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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겨울 저수지에 빠져
간신히 죽다가 살았고
젊었을 때는 욕조에 빠져 평생 먹을 물을
하루에 다 먹은 적이 있었다.
헌법이 태어난 넓이 107x60cm, 깊이 50cm
그 이후 이 세상은 작은 욕조였고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곳도 욕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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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연히 길거리 모조품 노점상에서
내 영혼이 감전될 것 같은 게 눈에 띄었다.
금방이라도 표면이 심연임을 증명할 것 같은
자코메티의 조각상 ‘걷는 사람’이었는데
난 얼른 운구해 빈 욕조 안으로 입관했다.
그때부터 욕조가 봉쇄수도원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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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의 평범성》, 이산하(Lee Sanha) 시집, 창비시선 45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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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전북대 1학년생이었을 때인 1980년 5월부터 9월 1일까지 11대 체육관 대통령 전두환이 국민화합 대사면으로 인후 공사 정문에서 내 어머니에게 인계될 때까지 나도 욕조에 빠져 평생 먹을 물을 근 4개월간 다 먹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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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가 그 재능을 시샘했던 자코메티의 조각상 ‘걷는 사람’은 4개월간 고문으로 흘린 피 범벅된 내 오물을 핥아먹으며 버티다 나온 내 삐쩍 마른 몸매처럼 가늘게 말라버린 '걷는 사람', 시인도 그 느낌을 느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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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저히 살아 버틸 자신이 없어서 대학 마치고 군대 마치고 직장생활 하며 돈 좀 마련한 뒤에 1988년 12월 유학을 핑계로 대한민국을 탈출했다. 살인마 전두환이 죽기 전까지 대한민국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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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꿈속에선 욕조에 머리가 담그기고 통닭구이가 되어 까무러친다. 함께 자는 내 각시는 이력이 생겨서 침대 위를 뒹굴다 방바닥에 굴러떨어진 식은땀에 젖은 내 육신에 살포시 담요 한 장 덮여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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