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1. Dr. Sam Lee/15_80년5월18일

5ㆍ18 다룬 영화들 어떤 게 있나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5. 18.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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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다룬 영화들 어떤 게 있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27주년이 다가오면서 1980년 광주 민중항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제작 보고회를 연 ‘화려한 휴가’는 제작비 100억 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드라마. 안성기, 김상경, 이준기, 이요원 등 호화 배역진으로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화려한 휴가’는 대규모 상업 영화 최초로 5·18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5·18을 직간접적으로 다룬 시도는 한 번도 없었나.

그렇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장선우 감독의 1996년 작 ‘꽃잎’이다. 영화는 항쟁 중 군인의 총격으로 어머니를 잃은 소녀를 내세워 5·18의 상처와 후유증을 이야기한다. 흑백화면으로 7분 여에 걸쳐 나오는 항쟁 장면이 이슈가 된 작품이다.

당시 장선우 감독은 실제 광주 금남로 일대를 전면 통제하고 이 장면을 촬영했다. 교통 혼잡을 피하려고 휴일 아침 찍었는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엑스트라로 참여해 화제가 됐다.

한편 이 영화로 여고생이었던 이정현이 스타로 발돋움했다. 아울러 정계복귀를 선언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관람하며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참고로 광주항쟁을 다룬 최초의 극영화는 1990년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다. 영화는 항쟁을 전후해 들불야학을 주도했던 윤상원, 박관현 등 실존인물 3인의 삶을 그리고 있다.

오늘날의 설경구를 있게 한 영화 ‘박하사탕’도 5·18을 그렸다. 중년의 영호(설경구)가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며 영화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총 7장 중 ‘면회’(1980년 5월) 부문이 광주를 이야기한다.

전방부대 신병인 영호는 광주로 긴급출동하는 트럭에서 자신을 면회왔다가 헛걸음치고 돌아가는 순임(문소리)의 모습을 보게된다. 이후 광주에 투입된 영호는 두려움에 떨다 민간인을 오인 사살한다. 박하사탕을 매개로 20여 년의 한국 근대사를 훑으면서 한 평범한 인간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하는 과정을 역순 구성으로 보여주는 수작.

이창동 감독의 두 번째 작품 ‘박하사탕’은 1999년 제4회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되면서 비평과 흥행 큰 성과를 거두었다. 설경구는 ‘꽃잎’에도 의문사 당한 친구의 동생을 찾는 일행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올초 개봉됐던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에도 광주가 등장한다. 영화는 항쟁 이후 도피중인 운동권 핵심 오현우(지진희)가 산골로 피신하고 그를 숨겨준 미술교사 윤희(염정아)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꽃잎’이나 ‘박하사탕’처럼 5·18이 직접적으로 그려지기보다 대사로 처리된다.

한편 독립영화계의 명작 ‘오! 꿈의 나라’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를 현실 참여의 수단으로 파악한 독립영화집단 장산곶매가 만든 작품이다. 지금은 중견 영화인으로 자리잡은 이은 MK픽쳐스 대표, 장윤현 감독 등이 연출을 맡고 공수창 감독 등이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는 광주항쟁이 무력으로 진압된 이후 제대로 된 삶을 꾸려나가지 못하는 번민하는 인물의 갈등과 상처를 따라가는 줄거리.

5·18이 전면에 부각되진 않지만 90년대 초반까지 대학가에서 ‘파업전야’ 북한 영화 ‘꽃파는 처녀’ 등과 함께 일종의 ‘의식화 교재’ 역할을 했다. 당시 이 작품을 몰래 상영하려는 대학가를 공권력이 급습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때 만들어진 작품으로 ‘칸트씨의 발표회‘ ‘황무지’ 등의 독립영화도 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부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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