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_081_黃薔年譜稿

사무엘 버켙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 1980-10-25

忍齋 黃薔 李相遠 2016. 8. 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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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 시절 연극을 하던 작은형이 사무엘 버켙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한다면서 '고도'가 무엇인가 횡설수설하는걸 듣고는 일부러 그 책을 찾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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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어쩜 이런 한심한 작품을 쓰고 또 이런 재미없는 내용을 연극으로 공연한다고 난리들을 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북대학 1학년때, 1980년 5월부터 10월까지 #살인마 #전두환 이에게 잡혀서 고문받고 죽었다가 간신히 풀려나고 보니 그 '고도'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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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는 나에게 다리 한 짝 손 한 짝을 내주어도 살아만 있고 싶은 삶에 대한 욕망이기도 했고, 살인마 전두환이 사라진 세상이기도 했고, 내 부모·형제 얼굴 한 번 더 보는 소망이기도 했고, 너무도 많고 아쉬운 것들이 '고도'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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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보안대 인후 공사 정문에서 내 어머니에게 인도되고 난 뒤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이 전북대 가톨릭 학생회 1학년들을 모아서 1980년 10월 25일 내가 연출 각색 소품까지 맡아서 사무엘 버켙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단막극으로 만들어 전북대 가톨릭 학생회관에서 공연했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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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받고 풀려났던 몸이라 피골이 상접했지만 어렴풋하게 '고도'를 이해하며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인생의 깊이를 느껴가기 시작했던 때이기도 합니다. 고문 후의 흉측한 몰골을 가리려고 김요한 (Yo Han Kim) 선배의 빵떡 모자와 넥타이를 빌려 쓰고 작품 설명을 하는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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