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캐나다 첫 교포 상원의원 연아 마틴
지난해 12월 중순 어느 날 친구들과 밴쿠버의 피자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던 캐나다 교포 연아 마틴(Martin·44·한국명 김연아)씨에게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보수당 상원의원을 맡아주겠어요? 당신은 캐나다 인구의 52%를 차지하는 여성이고, 21년간 교사로 일했으며, 밴쿠버 시민이니 상원의원이 되기에 충분한 대표성을 갖추고 있습니다."한국인의 캐나다 이민 40여년 역사상 첫 한국 이민자 출신 캐나다 상원의원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캐나다 상원의원은 하원의원과 달리 선거 없이 연방정부가 지명한다. 임기는 75세까지다. 보수당은 현재 제1여당이다.
- ▲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김연아 선수의 팬이에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꼭 만나보고 싶어요.” 한국 이민자로서는 최초로 캐나다 상원의원이 된 연아 마틴 의원. 그의 한국 이름도 ‘김연아’다. ☞동영상 chosun.com
서울 출신의 마틴 의원은 7세 때인 1972년 가족과 함께 이민을 떠났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가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딸(14) 때문이었다. "1990년 캐나다인 남편과 결혼해 95년에 엄마가 됐죠. 딸아이는 네 살이 되면서부터 제가 화장을 하고 있으면 거울 앞으로 다가와 계속 물었어요. '왜 엄마랑 나랑 눈 색깔이 다르지?' 하고요. 코리안-캐나디안(Korean-Canadian)의 정체성, 우리 아이들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아이를 보낼 만한 문화 캠프를 찾던 마틴 의원은 2003년 교포 1.5세들 모임인 비영리 단체 C3(Corean Canadian Coactive Society)를 창설해 지역 사회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정계 진출의 기회가 왔다"고 했다. “기회가 왔을 때 거절하지 않았죠. 이민자 경험이 있으니까, 학생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봐 왔으니까, 제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한인 1.5세와 2세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많은 경험을 쌓으며 한국과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아는 어르신께서 ‘큰 산 앞에 해가 비치면 반대편에는 항상 그림자가 진다’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지도자의 삶에는 명암이 뒤따른다는 이야기지요. 상원의원이 된 순간부터 그 말씀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어요. 제가 실수하면 25만 캐나다 교민이 고통받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