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3_생각해볼글

[스크랩] 9.11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지금...

忍齋 黃薔 李相遠 2006. 9. 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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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가. 5년 전. 실질적으로 뉴밀레니엄(New Millenium)이 문을 연 그 해. 뉴밀레니엄은 다를 줄 알았다. 아니 다르길, 정말 다르길 기대했다. 20세기 냉전과 야만의 역사는 또 다른 세기에서는 그저 '역사'로 머물길 바랬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허물어졌다. 떠들썩했던 밀레니엄의 개막이 가라앉은 9월. 나는 당시에도 미국에 있었고, 직장생활에 복무하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간 풍경. 그리고 11일.

 

누가, 어찌 누가 감히 예상이나 했을까.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는 운송수단인 비행기가 건물을 향해 달려들 줄은. 그것도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나는 그 날의 광경을 잊을 수 없다. 한편의 스펙터클한 영화를 보는 듯한 이미지. CNN을 비롯한 뉴스채널들은 비디오 리와인드를 하는 양, 비행기와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충돌을 거듭 보라고 강요했다. 눈을 의심하면서도 믿지 않을 수 없는 광경. 나는 겨우겨우 눈을 치켜뜨면서 그 장면을 소비해야 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9.11 테러'라고 규정했다. 2001년 9월11일, 즉 9.11은 고유명사가 됐다.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하나의 고유명사.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고,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온갖 이야기들이 유령처럼 떠돌았다. 도시는, 국가는, 세계는 흥분했고, 나의 세계 역시 흔들렸다.

 

그러나 시간은 흐른다. 상처를 아물게도 하고, 때론 덧나게도 하는 세월. 세월이 약이 될 거란 말도 처방을 잘했을 때 얘기다.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있게 마련이다. 9.11은 그렇다.

 

나는 그 이후, 고유명사가 된 네 번의 9.11과 마주했고, 이제 곧 5번째 9.11과 만난다. 5년이란 세월. 세상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9.11은 전세계의 트라우마다. 그날의 상처가 야기한 세상의 변화는 이루 설명하기 어렵다. 9.11을 경계로 'before'와 'after'의 풍경은 너무나 다르다. 9.11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잔상을 남겼을까.

 

문득 그 장소를 찾았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서 있던 땅은 기억하고 있을까.

그날의 이야기를.

무방비상태에서 비극을 당한 사람들을.

그 비극의 연장선상에서 겪은 희생과 흔적을.

 

 

9월이 되어 공사가 한창인 월드 트레이더 센터 앞을 지나는 감회는 새롭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here)"라고. 그리고 기억하고 있음을.


 

 

역시나

 

 

 

그 흔적들. 잊을 수 없는 어떤 상흔.

 

 

 

꽃을 꽂는 것이 우리가 겨우겨우 할 수 있는 추모.

저 꽃으로 우리가 희생자들을 충분히 추모할 수 있을까.

주인의 품에 안기지 못한 꽃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두런두런 그날을 이야기하기도 하며,

그저 그 현장을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거나,  

아니면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상념에 잠길 수도 있고,

.

.

.

 

 

당시의 현장 사진을 보면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람들을 떠올리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내 마음도 블루톤이 되어간다. 글루미 글루미...

 

 

 

마천루숲 사이로 훵하니 뚫린, 

9.11이전만 해도 위용을 자랑했을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자리. 그 빈 자리가 가슴 속에 불러일으키는 바람 바람 바람...

 

훌쩍 지나간 5년.

이제는 잔해의 흔적보다는 새로운 건물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과연 저 곳엔 어떤 건물이 들어설까. 사람들의 상처입은 영혼에 새 싹을 틔워줄 수 있을까.

 

 

 

2001년 9월의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뉴스로만 접했던 그 광경. 

현재진행형일지도 모를 9.11을 이야기하며 광분하다시피 하는 미국인들을 보면서

나는 마음 속에서 들끓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 또 다른 역사에 대한 진의를 가늠해 보게 된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붕괴 이후 잔해 및 구조작업에 나섰던 사람들.

그들은 당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9.11이 다가오면 어떤 느낌일까.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이미 소중한 사람들을, 기댈 곳을 잃은 그들의 빈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야할까.

9.11 이전과 이후가 명백하게 달라졌을 삶, 그 빈자리들을 이런 것들로 채울 수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기억하고 기억해야 한다.

아무런 예고 없이 일어난 재난, 훌쩍 떠나버린 사람들.

그리고 떠나버린 자들의 빈자리를 버티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또한 찾아간 날, 우연히 9.11을 기억하기 위한 Memorial Museum(http://www.buildthememorial.org/을 기획하고 건립을 추진하는 기자회견을 지켜 보게 되었다. 
  

 

 

사실 9.11 이후의 뉴욕 맨하탄은 그 이전과 다르다.

여전히 활기차고 자유분방한 뉴요커들의 발걸음이 있지만, 그 내면의 모습은 분명 다를 것이다.

이에 뉴욕시에서도 맨하탄 다운타운의 침체된 기운을 되살리기 위한 River to river Festival(http://www.rivertoriver.org/)과 Tribeca  Film Festival(http://www.tribecafilmfestival.org/) 등을 개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그림들을 보라.

이 그림들이 말하고 있는 바는 무엇일까.

 

 

그림을 보면서도 수만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9.11은 그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구획지은 것만은 아니다.

정작 우리가 두려워 해야 할것은 무엇일까? 혹은 기억해야 할 것은?

 

 

 

언젠가, 머지 않은 세월 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것이다.

지금의 공사 현장도 어느덧 과거의 모습으로 남겨질 테고 사람들이 다시 거주할 것이다. 

.

.

.

.

.

 

 

그 날이 오면, 지금은 비어 있는 저 곳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높디 높은 빌딩이 자리할 것이다.

그 때, 우리는 9.11을 다시 바라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하지만, 희생당한 사람들의 빈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고 대체할 수도 없다.

그들의 명복을 빌어주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의 도리. 그리고 다시는 그런 참사가 없기를.

 

반성할 줄 모르는 인류는 야만의 역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9.11을 해석하는 시선도 각자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버티고 견뎌야 한다.

그런데 어떤 희망이 우리에겐 다가와서 속삭여줄 수 있을까.

나는 아직 모르겠다.

 

5년이 흘렀다. 당신의 9.11은 어떤가. 

출처 : 시사
글쓴이 : nyc_napster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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