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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도서관 앞길서 데이트 코스로 각광
- ‘80년대 하이틴’들의 학창생활을 실감나게 묘사해 큰 인기를 얻었던 영화 ‘품행제로(2002년)’. 그 남녀주인공인 유승범과 임은경이 첫 키스를 했던 곳이 옛 경기고교 자리에 들어선 서울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이다. 고풍스러운 옛 건물에 아늑한 잔디밭과 벤치가 펼쳐져있어 중고교생뿐 아니라 직장인과 대학생들도 즐겨찾는 곳이다.
도서관족들이 주로 다니던 정독도서관 앞이 몰라보게 변했다. 분식집들이 주를 이루던 골목은 서울의 여느 먹자골목 못지않게 메뉴가 다양해졌고, 평범하던 길거리도 아기자기한 걷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하면서 서울의 새로운 추억의 나들이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3일 저녁 정독도서관 정문 앞. 가방을 메고 도서관에서 쏟아져나오는 젊은이들과 나들이 복장의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북적거린다. 아트선재센터와 마주보고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플로라’를 시작으로 ‘라면 땡기는 날’, ‘미술관 옆 돈까스’, 만두집 ‘천진포자’ 등으로 이어지는 식당마다 사람들로 붐볐다.
검은 간판의 초밥·롤 전문점 ‘마마’와 모던한 느낌의 피자·와플 전문점 ‘덱스터 하우스’까지 식당들의 간판과 모양새는 저마다 다르다. 빨간 벽돌집인 카페 ‘에그’를 지나 안국동 덕성여중고 쪽으로 접어들면 덕수궁 돌담길 못지않은 분위기가 물씬하다.
- ▲ 고급 이탈리아 식당부터 작은 꼬치집까지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정독도서관 앞 거리. /정지섭 기자
- 마주보고 있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담벼락이 모두 편안한 느낌의 나무 펜스로, 정문 수위실에는 한옥 지붕을 얹었다. 덕성여중고에서 풍문여고로 이어지는 길가 곳곳에는 나무와 잔디가 심어졌고, 그 사이로 정사각형에 도깨비 무늬를 새긴 돌의자가 놓여져있는데, 3분의 2 이상은 연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원래 정독도서관 앞은 평범했다. 아트선재센터라는 유명한 문화명소가 있었지만, 대부분 도서관족을 위한 분식·한식집이었고,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평범한 주택가 안쪽 찻길에 다름아니었다. 그러나 북쪽으로 삼청동과 북촌 한옥마을, 남쪽으로는 인사동과 접해있고, 티베트박물관·장신구 박물관 등 이색 테마 박물관과도 가깝다는 사실 등 지리적 여건의 덕을 봐 사람들의 발걸음이 몰리기 시작했다. 볼거리·먹을거리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지금은 삼청동 스타일의 와인 레스토랑과 액세서리 가게까지 들어섰다.
여자친구와 삼청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저녁을 먹으러 정독도서관 앞에 왔다는 직장인 전민석(32)씨는 “대학 졸업 이후 처음 왔는데 마치 삼청동 거리처럼 변해있어 놀랐다”며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많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좀 된다”고 말했다.
정독도서관이 ‘걷고 싶은 거리’ 겸 ‘먹자 골목’으로 바뀐 데는 관할 종로구(구청장 김충용)가 지난 1년동안 이 지역을 대대적으로 손 본 덕도 컸다. 종로구는 25억원을 들여 재작년 12월부터 작년 말까지 안국역에서 정독도서관으로 접어드는 길 930m를 대대적으로 손봤다. 아스팔트가 깔려있던 곳을 화강석과 아스콘 등으로 포장했고, 군데군데 전통 문양이 새겨진 나무 기둥을 세워 고풍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또 차량을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보행자들의 공간도 대폭 늘려서 걷기 쾌적한 환경으로 바꿨다. 47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거리를 장식했다.
도서관 앞 ‘꼬치와 나무꾼’의 이상욱(39) 사장은 “길이 산뜻해진 다음부터 인사동·삼청동으로 놀러온 데이트족이 이곳까지 몰려들어 주말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말했다. 송치윤 종로구 토목과장은 “인근에 북촌 한옥마을 관광코스와 게스트 하우스 등이 몰려있어 외국인들도 좀 더 쾌적하고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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