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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이 세상을 믿지 말라 하셨네

忍齋 黃薔 李相遠 2009. 3. 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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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이 세상을 믿지 말라 하셨네

한겨레 | 입력 2009.03.04 15:50 | 누가 봤을까?

 

[한겨레] 새 책 '부처를 쏴라' 펴낸 현각 스님

미국 출신 현각(45·사진) 스님이 새 책 < 부처를 쏴라 > (김영사 펴냄)를 내놓았다. 숭산(1927~2004) 선사를 만나 한국 불교에 귀의한 출가기 <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 를 출간한 지 10년 만이다. 이번 책 역시 그의 스승인 숭산 선사의 가르침을 엮은 것이다.

3개월 동안 경북 문경 희양산 봉암사에서 동안거(선승들의 겨울 특별참선 수행기간)를 끝낸 그는 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출간간담회를 열었다.

출가 전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한국 신문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유학자 김창숙 선생의 묘소에 큰절로 참배하는 모습을 보고는 마침 뉴욕 한인성당을 방문한 김 추기경을 뵈러 갔던 일화를 소개했다. 김 추기경은 한 시간 반 동안의 대화 뒤 헤어지면서 "너 같은 사람이 성당을 떠나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그가 "나는 떠나지 않았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 것이 생명"이라고 선답을 하자 김 추기경은 마치 알았다는 듯이 빙그레 웃었다고 한다.

< 부처를 쏴라 > 에는 숭산 선사가 서슬 퍼런 5공 초인 1982년 미국에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써서 보낸 장문의 '독재자에게 보낸 편지'가 담겨 있다. '자기 자신도 모르면서 어떻게 만백성을 다스릴 것인가'라는 경책과 함께 성철·탄허·관응 스님 등 세분에게 가르침을 구하라고 썼다. 그 뒤 숭산 선사가 귀국길에 안기부의 남산청사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던 비화도 들어 있다.

그는 지금의 경제난과 관련해 "숭산 선사는 '이 세상을 믿지 말라'고 했다"고 가르침을 전하며 "오바마 같은 '대보살'이 나타났으니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유머를 던졌다. 자신이 어려움을 겪은 만큼 어려운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면에서 오바마를 '대보살'로 칭송한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선 "오직 모를 뿐"이라는 선답으로 대신했다.

그는 자신을 몰라보는 나라로 가서 고독한 수행을 하고자 2주 뒤 유럽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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