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지방 4년대를 졸업한 나.
졸업하자마자 나는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를 했다.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서울에 오면 뭔가가 될 것이라는 부푼 꿈만 안은 채......
헌데 첫 서울생활에 어리버리한 나의 행동만큼 작년의 나는 무대포라는 말이 어울렸던 것 같다.
특유의 자생 능력 하나만 믿고 여기 저기, 겁도 없이 이력서를 내밀기 시작했지만 결과는 다들 꽝~
내 이력서가 서류 접수부터 떨어지자 나는 나 자신을 자책하기에 이르렀다.
그때서야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신나게 놀았던 것도 아닌, 나는 그저 그렇게 하루 하루 세월을 보냈던 무지한 학생이었던 나를......
그때까지 내 능력에 맞게 직업 선택의 눈높이를 낮추지 못했던 나는, 우선 용돈이라도 벌어볼 심정으로 학원 강사 생활을 했다. 학교 다닐 때도 아르바이트로 했던 강사였고, 자리도 많았다.
학원에 이력서를 보일 때 내 학력에 대한 학원의 보수는 최소로 낮았다.
나는 서울의, 강사를 고용하는 방식이라고만 생각했고 학원장도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신입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나는 얼마 후에야 알았다.
학력에 따라 페이가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내 학력이 창피했다.
숨길 수 있고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심각하게 편입을 고려해 보기도 했지만 난 의지가 강한 사람도 아니었다.
결국 나는 낮은 페이를 받으면서 몇개월간 강사 생활을 했었다.
최근에 신정아씨와 장미희씨까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론 이해가 갔다.
그들 역시 가짜 학력을 보임으로써 자신들의 양심은 속였겠지만 한편으론 사회적인 지위를 얻었다.
그리고 한번 얻은 지위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밝힐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몇년 간 사람들을 속이다 보니, 그들 자신들 역시 자신의 가짜가 진짜 학력이라고 스스로 믿게 되어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다.
최소한 그들의 말을 믿었던 이들에겐 심한 충격과 배신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같이 학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에선 더욱 그 배신감이 클 것이다.
학력은 자신의 노력에 대한 결과물이고 이 사회와 자신간의 떳떳한 약속이기도 하다.
학력이 창피하다면 적어도 개선할 노력은 해 봐야 하지 않는가?
학력이 좋지 않다고 해도 충분히 성공한 이들도 우리 사회에는 많다. 하지만 그들은 떳떳했다.
그들은 자신의 학력을 숨기지 않고 사실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거짓 학력 때문에 곤란에 처한 이들에게 학력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그 기회들을 버렸고, 오로지 자신의 현재의 편의를 위해서 거짓말을 했던 죄는 분명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학력을 속인 더 많은 공인들이 나올 듯 싶다.
우리 나라 언론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금 그들을 파헤치고 다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자신의 학력이 들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윤석화씨처럼 미리 고백을 해 버리면 그 고충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적어도 거짓 학력이 들킬까봐 마음 조리는 시간은 줄어들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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