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도시락
얼마전 부터인가 주점에서 간식거리로 우리시절의 네모난 도시락이 등장했다.
이제 학교에 도시락을 갖고 다니는 시대가 지나버려 그것도 추억을 그리는 사람들과
젊은이들의 구경거리로 제법 주문거리가 되는 모양이다.
우리네 학창시절에는 거의 대부분이 ‘벤또’라는 네모난 도시락을 갖고 다녔다.
벤또 안에는 흰밥 또는 보리쌀이 섞인 밥을 넣어 왔고, 반찬은 벤또안의 조그만 용기에 넣어 오거나 커피통 같은 곳에 김치 등을 넣어왔다.
겨울이 되면 모든 벤또는 교실안의 난로에 쌓여져 오전 4교시때는 난로위에 수북히 쌓여진
벤또의 모습이 학생들의 식욕을 자극했던 것이다.
그래선지 오전 4교시 수업시간에는 아직도 무엇을 배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한가보다.
반찬은 주로 김치였고, 조금 여유가 있는 집 아이는 계란말이를, 좀 더 여유가 있었던 집 아이는 보온밥통 안에 더운 국과 함께 소고기 장조림 등도 갖고 왔던 것 같다.
그러나 식사시간에는 대부분 같이 모여 서로가 싸온 도시락 반찬을 나눠 먹으며 우정을 쌓아 같던 것이다.
김치나 단무지만 가져 왔어도 반 친구들의 맛있는 반찬을 먹으며 서로의 환경이나 어머님의 사랑을 나눠 가져서 인가. (그래선지 점심시간에는 맛난 반찬을 싸오는 친구 주변으로 가서 먹었나 보다.)
이따금씩 밥위에 계란후라이을 넣어오는 경우는 모여있는 친구들이 같이 잘라먹었는데, 이를 안타까이 여긴 어머님이 밥아래 감춰놓아도 우리 친구들은 기가막히게 그것을 찾아 뺏어먹어주기도 하였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려는 학상들은 저녁이 문제였다.
저녁땐 교실 난로도 꺼져있어 도시락을 싸왔어도 싸늘하게 식은 밥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상들은 학교앞 라면집에서 라면을 시켜 라면국물에 식은 밥을 말아먹기도 했는데, 그것도 돈이 부족하면 2~3명당 라면 1개를 시켜 먹었고, 그마저 없으면 국물만 시켜 식은밥을 말아먹었던 것이다.
도시락을 싸갖고 버스타고 통학하던 그시절엔 민망한 사건들이 있었다.
그중 적지 않은 학상덜이 경험했음직한 경우는 김치국물 사건이었던 것 같다.
한 남학생이 도시락 반찬으로 동그란 통에 김치를 담아 가방에 넣어 버스를 탔는데,
좌석에 앉아있는 여학생이 가방을 들어준다고 받아 가방을 뉘었을 때 김치통 뚜껑이 제대로 잠가지지 않아 김치국물이 흘러나와 여학생의 교복치마를 빨갛게 물들여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남학생은 황당한 마음에 얼굴이 뻘게져 미안하다고 하고는 황급히 버스에 내려야 했던 것이다.
그런 경험이 있어선지 당시에 가방을 안들어주는 여학생이 더러 있었나.
그래도 적지 않은 여학생들은 꾸준히 가방을 들어주기도 했던 것 같다.
김치국물로 치마를 적신 사건을 겪었는지 안 겪었는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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