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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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의사 3명 한국에서 일해보니…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12. 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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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의사 3명 한국에서 일해보니…
“매일 심장수술 2건 야간엔 응급수술… 엄청나게 일 많이 해”
“佛선 오전에 10명 진료… 한국에선 2시간에 50명
심장·암 수술과 고급건강검진… 한국 경쟁력 확실”

정리=김철중 의학전문기자

 

 

많은 환자들로 북적거리는 한국의 병원들. ‘3분 진료’를 받기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리고, 의료진에게 자신의 병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기도 어려운 진료 환경. 우리 병원 문화와 관행을 외국인 의사들은 어떻게 볼까?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의사 3명이 지난 27일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모였다.

러시아에서 온 베체슬라프 라포브카(Viachesiav Rapovka·31)씨는 심장외과 전문의로 2005년부터 강남성모병원에서 국제 진료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의 혈관의학 전문의 소피 블레즈(Sophie Blaise·31)씨는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에서 2개월 연수를 마쳤다. 바우어 지그프리드(Bauer Siegfried·34)씨는 오스트리아 빈 의대 출신으로 현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질문하지 않는 환자들

=왜 한국 환자들은 질문이 없는지 모르겠다. 의사 말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걸 보면 의학적 상식이 부족한 것도 같다. 의사가 마치 신(神) 같더라. 병의 상태나 치료 계획에 대해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는 그런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질문할 시간이 없는 거 아닌가. 한 환자가 몇 가지 질문을 하자, 의사가 시계를 보며 불평하는 걸 봤다.

=한국 환자들은 감정의 기복이 심해 이탈리아인과 비슷하다. 증상을 호소할 때도 감성적인 표현을 많이 쓴다. ‘뻐근하다’ ‘꺼림칙하다’ 이런 말을 알아듣느라 무척 힘들었다.

 

▲ 서울 강남성모병원 뒤뜰에 모인 외국인 의사들. 국내 병원에서 활동 중인 이들은 한국 의료의 장단점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왼쪽부터 소피 블레즈(프랑스), 바우어 지그프리드(오스트리아), 베체슬라프 라포브카(러시아). /김보배 객원기자 iperry@chosun.com
 
◆진료 따로 검사 따로, 불편한 병원

=진료 받으러 병원에 오고 검사 받으러 또 온다. 결과는 또 다른 날 봐야 한다. 우리 병원에 주한 미군들이 자주 오는데, 같은 병인데도 병원을 여러 번 오게 만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들 한다.

=다양한 혈관 질환자를 볼 수 있다고 해서 한국 대학병원에 왔는데, 정말 많더라. 프랑스에선 오전에 환자 10명을 보는데 한국에서는 2시간에 50~60명을 보더라. 상상도 못 했다. 지난 두 달 동안 본 환자가 내가 평생 본 환자보다 더 많았을 정도다. 어떻든 다양한 환자들을 접해 의사 입장에선 좋은 경험이었다.

=한국에는 주치의나 ‘1차 의사’가 없는 것 같다. 모든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몰려와 교수들만 찾는다. 동네 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와야 대학병원에 올 수 있다지만 그냥 형식적으로 받아온다고 한다. 심장 수술은 서울의 ‘빅(Big) 4’ 병원이 한국 전체의 75%를 한다.

=프랑스에선 최근 주 35시간 근무제가 되면서 간호사들이 오후 3~4시면 모두 퇴근한다. 전문의들만 남아서 뭘 할 수 있겠나. 한국처럼 전문의와 레지던트 1~2명, 간호사 1명이 함께 환자를 본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인건비를 감당 못하니까. 프랑스에선 여기와 달리 의대가 별로 인기 없다.

=필요할 때 언제든 대형병원에 갈 수 있다는 건 한국의 장점이다. 유럽에선 의료 보장 시스템이 잘돼 있지만 진료 받으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한국선 감기 같은 사소한 걸로도 응급실을 찾더라

◆일 중독 한국의사들

=한국서 가장 놀란 건 일의 양과 속도다. 한국 심장외과 팀에 있을 때 나도 하루에 두 시간밖에 못 잤다. 매일 심장 수술을 2건 이상 하고, 야간에 응급 수술을 또 한다. 심장 이식하려고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뇌사자의 심장을 가지러 가기도 했다. 한국 시스템은 뭐든지 ‘착착착’이다(웃음).

=한국 레지던트들이 “우린 노예”라고 말하는 것 여러 번 들었다. 그들은 아침 7시 콘퍼런스에서 졸음을 참지 못하고 꾸벅꾸벅 존다. 심지어 수술장에서도 졸더라. 한국 젊은 의사들은 너무 피곤한 것 같다.

◆외국인 환자 유치에 나서야

=요즘 석유값이 오르면서 러시아에는 신흥 부자들이 엄청 많아졌다. 이들은 고급 진료를 받으러 싱가포르로 간다. 한국은 의료 수준이 더 높은데도 이런 환자들을 놓치고 있다. 러시아 환자들은 한국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만 갈아타고 싱가포르, 태국 병원으로 날아간다. 심장 수술에 수천만 원을 쓰는 환자들인데…. 싱가포르 병원들은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무소를 내고 신문에 대대적인 환자 유치 광고를 한다. 환자를 보내는 러시아 의사들에게 치료비의 20%까지 커미션을 주기도 한다.

=한국이 외국인 환자들을 유치하려면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하는 의료진이 늘어야 한다. 외국인 환자 입장에선 의료 기술은 여기가 좋을지 몰라도 싱가포르가 더 편하다. 체류 비용이나 물가가 그 쪽이 더 싸다.

=심장 수술, 암(癌) 수술, 고급 건강검진 등은 한국이 확실히 경쟁력 있다. 여기에 필요한 건 원 스톱(One-Stop) 진료 시스템. 검진과 간단한 치료는 1~2일 만에 끝내야 한다.



외국인 의사 3인의 프로필 

▶소피 블레즈(프랑스·31)

프랑스 남동부의 그레노블 의대 병원 혈관의학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피부과 의사. 2003년 뒤피트랑 의대 졸업. 최근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에서 2개월간 단기 연수를 마침.


▶바우어 지그프리드(오스트리아·34)

2002년 빈 의과대학 졸업 후 한국 여성과 결혼. 2003∼2006년 경기도 가평 청심국제병원에 근무하면서 외국인 환자 진료. 2006년 한국 의사면허시험에 합격. 현재 고려대안암병원 인턴.


▶베체슬라프 라포브카(러시아·31)

블라디보스토크 주립 의대 졸업 후 부속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 마침. 2002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외과 전임의로 2년 근무. 2005년부터 강남성모병원에서 국제 진료 센터 근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2/06/20071206001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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