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새벽은 소리와 함께 시작했다.
두부장사의 딸랑이 소리와 함께 배추사려 무사려 외치는 소리
아직 곤한잠을 자는 새댁들은 어서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여야 한다.
한낮이 되면 오래된 양복을 나름대로 멋지게 차려입고 낡은 가죽가방을
들고 다니며 채권사려를 외치는 채권장사 아저씨
양은냄비나 구멍난 솥때워 땜질아저씨
석유곤로나 고장난 시계 고쳐 만물아저씨
똥지게를 짊어매고 똥퍼를 외치며 골목길을 누비는 똥퍼아저씨
굴렁쇠를 어깨에 걸치고 얼굴에 검댕이를 잔뜩 묻히고
뚫어하고 외치는 굴뚝쏘시게아저씨
골목입구 우물가에는 아낙네들의 수다가 시작되고
한귀퉁이엔 뻥튀기 아저씨의 폭탄터지는 소리가 귀청을 놀라게 한다.
학교가 끝날무렵이면 학교앞에 쪼그리고 앉자 코흘리개들
호주머니돈을 노리는 뽑기아저씨.
니어카에 해삼 멍게를 놓고 고학년 애들을 노리는 아저씨
그옆엔 물방개와 개구리를 파는 아저씨
여름이면 풀잎으로 만든 여치집에 여치. 매미를 파는 아저씨..
네모난 나무통을 어깨에 매고 께끼하고 외치고 다니는 동네 형들..
커다란 가위를 쨍강거리며 고물팔아 하고 외치고 다니는 엿장수아저씨
저녁이 되면 아직도 집에 안들어온 애들을 찾는
엄마들의 철수야 영희야 하고 외치는 소리들..
한밤이 되도 서울의 소리는 멈치지 않는다
술이 거나하게 취해 아들의 이름을 동네가 떠나도록 크게 부르며
들어오는 이웃집아저씨..
그리고 잠시후 쨍그렁하고 접시 집어던지는 소리와 함께
너죽고 나죽자 외치는 아줌마의 앙칼진 목소리
밤이 깊어 싸우는 소리도 잠잠해지고
멀리 서울역 기차소리가 들리면
아줌마들의 다듬이 소리와 고학생들의 찹쌀떡 메밀묵소리
그리고 야경꾼아저씨의 짝짝이 소리로 서울의 밤은 깊어간다..
이밖에도 용산역위 땡땡거리 전차지나는 소리 땡땡땡땡...
당인리 화력발전소에 석탄싣고 가는 증기기관차의 꽥꽥소리..
비오는날 함석지붕 낙수물 떨어지는 소리도 이제는 서울에서
들을수 없는 소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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