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_082_五.一八

실리콘벨리 서울 문고 - 이산하 시인의 시집 ‘악의 평범성’

忍齋 黃薔 李相遠 2021. 5. 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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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는 눈길을 잡는 시집이 출간됐다. 이산하 (Sanha Lee) 시인의 시집악의 평범성’이. 이산하 시인 내가 한국을 떠나던 1988 나에게 굵은 각인을 남겨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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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한국 온라인 서점을 통해 한국 서적의 구매가 가능하다. 이산하(이상백) 시인이한라산이후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새롭게 시집악의 평범성 주문하려다 제법 높은 학벌의 한인이 밀집한 이곳 실리콘 밸리 지역 한인들이 쉽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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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크라라 한인촌에 있는 서울문고(1082 E El Camino Real, Sunnyvale, CA 94087, 1-408-246-2300) 떠올랐다. 이곳 교민들이 한국장을 보러와서 서울문고를 들러 직접 가서 볼 수 있도록 이야기하고 주문했고 오늘 책이 도착해 신간 코너에 전시했다고 가져가라 연락이 왔다. 미국 교민이 한국 온라인 서점에 직접 주문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배송비 포함 가격도 정가의 몇 배가 된다. 하지만 서울 문고에서 직접 구매하면 이산하 시인의악의 평범성 $16.95(한국 정가 9,000)으로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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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 오기 1년전, 1987 3녹두비평잡지에 이상백(이산하) 시인은 

혓바닥을 깨물 통곡 없이는 갈 수 없는 땅

발가락을 자를 분노 없이는 오를 수 없는 산

백두산에서

한라산에서

지리산에서

무등산에서

시작하는 제주 4.3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장편서사시한라산 발표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를 받는 필화를 겪었다. 박근혜 정권에서 총리를 했던 황교안 공안검사가 팀장으로 이산하 체포팀까지 구성했다. 그에 더하여 지인끼리 몰래 돌려보던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시인이 1988 6 11 작성한 항소이유서에서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으로 시작하는김일성 장군의 노래 당차게 실려있었다. 공안검사 황교안은 시인을 평생 콩밥을 먹이겠다고 노발대발했다고 한다. 아래는 항소이유서다.

척박한 이 땅의 역사는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 사이에서 언제나 끊임없이 피를 흘려왔습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피를 흘려야, 얼마나 더 이 땅을 붉은 피로 물들여야 새로운 세상이 올 수 있을지 아직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따뜻하고도 새로운 세상이 반드시 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에 대해 우리는 강철같이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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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한라산‘도 다만 그런 믿음과 세상을 위하여, 그리고 그런 역사의 부름에 정직하게 대답하기 위하여 쓰여졌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그 역사가 다시 나를 부른다면, 그래서 내가 다시 대답해야 한다면 본인은 기꺼이 다시 큰소리로 대답할 것입니다. 한 번 잠든 자 다시 깨어나지 않을 피투성이 이 땅 이 산하에 꽃잎처럼 뿌려진 수많은 이름 없는 전사들의 피를 결코 헛되이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필코 그 피의 댓가를 받아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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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어둠 속에 앉아 기다리는 자에게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신새벽은 그 어둠에 맞서 밤새도록 싸운 자에게만 백만 원군보다도 더 큰 사랑으로 찾아올 것입니다. 똑같은 이슬을 먹고도 벌은 꿀을 만들지만 뱀은 독을 만듭니다. 그 독을 먹고 자라는 파쇼하의 법정이란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나,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판결이 내려지기를 바랍니다.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
오늘도 자유조선 꽃다발 우에
력력희 비쳐주는 거룩한 자욱
만주벌 눈바람아 이야기 하라
밀림의 긴긴밤아 이야기 하라
만고의 빨치산이 누구인가를
절세의 애국자가 누구인가를
……….

1988년 6월 11일
안양교도소 피고인 이상백

88올림픽을 기념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펜클럽에 왔던 미국펜클럽 회장 수전 손탁여사의 국제 구명운동으로 1988 10 3 개천절 특사로 가석방되어 평생 콩밥을 먹이겠다던 황교안의 소망은 무산됐다. 그런 이산하 시인이 최근악의 평범성으로 우리 곁으로 성큼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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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하면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 1963 저작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떠오른다. 저작에서 ‘Banality’너무나 흔하여 쉽게 예측 가능한 대상"이라는 뜻으로,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은 악이 평범하다기보다는 겉보기에 두드러지지 않는, 악인으로 인식되지 않는 인물이 태연하게 일상적으로 끔찍한 악을 저지를 있다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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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453권으로 발간된 시인의 시집악의 평범성 미국 책을 접하듯 판권이 내지 앞에 자리한다. 다른 책들과는 달리 잡다한 서문을 뒤로하고  바로항소 이유서 포함된 1부는 17편의 묵직한 시로 시작한다. 시는 한나 아렌트의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취재하며 2부는붉은 립스틱 17편의 시로 나치 수용소의 흔적을 훑어간다. 3부의 18편의 시는 시인의 삶의 흔적을 따라 시집악의 평범성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한다. 4부의 19편의 시는 환갑의 시인 인생의 정제된 결론을의성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합동위령제 올리는나를 위해 울지 말거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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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부분을 먼저 읽었다면 굵고 묵직한 시인과 시인에 대한 감흥이 선입견으로 줄어들 번 했다. 시집 말미의시인의 시집의 의미와 시인의 모습을 더함도 덜 함도 없이 적나라하게 웅변하고 있다. 

"

자기를 처형하라는 글이 쓰인 것도 모른 채

봉인된 밀서를 전하러 가는 ‘다윗의 편지’처럼

시를 쓴다는 것도 시의 빈소에

꽃 하나 바치며 조문하는 것과 같은 건지도 모른다.

22여 년 만에 그 조화들을 모아 불태운다.

내 영혼의 잿더미 위에 단테의 ‘신곡’ 중

이런 구절이 새겨진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내 시집에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하나도 없다.

살다가 심산한 마음이 들 때 시집을 간직하고 있다가 한 구절씩 음미한다면 삶을 관조하기에 적당한 시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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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크라라   한인촌에   있는   서울문고 (1082 E El Camino Real, Sunnyvale, CA 94087, 1-408-246-2300)
산타   크라라   한인촌에   있는   서울문고 (1082 E El Camino Real, Sunnyvale, CA 94087, 1-408-246-2300)
실리콘벨리 서울 문고 - 이산하 시인의 시집 ‘악의 평범성’ $16.95(한국정가 9000원)
실리콘벨리 서울 문고 - 이산하 시인의 시집 ‘악의 평범성’ $16.95(한국정가 9000원)
실리콘벨리 서울 문고 - 이산하 시인의 시집 ‘악의 평범성’ $16.95(한국정가 9000원)
이산하 시인의 항소이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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