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3. Sciences/34_Hydrology

그 순간 알코올 속 암거미 다리가 움직였다

忍齋 黃薔 李相遠 2005. 5. 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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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알코올 속 암거미 다리가 움직였다
"아이고 내 새끼!" 자식 사랑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소희(animalpark) 기자
▲ 뛰어와 품에 안긴 새끼의 얼굴을 어미가 찬찬히 살펴보고 있다.

세계대전 당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사건이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코끼리 엄마의 이야기였다.

베트남의 한 군사기지 사람들은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강 상류로 달려갔다. 길을 뚫고 다리를 놓는 등 각종 시설물을 건설하고 전쟁 물자를 공급하는 일에 동원되고 있던 암코끼리 마 슈웨와 그녀의 3개월 된 새끼가 갑자기 불어난 강물 한 가운데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마 슈웨는 겨우 중심을 잡고 버티며 필사적으로 코를 뻗어 새끼를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지만 역부족이었다. 새끼가 떠내려가면 마 슈웨도 물살로 뛰어들어 새끼를 따라잡고 또 놓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미 코끼리 마 슈웨의 새끼사랑

높은 바위 하나를 발견한 마 슈웨는 새끼를 그 쪽으로 밀어붙인 후 엄청난 힘을 발휘해 새끼를 코로 들어올린 뒤 그 위에 올려놓았다. 새끼의 안전을 확인한 마 슈웨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급류에 휘말려 사라지고 말았다.

마 슈웨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물살은 더 거세져만 갔고, 사람들은 그저 애만 태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30~40분쯤 지났을까?

쿵! 쿵! 쿵! 땅이 울리는가 싶더니 "뿌우~!"하는 코끼리의 트럼펫 울음 소리가 강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그 곳에는 마 슈웨가 서 있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마 슈웨가 혼신의 힘을 다해 물살을 헤치고 가파른 강둑을 기어올라온 뒤 새끼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상류 쪽으로 뛰어온 것이었다.

새끼의 안전을 확인하자마자 마 슈웨의 애타는 외침소리는 코끼리들이 기쁠 때 내는 울림 소리로 바뀌었다. 밤새 새끼를 안심시키며 그 자리에 서있던 마 슈웨는 다음 날 새벽 안전할 만큼 물이 빠지자마자 물로 뛰어들어 무사히 새끼를 데리고 돌아왔다.

당시 목격자 중 하나인 J. H. 윌리엄스라는 사람은 "이날 나는 내 평생 가장 위대한 모성애의 외침소리를 들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새끼 올빼미 우리 위에 올려진 죽은 쥐 7마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끔찍하게만 생각하는 거미 역시 모성애가 뜨겁다. 알코올에 담근 후에도 오랫동안 곤충들이 몸부림친다는 사실을 알고있던 한 학자는 그런 동작이 단순한 반사작용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미 등에 붙어있던 새끼들을 털어낸 후 암거미를 알코올 속에 집어넣었다. 암거미의 감각이 완전히 마비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 새끼 24마리도 집어넣었다. 그 순간 암거미가 발을 뻗어 새끼들을 자기 몸 아래로 끌어안는 것이 아닌가? 어미는 완전히 죽는 순간까지 새끼들을 끌어안은 발을 풀지 않았다. 그 일 이후로 그는 실험시 알코올 대신 클로로포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또 어떤 학자는 새끼들을 떼어놓으면 어미 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는데, 어미가 새끼 곁으로 가려면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 위를 지나가야 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어미는 필사적으로 고통을 참으며 새끼들을 자기 품으로 데려왔다. 심지어 자기 새끼가 아닌 경우에도 자기 새끼만큼이나 신속하게 옮겼다(그 학자는 더 이상 실험에 쓸 새끼 쥐가 없을 때까지 위의 행동을 반복했는데, 그 어미 쥐는 수 십 마리의 새끼들을 옮겼다고 한다).

이번엔 바다로 눈을 돌려볼까? 돌고래나 고래는 상처를 입은 가족이나 동족이 공격하는 사람들로부터 도피하는 것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동족이 잡혔을 때에 그물이나 작살에 연결된 줄을 밀거나 물어뜯기도 한다. 상처가 나을 때까지 그 고래를 에워싼 채 이동하며 보살펴주고 그 밖에도 새끼가 죽거나 가족을 잃어 시름에 빠지면 오랫동안 함께 있어주기도 한다.

실제로 죽은 새끼를 3~4일씩이나 데리고 다니는 돌고래 무리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마치 엄숙한 장례 행위라도 거행하고 있는 듯, 여느 때와 달리 장난치는 녀석은 한 마리도 없었다고 한다.

모성애 덕분에 화목한 가정을 되찾게 된 올빼미 가족의 이야기도 있다. 한 조류학자가 숲에 갔던 마을 사람들이 어미를 잃은 것 같다며 데려온 올빼미 새끼 두 마리를 맡게 되었다. 특별히 상처도 없어보이고 해서 간단히 먹이만 준 뒤 그는 새끼들을 우리에 넣어 오두막 대문 앞에 내다 두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 철창 위에 죽은 쥐가 7 마리나 올려져 있었다. 어디선가 어미가 새끼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밤새 먹이를 사냥해 갖다준 것이었다. 그 학자는 이 새끼 올빼미들이 고아가 아니란 사실을 깨닫고 이들을 숲 속에 데려다 주었고, 며칠 후 어미와 함께 잘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다.

황제펭귄 아빠는 눈보라 속에서도 넉달 반 동안 알을 품는다

아빠 동물들의 자식 사랑도 뜨겁다. 늑대는 우두머리 부부를 중심으로 무리생활을 하는데, 새끼들이 적당히 자랄 때까지 암컷은 굴을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몇 달 간은 수컷 혼자서 사냥을 해 가족을 먹여살리는 수밖에 없다. 사냥을 나갔던 수컷이 돌아오는 소리를 들으면 암컷은 굴 앞으로 마중을 나와 열광적으로 꼬리를 흔들어대며 수컷의 얼굴을 핥는다.

또 새끼들도 어느 정도 자라면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에게 달려가 여기저기를 핥고 꼬리를 치고 몸을 부비며 반가워한다. 그러면 아빠 늑대는 잠시 동안 새끼들의 인사에 화답하며 그들을 핥아주다가 몇 걸음 물러서서 새끼들이 다투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몇 번에 나누어 사냥해온 먹이를 토해 놓는다. 물론 암컷에게도 말이다.

또 한 탐험가는 눈 덮인 허드슨만 북쪽지역에서 낑낑대며 울부짖고 있는 늑대 가족을 만났다. 새끼 한 마리가 미끼를 달아 돌무더기에 설치해 놓은 덫에 다리가 걸려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빠, 엄마, 형제 늑대 모두 그 새끼를 구해주기 위해 주변의 돌덩이들을 뒤집고, 덫을 묶어놓은 바위 주변의 꽁꽁 얼어붙은 땅을 발로 긁으며 낑낑대고 있었다 한다. 애타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늑대가족은 막내를 잃고 말았다.

날지도 못하고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우스꽝스럽게 걷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펭귄을 조류 중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종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코끼리가 울고 있을 때>를 지은 저자 제프리 무세이프는 인간을 포함해 세상에서 가장 부성애가 뛰어난 종으로 바로 황제 펭귄을 꼽는다.

황제펭귄 아빠들은 영하 60도의 얼음바닥 위에 서서 시속 160km 이상의 눈보라를 견뎌내며 거의 넉 달 반 동안 음식도 안 먹고 잠도 자지 않은 채 알을 품는다. 덕분에 알을 품는 동안 아빠의 몸무게는 절반이나 줄어든다. 알이 발등 아래 잠시라도 떨어지는 그 순간 알이 얼어버리기 때문에 거의 움직이지도 않은 채 서 있다.

펭귄 부모들은 새끼에게 먹일 음식을 가지고 집에 돌아올 때 소낭 속 내용물 주위에 보호막을 쳐서 소화기능을 정지시킨다. 새끼에게 먹이를 줄 수 없는 상황이면 그냥 토해버릴지언정 자기가 먹는 일은 없다고 한다. 한 번은 하루에 물고기 2~3kg을 배급받던 황제 펭귄 한 마리가 굶어죽은 일이 있었는데, 자신에게 배급된 모든 먹이를 새끼에게 주었기 때문이었다.

가시고기 역시 위대한 부성애를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암컷이 알을 낳고 떠나면 아빠 가시고시는 알을 먹으려고 몰려드는 수많은 침입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것은 물론, 약 15일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끊임없이 지느러미를 움직여 새끼들에게 맑은 산소를 만들어준다. 태어난 새끼들과의 만남도 잠시. 그동안 새끼들을 보호하느라 만신창이가 된 아빠는 온 몸이 헐어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마지막 자신의 몸뚱이를 새끼들의 먹이로 주고 만다.

귀여운 생김새로 애완용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프레리 도그 역시,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새끼들과 노는 데 할애하는 다정한 아빠다.

놀아주는 것이 뭐가 중요한 것인가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 마디 하자면, 놀랍게도 최근 고교생 중 22%가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 1분 미만'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또 77년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조사 발표한 사실에 따르면,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아빠와 자식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겨우 38초에 불과했다.

우리 딸, 우리 아들, 우리 엄마, 우리 아빠 - 이만큼 아름답고 정겹고 또 감사한 말이 또 있을까? 가정의 달, 어버이날을 맞아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되새겨 보자.

아빠, 엄마, 사랑합니다. 그리고 항상 감사합니다.
이 글은 CBS 라디오 98.1 김종휘의 문화공감 일요일 3부 '김소희의 동물은 말한다'(5월 8일 방송분)에도 소개됩니다.
2005/05/07 오후 4:09
ⓒ 2005 OhmyNews
김소희 기자는 동물칼럼니스트로, 애니멀파크(www.animalpark.pe.kr)의 운영자입니다. 2003년 대한민국 과학콘텐츠 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역저로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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