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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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화교 ‘지렛대 전략’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11. 2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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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화교 ‘지렛대 전략’

 


  • 미국 뉴저지주에서 주말 중국어학교 교사로 활동하는 화교(華僑) 장수잉(張淑英)씨는 최근 미국 내 아시안들의 중국에 대한 관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국인, 파키스탄인, 인도인뿐 아니라 심지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일본인마저 자녀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겠다고 극성이기 때문이다. 장씨는 “우리보다 살아도 한참 잘사는 일본 사람까지 중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화교세력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다. 아시아와 가까운 태평양 연안의 스탠퍼드대나 UC버클리 등 미국의 서부 명문대 캠퍼스가 중국계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이제 중국계 학생들은 대서양과 접한 동부 지역에서도 세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맨해튼의 명문 스터이브슨트 공립고교의 한 학부모는 “중국계 비율이 35%에 이른다”며 “한국 학생들은 중국계에 파묻혀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말한다. 영어와 수학, 논리학의 객관식 시험을 치러 성적순으로 입학시키는 이 학교에 중국인이 많다는 것은 중국계 학생들의 재능이 뛰어나고 중국 부모들의 교육열이 한국 부모 못지않게 높다는 증거다.

    공식적인 재미화교의 수는 2006년 현재 미국 인구의 1.2%인 350만명. 비공식 인구까지 감안하면 재미 한인교포 200만 명의 갑절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많은 인구와 돈, 번영하는 모국(母國)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야후의 창업자 제리양, 일레인 차오 연방 노동부 장관, 피겨스케이트 선수인 미셸 콴 등 중국계 유명인사들이 앞장서서 맹활약 중이다. 힐러리 클린턴(Clinton) 상원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핵심 아시아인 세력은 중국인들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힐러리를 밀어주면 (중국인 위주의) 아시아계에서 대법관, 장관, 판사, 검사, 백악관 보좌관을 뽑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재미 화교들은 성장하는 모국 덕택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뭉치는 분위기다. 미국 내에서 중국계의 세력이 커지면 중국인들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힘을 이용해 전 세계에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내게 충분히 긴 지렛대를 주면 지구도 움직일 수 있다’던 아르키메데스의 지레(leverage)이론은 바로 유대인들이 전 세계로 뻗기 위해 미국에서 사용했던 전략이다. 삼성전자 오동진 사장은 “재미 한인들의 역량을 활용하면 미국을 거점으로 중국과 일본 등 강대국과 더 쉽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중국인들이 약진하면서 같은 아시안계인 한인교포들의 위치는 상대적으로 점점 위축되고 있다. 과거 한국인들의 텃밭이던 뉴욕 플러싱 지역은 급속도로 중국인 상권으로 바뀌었고, 시의원도 중국계이다. 맨해튼 내 한국인 가게는 중국계와 경쟁하기 시작했다. 한국 노인들은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알래스카 등 변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생활이 어려워질수록 모국과의 유대는 점점 약해진다.

    재미교포들은 한국 정부의 교포정책이 기대수준 이하라고 비판한다. 한 재미사업가는 “우수한 한인 2세들이 고국을 위해 일할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글로벌 인재전쟁 시대에 새로운 교포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김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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