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3. Sciences/34_Hydrology

물고기도 성질 낸다

忍齋 黃薔 李相遠 2006. 12. 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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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도 성질 낸다
소심하거나 용감한 무지개송어
2006년 12월 16일 | 글 | 강석하/과학통신원 충북의대 기생충학교실 연구원ㆍscattrev@hanmail.net |
 
무지개송어.
지난 11월 영국왕립학술원 회보 온라인판에는 물고기 기억력이 3초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소 의아하게 들릴 만한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바로 무지개송어의 성격이 경험을 통해 바뀐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지개송어의 ‘성격’은 얼마나 대담한지 또는 겁이 많은지를 의미하며 처음 보는 물체 또는 먹이를 넣어주었을 때 접근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통해서 측정된다. 일반적으로 대담한 성격의 동물은 더 활동적이고, 공격적이며, 위험을 무릅쓰는 경향이 있으며 더 빨리 학습한다. 반면 소심한 성격의 동물은 덜 활동적이고, 위험을 피하려고 하며, 학습이 더디고, 서열이 낮다.

영국 리버풀 대학 스네돈(Sneddon) 교수 연구팀은 용감한 무지개송어와 소심한 무지개송어를 두 그룹으로 나눠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하나는 성격이 비슷하거나 반대인 무지개 송어의 행동을 관찰하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싸움을 붙여서 승리나 패배를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물고기가 아주 어리석은 동물이라는 편견이 널리 퍼져있지만 동물행동학자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물고기도 다른 개체의 행동을 관찰하거나 경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었다.

용감한 성격의 무지개송어에게 같은 성격의 물고기의 행동을 보여줬을 때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소심한 물고기를 보여준 용감한 물고기들은 조심스러워졌다. 소심한 무지개송어는 반대의 경향을 보였다. 즉 용감한 물고기 행동을 봤을 때는 변화가 없었지만 소심한 물고기의 행동을 본 그룹은 대담해졌다.

연구팀은 소심한 무지개송어가 대담한 물고기에게는 스스로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인지한다고 추측했다. 즉 더 대담하게 행동해도 경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 행동의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는 것. 반면 소심한 물고기를 관찰할 때는 조금만 더 빠르게 움직이면 먹이를 먼저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쟁상대로 판단한다고 해석했다.

싸움에 이긴 물고기들은 더욱 용감해졌다. 싸움에 진 대담한 물고기는 위축됐지만 싸움에 진 소심한 물고기는 오히려 대담해졌다. 이런 ‘막 나가는’ 행동은 야생에서 가장 약한 무지개송어가 발견한 먹이를 서열이 높은 물고기들에게 빼앗기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먹을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

동물행동학자들은 동물의 행동전략이 고정돼 있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이론생물학자들은 주변 환경이나 자신의 상황에 따라서 대담하거나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의 행동 전략이 유연한 편이 더 적응적이라고 예측했다. 스네돈 교수팀의 연구는 실험을 통해 경험이 실제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제공했다는 데 과학적인 의의가 있다.

이런 복잡한 과학자들의 실험이 아니더라도 물고기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물고기를 길러 본 사람이라면 먹이통을 들고 먹이를 주려고 할 때 마치 주인이 먹이를 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수면쪽으로 올라와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고기의 이런 반응은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 밝혀진 조건반사와 같은 유형의 학습이다. 파블로프가 개가 아니라 금붕어를 연구했어도 조건반사를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동물행동학자인 캐나다 멍크턴 대학의 립스(Reebs) 교수에 따르면 조류나 포유류가 가진 학습능력의 대부분을 물고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물고기는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은 잊고 우리집 어항 안의 물고기들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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