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_091 지운서화

[지운 김철수 선생의 서글픈 이야기]

忍齋 黃薔 李相遠 2020. 12. 3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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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운 김철수 선생의 이야기를 페이스북, 블로그에 그분의 서화와 함께 소개하다 보니 별 인간들이 빨갱이라 비난하고 또 어떤 이는 잘못된 이야기라 항의하고 또 어떤 이는 소설 쓰지 말라며 비난한다. 아무튼, 아직 절반도 숙독하지 못하였으나 해방 이후부터 시간대별로 정리하여 주마간산 격으로 지운 김철수 선생의 서찰과 메모 등을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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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부터 지운 김철수 선생이 작고하던 1986년까지 일분일초도 남한 땅에서는 좌익이라는 이름 아래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 지운 선생이 조선의 사회주의 역사에 차지하는 부분의 무거움을 알고 수많은 관심자들이 몰려들어 물어보고 녹음하고 취재도 하여 언론 보도도 더러있었지만 지운 선생은 주변 지인들과 남아있는 식솔들을 위해 말을 아끼고 살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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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운 선생 사후 13년 뒤인 1999년에 발간된 697쪽 내용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현대사연구소 편 자료 총서 제4집 '지운 김철수'에서 조차 지운 김철수 선생의 절제된 내용이 주변 사람들이 모아두었던 녹음테이프, 회고 메모, 공판기록, 언론 보도내용 등을 바탕으로 나왔다. 지운 선생의 절제된 증언으로 제작된 그 책에서나마 많은 사람이 조선의 사회주의 운동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로 잡아주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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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나는 지운 선생의 서찰과 메모 등에서 자료집 '지운 김철수'를 넘어서는 내용을 위주로 소개하여 가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온전히 지운 선생의 입장에서 작성된 것이고 나는 단지 내 언어로 바꾸어 그 내용을 전할 뿐이다. 예를 들어 1920년 사회혁명당 설립 이후 코민테른의 관심을 받아 동양권의 사회주의 혁명의 지도권을 획득한 이후, 막대한 레닌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그 자금을 노리며 살상과 테러를 일삼는 좌익은 물론 우익의 권모술수를 적나라하게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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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924년 레닌이 사망한 이후 1927년 스탈린을 독대하고, 스탈린 독주체제로 뒤바뀐 코민테른의 교육을 받은 이후, 그리고 실의에 빠진 박진순 선생을 통해 러시아 고려인들의 예견된 험난한 운명을 알게 된 이후 지운 선생의 복잡한 심경도 증언하고 있다. 이런 참담한 상황도 모른 채 조선의 사회주의 운동가들은 패권을 쟁취하면 막대한 공산 혁명자금을 차지할 거라는 미망(迷妄)에 빠져 화요파는 서울파를 또 서울파는 화요파를 일본과 미국의 간첩이라며 스탈린의 비밀경찰에 밀고하여 러시아 고려인 사회를 쑥밭을 만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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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일경에 체포되어 해방될 때까지 수감생활을 했던 지운 선생은 해방된 조국에서조차 좌익 우익 할 것 없이 패권을 쟁취하고자 서로를 비방하고 물고 뜯는 조선 정치지도자들의 모습을 절망감으로 지켜보아야 했다. 공산 정권하의 북조선에서는 러시아 고려인 사회의 반목을 이어받아 일제와 미제의 간첩이라 몰아 죽이고 남한의 반공 정권하에서 빨갱이로 몰아 죽이는 민족 간의 피 비린내 나는 참극을 무력감으로 지켜보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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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목을 일상화한 조선반도의 인간들이 이제는 지운 선생의 안타까운 심정을 조금이라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 속에서 배우지 못한 민족의 앞날이 어떤가는 살아본 사람들이 잘 알았으면 한다. 내가 알리는 지운 김철수 선생의 이야기를 뱀 같은 못된 반목의 눈으로 보지 말고 제발 열린 마음으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는 양심의 눈으로 바라보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적지 않은 시간을 내서 지운 선생의 이 서글픈 이야기를 전하는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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