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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종부세의 실과 허 | ||||||||||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많은 정책이 순조롭게 바뀔 성싶지는 않다. 대북정책, 교육, 균형발전, 복지 곳곳에서 좌ㆍ우 간 날 선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거기다 곳곳에 `대못질`을 해놓은 것이 있어서 다수가 원해도 바꾸기 힘든 것도 있다. 부동산 정책도 그렇다. 서울 강남 아파트 값 급등에 대한 해법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 간 대결은 차기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 측은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수요억제책을 통하여 집값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반대 측은 이러한 정책은 효과도 없고 재산권 침해 여지가 있으니 용적률 확대를 통한 공급 증대가 유일한 해법이라 주장한다. 각 진영은 많은 경제이론을 동원하여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려 한다. 그러나 감정과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개입된 주장에서 늘 그렇듯이 여기저기 견강부회가 엿보인다. 경제학 교수가 신입생들에게 맨 처음에 가르치는 것이 수요ㆍ공급 법칙이다. 이에 의하면 수요를 감소시키는 정책을 써도 가격이 떨어지고 공급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써도 가격이 떨어진다. 그런데 왜 이들은 둘 중 하나만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수요 억제만이 해법이라고 믿는 수요학파 인사들은 공급학파 주장대로 아파트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를 것이라는 신기한 주장을 하고 있다.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가격이 오를수록 증가하는 희귀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재의 가격과 미래의 가격을 구별하지 않고 얼버무려서 생긴 오류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면 새뮤얼슨이란 경제학자가 오래 전에 보였듯이 아파트 가격은 무한대로 폭발하거나 0으로 떨어져야 할 것이다. 공급이 증가하면 장기적으로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종합부동산세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수요학파와 공급학파는 첨예하게 대립한다. 수요학파의 또 다른 문제는 종부세의 투기억제 효과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표준적인 상황에서 1%의 종부세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이자율 1% 증가 영향과 같다. 그러니 종부세는 이자율 1% 인상 이상 효과를 갖기 힘들다. 이자율이 몇 퍼센트 높아져도 거품은 앞으로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종부세가 정착되면 투기도 거품도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낙관론이다. 그러나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수요학파 주장에는 취할 점이 있다. 수요학파의 장점은 가파른 가격 상승의 원인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짧은 기간에 폭등한 것은 공급이 급감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투기적 수요가 급등해서 그런 것이다. 그러니 투기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또 종부세 부과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애써 부인하는 공급학파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종부세는 주택시장에 거품이 발생해 이자율을 올리고 싶지만 경기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염려되어 그럴 수 없을 때 이자율 인상을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또 노동소득의 상대적인 크기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증가하는 자본의 국제 이동성 때문에 법인세 등 자본에 대한 과세를 감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움직일 수 없는 부동산이란 자본에 과세를 강화하는 것은 조세의 효율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올바른 정책방향으로 보인다. 수요학파와 공급학파 중 어느 쪽이 옳았을까? 많은 사람이 그동안 그렇게 거품이 없다고 주장했던 미국 부동산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하강을 계속할 전망이다. 만일 우리 주택가격 상승도 미국에서처럼 거품에 기인된 것이라면 현 정부가 채택한 수요억제정책은 미국 정부가 미처 쓰지 못했던 합리적인 선제공격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강남불패 신화가 계속된다면 공급학파 주장이 중용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차기 정부가 옥을 석과 같이 폐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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