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2_한국역사

백호주의로 악명 높았던 호주의 첫 한인 이민 시민권자는 곽묘임 이라는 여성분!

忍齋 黃薔 李相遠 2014. 9. 1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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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첫 한인 이민 시민권자인 곽묘임 할머니는 애석하게도 한국말을 상실하셨다는 군요. 뭐 하긴 저도 한인사회에 얼굴을 들이밀던 2003년 한국말을 버벅거렸으니 말입니다. ]


[펌] “혹시 당신의 이름이 곽묘임인가요?” / 양명득


“혹시 당신의 이름이 곽묘임인가요?” 전화를 통해 전달되는 필자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지난 4년여 동안 연구해 왔던 호주 한인 1호 시민권자인 곽묘임 할머니(77)를 마침내 찾은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시드니에 30여년 동안 살고 계셨다.


곽묘임의 여권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곽 여사댁을 찾았을 때 초로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그곳에 서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곽 여사의 얼굴에 앉아 있었지만 사진으로 보았던 20대 초반의 고운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남편 가렛씨는 “당시 아내는 굉장히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여성이었고, 용기를 내어 청혼을 하였다”고 말했고 곽 여사는 “가렛이 서양인이었지만 자상하고 믿음직스러웠다”고 회고했다.


당시 곽씨는 꿈 많은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패션 디자이너를 희망하였지만 한국참전 군인인 가렛씨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곽씨의 부모는 딸을 이역만리의 백호주의 나라인 호주로 보내는 것을 기뻐할리 없었다. 신랑의 부모도 아시아 여성을 며느리로 불러 온다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당시 시대가 그러했다. 호주 정부도 가렛씨가 먼저 귀국한 후 2년 동안의 ‘냉각 기간’을 갖도록 하였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은 계속되어 결국 곽씨는 1956년 호주에 오게 되고, 양가 부모의 참석없이 시드니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 후 곽씨는 직업군인 남편을 따라 호주에서의 이민생활을 시작하고 박봉인 남편을 도와 온갖 일을 다하며 가정을 세우는데,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음식과 외로움이었다고 토로했다. 호주식대로 아침에 ‘씨리얼(곡물류)’을 먹는데 이곳 사람들은 아침부터 ‘과자’를 먹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고독한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었다는 것이 특히 힘들었다. “그곳 생활이 힘들면 언제라도 돌아 오라”는 부친의 당부가 종종 생각났지만 곽씨는 호주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새 땅에 정착하였으며 안타깝게 먼저 간 아들 외에 1남2녀를 훌륭하게 키워냈다. 


본인을 기준으로 ‘호주한인50년사’가 2008년에 시드니 동포사회에서 출간되었다고 하자 놀라며 본인이 첫 시민권자인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캔버라와 멜버른 고문서 자료관에 보관되어 있던 본인에 관한 자료가 세상에 공개되었다고 하니 그것이 알려질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면서 부끄러워 했다.곽씨에게 스스로를 한국인으로 생각하는가 일본인으로 생각하는가 물어보니, 한참 고민후에 본인은 호주인이라 대답을 한다. 호주에 살면서 한국말을 잊어버려 한인사회에도 가지 못하고, 또 출생이 한국이니 일본사회에도 끼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그러나 곽씨는 지금까지 보관해 온 대구에서의 출생증명서를 필자에게 보여주며, 언제 기회가 되면 시집 온 후 54년 간 한번도 못 가 본 고향을 꼭 다시 한번 찾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 한국사회가 본인을 어떻게 볼지 두려운 마음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필자는 몇년 전 호주한인이민사를 쓰면서 “우리 이민 선배인 호주 첫 한인시민권자를 찾아 그 개척적인 여정을 후세들에게 알려 주고 싶다”고 한 언론과의 대담에서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제 그 이민 선배의 모습이 우리 앞에 있다. 그 시대의 한 역사를 시작하였던 곽씨 할머니의 호주 정착이야기, 그것은 한 개인의 여정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와 우리 후세들의 이민역사로, 호주의 삶에서 고달프고 지칠 때 그 분의 이야기는 계속하여 영감과 용기를 줄 것이다. 이제 누가 곽 씨의 이야기를 영상 다큐멘타리로 제작하여 후손들에게 자료로 남기려는가.


묘임 가렛(한국이름 곽묘임 77) 할머니와 남편인 리처드 가렛


[Copy Right 양명득 출처: http://koreansinaustralia.blogspot.com/2012/08/blog-post.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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