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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무덤, 그 방속엔 어떤 비밀이?
소리 99.9% 흡수하는 삼각형 웨지
2009년 09월 17일
![]() ![]() “귀가 좀 멍할 거예요. 조금 있으면 괜찮아집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김규식 연구원이 손잡이를 돌리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문이 안쪽으로 서서히 열렸다. 바닥은 하얀색, 천장으로 올라갈수록 파란색을 띤 ‘비밀의 방’이 조금씩 드러났다. 외국 귀빈들이 서울대를 방문할 때면 꼭 둘러본다는 곳, 하나같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최고라고 극찬한다는 그 곳. 서울대의 차세대자동차연구센터 지하에 자리 잡은 ‘소리의 무덤’, 무향실을 찾았다. ●유리섬유 꽉 채운 삼각형 웨지 “이게 웨지(wedge)라는 겁니다. 소리를 모두 흡수해버리죠.” 김 연구원이 벽에 박힌 삼각형 모양의 뾰족한 물체를 가리켰다. 길이 85cm, 폭은 60cm다. 바닥을 제외한 네 벽과 천장까지 온통 웨지로 빼곡하다. 사람이 드나드는 출입문부터 손잡이까지 웨지로 도배했다. 모두 2000개쯤 된단다. 소리가 벽에 부딪히면 웨지가 소리를 모두 흡수해버린다. 그래서 무향실은 ‘메아리가 없는 방’으로 불린다. 옆에서 보니 웨지의 단면이 삼각형이다. 김 연구원은 “웨지 단면이 삼각형이어야 저주파와 고주파를 모두 잘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주파는 웨지 바깥쪽에서, 저주파는 벽과 맞닿은 웨지 안쪽에서 흡수돼 소멸된다는 것. 웨지가 이렇게 소리를 잘 흡수하는 것은 속을 꽉 채운 60cm 두께의 유리섬유 덕분이다. 유리섬유에는 마치 식빵처럼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소리가 구멍 안으로 들어오면 소리를 전달하는 공기의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면서 결국 소리도 사라진다. ![]() ![]() 웨지의 길이를 무한정 늘일 수는 없는 법. 서울대 멀티스케일설계창의연구단의 이중석 박사후연구원은 8월 박사 논문에서 웨지 단면을 딱정벌레 형태로 만들면 0~1000Hz의 저주파를 효과적으로 흡수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저주파에서 음을 잘 흡수하는 웨지의 형태를 수학적으로 설계한 결과 딱정벌레를 닮은 모양이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결과를 발표한 이 연구원은 프랑스의 한 업체에서 ‘딱정벌레 웨지’를 상용화하자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엘리베이터 안벽에 구멍 뚫은 까닭 몇 년 전 한 온라인 게임 업체는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유명 수입차 10여 종을 끌고 이곳을 찾았다. 그 회사가 만든 자동차 게임에 실제 엔진 소리를 넣기 위해서였다. 그 회사는 무향실에서 각 차량마다 시속 150km까지 속도를 내며 단계별로 엔진 소리를 녹음했다. 그래도 무향실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역시 소음 방지 연구다. 자동차를 비롯해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정수기 등 소음을 줄여야 하는 제품 연구엔 무향실 실험이 필수 항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부 소음이 차단된 공간에서 해당 제품의 순수 소음을 측정하는 것이다. 서울대 무향실에서는 주로 자동차 엔진 소음을 줄이는 연구가 진행된다. 높이 5m로 2층 건물 규모인 무향실은 자동차 한 대가 들락날락 할 만큼 넓다. 김 연구원은 “2004년 무향실이 생기기 전에는 모든 연구자들이 ‘올빼미형’이 됐다”며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인 밤 12시를 넘겨서야 겨우 연구를 할 수 있었다”면서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우리 주변에도 웨지가 소리를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한 사례가 꽤 있다. 고층 건물의 엘리베이터 안벽에는 스테인리스강에 구멍을 뚫은 경우가 있다. 엘리베이터가 고속으로 오르고 내릴 때 발생하는 소음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구멍을 뚫어 소음, 특히 주로 저주파를 흡수하는 형태를 헬름홀츠 공진기라고 부른다. 이 연구원은 “한국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를 비롯한 대부분의 로켓 맨 상단인 노즈 안쪽에는 로켓이 고속으로 비행할 때 외부 공기에 의한 소음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헬름홀츠 공진기처럼 구멍을 뚫은 음향 공진기를 덧댄다”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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