단 이전비용을 한국정부가 주둔비용 명목으로 제공하는 방위비분담금에서 충당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부터 미집행분 누적액이 미2사단 이전 건설비용으로 쓰이고 있다.
주한미군이 방위비분담금 전용이라는 초헌법적인 특혜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덕분이다. 2011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대사관 비밀전문(2007.4.2)에 의하면 미군이 노무현 정권 때 분담금 전용을 명문화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집행분 불법전용 용인, MB가 오마바에게 준 취임선물
옥신각신하다가 미군이 뜻을 이룬 건 2009년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바마 당선인에게 통큰 선물을 한다. 미국 측이 그렇게 원했던 분담금 미집행액 전용 뿐 아니라 기지 이전에 따른 공사선택권까지 보장해 줬다. 또 설계·감리비를 챙겨주기 위해 이전 사업비의 12%를 현금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각서가 오바마 대통령 취임 5일전에 서명됐다.
전용·오용 뿐 아니다. 미집행분 누적액을 양도성 예금계좌에 넣어 이자수익 챙겼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이자수익만 해도 2000~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겨레>는 주한미군이 ‘커뮤니티 뱅크’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 서울지점에서 양도성 예금증서 거래로 2006년 204억원, 2007년 362억원의 이자소득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방위비분담금 협정에 대한 국가소송 과정에서 법원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미집행분 쌓이자 양도성예금 거래로 수천억 이자 챙겨
2006년 미집행분 누적액(1조109억원)과 2007년 누적액(1조3085억원)의 잔액(4553억원과 7015억원)를 양도성 예금증서로 맡겨 이자수익을 발생시킨 것이다. 미군이 2008년 이후에도 이런 식으로 이자수익을 발생시켜 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08년 누적액 잔액은 1조 1193억원.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자료가 미공개 돼 파악이 어렵다. 미2사단 이전공사가 시작된 이후부터 잔액이 줄어들어 2012년 7611억원, 2013년 7380억원을 기록했다. 이 잔액을 굴려 현재까지 같은 방식으로 이자수익을 발생시켜 왔다면 2006~2013년 사이 주한미군이 챙긴 이자수익은 2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방부의 주장과 배치된다. 지난달 국회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방위비분담금 잔액으로 이자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하자 국방부는 강하게 부인했다. 국방부의 답변이다.
“(방위비분담금 미집행분 잔액은) 미군이 커뮤니티 뱅크에서 관리하며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네 차례 확인했다.”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한 건가. 대한민국 국방부인가, 주한미군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저 돈도 국민혈세, 최소한 이자소득세라도 물려야
미국 측이 부담하기로 한 미2사단 기지 이전 비용 확보를 위해 한국정부가 제공한 방위비분담금에서 미집행분을 발생시켜 축적해 온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원칙대로 하자면 모두 국고로 환수돼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불법을 용인해 주는 것도 모자라 잔액 전용까지 보장해 줬다.
그것도 모자라 주한미군은 불법 전용할 목적으로 누적해온 분담금을 양도성 예금 거래에 투자해 수천억원의 이자수익까지 챙겼다.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이자수익에 대해 세율 12%를 적용하면 미군이 내야 할 이자소득세만 수백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이 징세해야 한다. 세금 못낸 서민에게는 이자에 이자까지 붙이고 압류까지 하면서 미군이라고 봐 줄 텐가. 이자 챙기기 위해 양도성 예금 거래에 넣은 저 돈도 국민혈세로 충당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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